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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인수 ‘No’…보험 M&A ‘룰’이 바뀌었다

‘자본 부담 최소화’ 셈법으로 재편…정부 지원 매물만 성사

성기환 CP

2026-08-19 08:52:29

최윤 OK금융그룹 회장·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최윤 OK금융그룹 회장·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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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올 들어 국내 보험업권 M&A 시장에 조 단위 자금이 오가고 있지만, 정작 '보험사'를 직접 인수하겠다는 곳은 드물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거나 인수가 확정된 보험업권 M&A는 SBI저축은행·애큐온캐피탈·예별손해보험·KDB생명 등 네 건이지만, 이 가운데 대형 금융지주나 보험사가 '보험사'를 직접 인수 대상으로 삼은 사례는 예별손해보험과 KDB생명 두 건에 그친다. 나머지 두 건은 보험사 대신 저축은행·캐피탈을 사들이거나, 아예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경우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9천억원, 1조원을 들여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를 우회 인수했고, 1조원 규모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하던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협상에서 이탈했다.

이처럼 보험사 대신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을 인수하거나, 아예 인수 자체를 접는 행보의 배경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있다. 인수 후 자본 부담이 고스란히 인수 주체에 전가되면서, 국내 보험 M&A 시장의 셈법이 '외형 확장'에서 '자본 효율성(ROE)'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IFRS17·K-ICS 도입에 자본비용 급증…증자 없인 인수 불가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원인은 IFRS17과 K-ICS다. 피인수 보험사가 보유한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나 부실 자산이 회계상 인수 주체의 자본 적정성 부담으로 고스란히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분 매입 대금을 지불한 이후에도 지급여력비율 방어를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나 자본성증권 발행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런 이유로 인수가만 놓고 저울질하던 과거의 접근법으로는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 전략 담당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외형 확장 목적의 보험사 인수는 인수 주체의 자본적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며, 추가 자본 투입 리스크를 상쇄할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거래 성사가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환경도 자본 비율과 조달 비용에 복합적인 변수로 작동한다. K-ICS 체계에서는 금리 하락 시 부채의 현재가치가 자산보다 더 크게 늘어 지급여력비율이 나빠지는데, 0.5%포인트 하락하면 생명보험사는 평균 7%포인트, 손해보험사는 5%포인트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리며 인상 기조로 돌아서면서 부채평가액 증가 압력은 다소 완화됐으나, 높아진 금리로 인해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 조달 비용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는 모양새다. 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부담은 남는 셈이다.

이런 복합적 압력 속에서 기본자본비율이 낮은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유상증자와 자본성증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으며, 대형사의 인수 셈법에도 K-ICS發 부담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 같은 부담은 내년부터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한 보험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아직 100%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내년부터 도입되는 기본자본 K-ICS 비율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인정하지 않고 오직 유상증자로만 채워야 한다"며 "목표치는 50% 정도로 잡고 5~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순위채 발행으로도 메울 수 있는 일반 K-ICS 비율과 달리, 인수 주체가 실제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규제라는 얘기다.

교보 SBI 9천억원, 한화 애큐온 1조원…저축은행·캐피탈로 우회

이런 자본 부담을 피해가려는 움직임은 대형 보험사들의 실제 인수 전략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자본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즉각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한 비보험 금융회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3월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SBI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았다. 인수 금액은 약 9천억원으로, 지난해 5월 지분 8.5%를 우선 취득한 데 이어 나머지 41.5%+1주를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SBI저축은행은 총자산 14조원대의 업계 1위로, 교보생명은 무리한 보험사 인수 대신 대형 수신 기관을 확보해 순이자마진(NIM)과 디지털 고객 기반을 동시에 확충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어 한화생명도 지난 6월 29일 글로벌 사모펀드 EQT파트너스로부터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패키지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이며, 인수가는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애큐온캐피탈은 총자산 9조원대, 애큐온저축은행은 자산 5조원 안팎 규모로, 두 회사를 함께 사들이는 '통매각' 구조다.

예비입찰에는 한화생명·메리츠증권·바이칼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는데, 캐피탈 단독 인수를 검토한 메리츠증권과 달리 한화생명이 두 회사 일괄 인수를 제안한 점이 승부를 갈랐다는 시각이다. 한화생명은 GA 판매 인프라와 캐피탈·저축은행의 여신 상품을 연계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 한 달새 4천500억원 자본확충…신한금융, 롯데손보 결렬

반면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상반기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외부 M&A 대신 계열 보험사의 자체 성장(Organic Growth)에 집중하거나, 아예 인수를 접은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자체 자본 확충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6월 29일 신종자본증권으로 1천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하나금융지주가 7월 24일 하나손보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4천만주를 2천억원에 취득했다.

비슷한 시기 하나생명도 7월 23일 이사회를 열어 1천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이로써 하나금융그룹 보험 계열사는 한 달 새에만 총 4천5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수혈받았다.

이는 불확실한 외부 부실 리스크나 높은 몸값을 떠안기보다, 계열 보험사의 자본을 확충해 지급여력 비율을 방어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편이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런 기조는 지주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15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던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6.55%(228만4천주)를 약 1조원에 현금 취득했다. 외부 대형 보험사 인수 대신 계열사 자본 확충과 디지털·신사업 투자로 자본을 재배치하는 쪽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손해보험 부문 강화를 위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해 왔다. 한때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와 약 한 달간 단독 협상을 벌이며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으나, 지난 7일을 전후해 협상이 결렬되면서 공개매각 수순으로 전환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2028년까지 ROE 10% 이상, 주주환원율 50% 이상,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자본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인수 대금에 인수 후 자본 확충분까지 더하면 '1조원+알파'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이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급증해 CET1 비율을 훼손하거나 주주환원 재원을 침범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도 컸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손보 경영권을 3천734억원에 인수하고 3천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총 7천30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JKL 측은 이를 고려해 1조원 안팎을 매각 희망가로 제시했지만, 신한금융은 인수 후 K-ICS 비율 방어를 위한 추가 자본 투입까지 감안해 7천억~8천억원 수준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간극이 결국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OK 예별손보, 한투 KDB생명…정부지원·시너지 조건부 성사

이처럼 선별적 접근이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는 정책적 자금 지원이 동반되거나 명확한 자산운용 시너지가 기대되는 건으로 좁혀지고 있다.

OK금융그룹은 지난 7월 10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본입찰에는 OK금융그룹을 비롯해 한국투자금융지주·흥국화재·JC플라워 등 4곳이 참여했다. 예보는 법령상 인수요건 사전심사와 자금지원요청액, 계약이행능력 등을 종합 평가했는데, OK금융이 재정 안정성과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로드맵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가 제시하는 1조원대 경영 정상화 자금 지원은 인수 후 자본 확충 리스크를 상당 부분 차단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 자금은 유상증자가 아닌 현금 직접 지원 방식이라는 점에서 KDB생명과는 결이 다르다.

이와 함께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지난 13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약 99.75%가 매각 대상으로, 본입찰에 참여한 한화생명·흥국생명을 제치고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종 승기를 잡았다. KDB생명 매각은 2014년 이후 여섯 차례 무산된 끝에 이번이 일곱 번째 시도로, 총자산은 17조원을 웃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 중심으로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한편, 그룹의 자산운용·대체투자 역량을 KDB생명의 장기 자금 운용에 접목해 인수 후 자본 부담을 상쇄하겠다는 구상이다. KDB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KDB생명에 약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고, 올해도 매각 전 5천억~8천억원대의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매각 측이 먼저 자본을 채워 넣은 뒤 넘기는 구조를 두고, 한 보험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인수가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매도인이 얼마를 채워주고 넘기느냐가 실제 딜의 성사 여부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도인이 채워주는 자금은 기존 보유계약 부채를 감당하는 수준까지이고, 이후 신계약 확대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성장 자본은 인수자가 별도로 증자해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마트 자본 배분" 시대 개막…자본 여력 없인 M&A도 없다

이처럼 최근 보험 M&A 시장의 기류 변화는 단순한 거래 침체가 아니라, 인수 후 발생하는 자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선별적 투자 전략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 M&A 시장이 외형 서열 싸움에서 벗어나 투입 자본 대비 이익률을 따지는 '스마트 자본 배분'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 기본자본 K-ICS 비율 규제가 본격화하면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후순위채로 메울 수 없는 자본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향후 시장 역시 정부·공적자금 지원이나 명확한 자산운용 시너지 등 자본 부담을 상쇄할 조건을 갖춘 매물 위주로 선별 거래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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