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2.24(수)

광동제약, 397억 자사주 왜 팔았나?

사업경쟁력 강화에 경영권 방어까지 다목적 포석 인 듯

안재후 CP

2025-12-24 11:22:47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광동제약이 보유 중인 664만5406주(397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3일 공시된 이번 조치는 단순한 자산 처분을 넘어 사업 경쟁력 강화, 상법 개정안 대응, 그리고 경영권 방어라는 복합적인 의도가 얽혀 있다.

사업 부문별 경쟁력 강화 위한 전략적 지분 교환

광동제약은 단순한 자사주 처분이 아닌 전략적 지분 교환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대웅과는 138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추진한다. 광동제약은 대웅의 자사주 58만1420주를 취득하고, 광동제약은 대웅에 230만9151주를 처분하게 된다.

이를 통해 광동제약은 대웅과 함께 전문의약품과 신약 개발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동안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광동제약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대웅 입장에서도 광동제약의 강점인 리테일 부문 유통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소비재 부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휴메딕스와의 지분 교환도 비슷한 논리로 진행된다. 광동제약이 휴메딕스의 자사주 33만6900주를 139억원에 취득하고, 휴메딕스는 광동제약 자사주 232만9567주를 확보하게 된다. 안과와 비급여 주사제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해온 광동제약은 휴메딕스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제품 생산 기반을 다각화할 수 있다. 두 회사는 향후 점안제 등 안과용 의약품의 공동 개발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포장재 기업 동원시스템즈와의 거래도 전략적 협력의 일환이다. 광동제약은 동원시스템즈에 자사주 200만6688주(120억원)를 일방적으로 처분하되 지분 교환은 진행하지 않는다. 동원시스템즈가 유리병, 페트병, 알루미늄캔 등 다양한 재질의 포장재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종합포장재 기업이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은 "동원시스템즈의 포장재는 광동제약 제품에 꼭 필요한 품목"이라며 "안정적 생산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 앞두고 한 발 빠른 대응

광동제약의 자사주 처분 결정 배경에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이 자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에 의무 소각하거나 기존 보유분에 대한 유예기간을 두고 소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광동제약과 같이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광동제약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25.07%로 10대 제약사 중 대웅(29.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번 처분으로 광동제약의 자사주 비율은 17.9%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동시에 광동제약은 157억원 규모의 자사주 262만1043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으며, 소각 예정일은 내년 1월 9일이다.

광동제약은 공시를 통해 "자사주 교환 및 처분은 재무적 투자 목적이 아닌 사업 시너지 창출 및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라며 "처분 상대방의 장기 보유가 예상되기 때문에 주식가치 희석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상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광동제약이 자신의 지배구조를 선제적으로 조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우호 지분 확보 통한 경영권 강화 전략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광동제약의 이번 자사주 처분이 표면적 이유와 달리 경영권 강화에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사주는 발행 회사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적인 제3자에게 처분될 경우 의결권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현재 광동제약의 최대주주는 최성원 회장으로 6.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우호 지분은 18.19%에 달한다. 이번 자사주 처분으로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율은 25.3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비율을 낮추면서 동시에 협력사와의 지분 교환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대하는 우회적 방식으로 경영권을 강화하는 셈이다.

특히 광동제약은 외국계 펀드인 피델리티 퓨리탄 트러스트가 9.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 회장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이 되어야 안정적이라는 일반적인 평가를 고려하면 광동제약의 경우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의 핵심적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광동제약이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면서도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 방식이라고 평가된다.

주주가치 제고냐 경영권 안정이냐

광동제약의 자사주 처분 전략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광동제약은 이전에 25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제동을 받게 됐다. 금감원은 기업의 무분별한 EB 발행을 막기 위해 올 10월 20일부터 EB 발행 관련 공시 작성 기준을 강화했다. 광동제약이 제시한 공시 내용이 EB 발행 근거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

이는 금융 당국이 자사주 활용 방식을 더욱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의 입법이 가시화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 방식도 투명성과 정당성을 더욱 요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광동제약의 선택이 상법 개정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여러 제약사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보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제도 취지와 경영권 안정이라는 기업의 현실 사이에서, 각 기업이 어떻게 균형을 맞춰나 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광동제약이 선택한 자사주 처분, 소각, 그리고 지분 교환이라는 삼중 전략이 향후 상법 개정안의 최종 내용과 금융 당국의 감시 속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이번 조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대가 임박했음을 신호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지키려는 기업들의 전략이 얼마나 정교하고 다층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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