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일)
사진=민경철 변호사, 류시연 변호사
사진=민경철 변호사, 류시연 변호사
[글로벌에픽 이수환 기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10월 21일 시행된 이후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이 남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중범죄라는 점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기반해, 22년이 지나 어렵게 통과되었다.

많은 논의를 거쳐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범죄’의 정의를 명문화하고, 과거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했던 스토킹범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하며,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를 마련하였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지 2개월이 지난 지금, ‘피해자의 보호’와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이라는 입법 목적대로 실효적으로 운용되고 있을지 점검이 필요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범죄 신고건수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전에는 일평균 23.8건이었으나 시행 이후에는 일평균 102건으로 약 4배 증가했고,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구속도 이루어지고 있다. 가령, 최근 40대 남성이 옛 여자친구를 차량에 감금하고 40여 분간 운전한 사건, 5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의 차량과 자전거에 위치정보시스템을 부착해 따라다니고 차량으로 들이받겠다고 위협한 사건 등에서 피의자들은 모두 구속되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긍정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의 공분을 사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되고 있다. 최근 신변보호대상자인 피해자가 스마트워치의 긴급신고버튼을 눌렀지만 위치값 오류로 경찰이 12분이 지나 도착해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자 스토킹처벌법이 피해자 보호에 충분치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동광 민경철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이 상징적 형법이 아닌, 실효적 형법이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첫 번째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조치인 ‘긴급응급조치의 실효성 확보’이다. 수사기관의 스토킹범죄 대응프로세스는 1단계 긴급응급조치, 2단계 잠정조치로 나누어진다. 1단계 긴급응급조치는 사법경찰관이 가해자에게 피해자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피해자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명하는 조치를, 2단계 잠정조치는 법원이 검사의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른 검사의 청구에 따라 접근금지에서 더 나아가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는 조치를 말한다.

민경철 변호사는 “잠정조치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과는 달리,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그친다. 스토킹범죄의 특성은 ‘지속성’과 ‘반복성’인데 가해자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얼마나 예방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잠정조치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처럼,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한 자 역시 형사처벌규정을 두어 피해자와 즉시 분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점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로,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면 사건은 바로 종결된다. 스토킹범죄의 상당수가 친밀한 관계 혹은 지속적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고소의 취하를 요구하거나 합의를 종용할 우려가 크다.

법무법인 동광 류시연 변호사는 “실제로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에 따르면, 각종 사건이 알려지고, 스토킹처벌법으로 신고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가해자를 신고하면 가해자가 합의를 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는 다른 범죄, 가령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 등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로 피해자 회복이 어느 정도 가능한 범죄이다. 그러나 스토킹범죄의 경우 중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내재된 범죄라는 점에서 다른 반의사불벌죄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점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후 두 달이 지난 현재. 스토킹범죄 신고사례나 구속사례가 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인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피해자를 가해자와 속히 분리하고, 더이상의 2차 가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법의 보완이 필요한 때이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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