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스앤젤레스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출시 이벤트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가 오랫동안 약속했던 로보택시 옆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화려한 외관과 장밋빛 미래 전망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기술적 난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대거 매도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AI 데이' 행사에서 머스크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는 2인승 자율주행 택시 '사이버캡' 시제품을 선보였다. 그는 사이버캡을 타고 가짜 거리를 주행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2026년까지 3만 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사이버캡을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최대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로보밴'도 공개하며 "주차장을 공원으로 바꿔 도시를 재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바텐더 로봇으로 변신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선보이며 로봇 판매 계획도 발표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러한 실망감을 반영하듯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8.78% 폭락했다. 2021년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테슬라 주가는 저가 전기차 경쟁 심화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논란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4월 로보택시 계획 발표 이후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번 행사 이후 다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테슬라 주주이자 거버 가와사키 자산 및 투자 관리(Gerber Kawasaki Wealth and Investment Management)의 CEO인 로스 거버는 "머스크의 비전은 훌륭하지만, 현실적인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당장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수년 전부터 2만 5000 달러 수준의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4월 이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저가 전기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투자자들은 저가 전기차 출시가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테슬라의 로보택시 계획 발표 이후 우버와 리프트 주가는 각각 10.81%, 9.59%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로보택시 사업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경쟁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웨이모를 비롯한 경쟁사들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머스크는 저비용 기술을 통해 빠르게 자율주행 택시를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적 난관과 규제 문제를 지적한다.
규제 문제도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머스크는 내년까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무감독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테슬라 주주인 라메쉬 풀라 크리에이티브 플래닝(Creative Planning)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머스크의 계획은 흥미롭지만, 자율주행 사이버캡이 널리 보급되기까지는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는 승객이 앱을 통해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테슬라 투자자들은 앱 개발 계획과 수익화 전략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규환 글로벌에픽 기자 globalepic7@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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