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2분기 15.8%, 3분기 29% 하락
올해 현대차그룹 실적은 양면적이었다. 2분기 매출은 48조2,87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3조6,0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줄어들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더 떨어져 2조5,3760억원으로 29.2%나 급락했다.
‘매출 증가–이익 감소’ 흐름을 보인 것은 미국 관세와 환율, 인센티브 경쟁 심화 때문이다. 특히 미국 관세로 인한 이익 감소가 3분기에만 2조4,5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투자 전략을 내세우고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미국에 5년간 210억 달러(31조원) 투자, EV 생산라인, 자율주행 연구개발, AI 모빌리티 랩 등 미래 신기술 분야를 적극 육성키로 했다.
정의선 회장은 "관세 부담을 줄이고 미국 현지화를 가속화하며, 향후 5년간 총 125조 2,000억 원 규모의 국내 투자도 단행하겠다"고 밝히며 '생산기지+정치·ESG 전략'의 복합 프레임을 강조했다.
전동화·AI·로보틱스로의 대전환
현대차그룹의 2025년 가장 중요한 선언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AI 기반 모빌리티·로봇 회사로의 전환'이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투자가 추진되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6과 제네시스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했으며, 특히 하이브리드 중심의 라인업 재편으로 고객 수요를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기아 역시 EV9, EV4, EV5 등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전동화 추진 속도를 높였다. 2분기 기아의 매출은 29조 3,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으나, 미국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악화(24.1%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그룹 차원의 미래 전략 선언도 가속화됐다.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AI 모빌리티·로봇기업' 전환을 공식 선언했으며,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다양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바이두와의 AI 기반 자율주행 협력, 구글 웨이모와의 자율주행 알고리즘 공동 개발 등이 그 사례다.
모셔널에 5조 투자 … 기술 순위는 15위로 하락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의 중심축은 미국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이었다. 하지만 2025년 모셔널은 기술력과 상용화 측면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2025년 5월 모셔널에 총 6,291억 원을 추가 투자해 지분율을 기존 50%에서 86.61%까지 끌어올렸다. 2020년 설립 이후 현대차그룹이 투입한 누적 투자액은 5조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기술력 평가는 대조적이었다. 기술 전문 시장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의 2024년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모셔널은 전해의 5위에서 15위로 10계단이나 하락했다. 임직원 150명의 한국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11위)에도 뒤졌다. 모셔널의 누적 적자는 2조 원을 넘어섰고, 2024년 당기순손실도 5,890억 원에 달했다.
모셔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산타모니카에서 운영하던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중단했고, 상용화 시점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장기적 관점에서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와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모셔널의 리포트에 따르면 구글 웨이모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반 자율주행 알고리즘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며, 내년부터는 '현대차 전용' 아이오닉5 로보택시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현장 투입 시작
2025년 현대차그룹 미래 전략의 또 다른 축은 로보틱스였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5년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첫발을 내딛었다.
11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해 파일럿 운영을 시작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로,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진행 중인 피지컬 AI 협업의 구체적 결과였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3-5년 내에 휴머노이드 로봇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며, 빠르면 3년 내에 수만 대 규모의 로봇을 공장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2년 내에 아틀라스의 신뢰성을 높인 후 실제 판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이미 현대차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설비 점검과 디지털 트윈 데이터 수집에 투입 중이었다. 아틀라스가 생산 현장에 배치되면 동일 공장의 생산량이 6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 GPU 5만 장을 확보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전체 125조 원 투자 중 약 89조 원을 미래 신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2026년 CES에서는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개될 예정이다.
관세 악재로 하락했던 주가 AI·로봇 재평가로 극적 반등
2025년 현대차 주가는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연초부터 미국 관세 우려로 저점을 기록했고, 4월에는 17만 원대까지 밀렸다. 11월 말 기준 연초 대비 23.3% 상승에 그쳐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3.6%)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
변곡점은 10월 말이었다. 미국의 관세 인하 발표와 함께 AI·로보틱스·SDV 전환 스토리가 부각되면서 12월 초 현대차 주가는 20% 이상 급등해 31만 원대까지 반등했다. 증권가는 현대차를 '전통 OEM에서 AI 기반 모빌리티·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일부 리포트에서는 데이터센터·로봇 상용화·SDV 본격화로 2026년 재평가 국면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약진도 주가를 지지했다. 펠리세이드 등 HEV 추가 모델의 신차 효과와 신규 공장 물량 확대가 주가 상승을 견인했고,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점유율 확대로 평균 판매 가격(ASP) 상승과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졌다.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복잡한 방정식
2025년 현대차그룹의 가장 복잡한 숙제는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였다. 현대모비스의 주가 급등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할 현대모비스 지분(부친 정몽구 명예회장 7.29%, 기아 보유분 16.9% 등)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크게 늘었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에 불과한 상황에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15% 안팎까지 끌어올리려면 약 2조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시장에서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를 신설 모비스(부품·AS)와 존속 모비스(R&D·현대차 지분)로 인적분할한 후, 존속 모비스 지분을 25% 안팎까지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관측했다.
주가 상승은 곧 승계 비용 상승으로 연결되는 '아이러니'가 부각되었다.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때 최고세율 60%(최대주주 할증과세 포함)가 적용되면, 상속세만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정의선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현대글로비스·현대엔지니어링·현대오토에버 등 계열사 지분 매각과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IPO) 등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였다.
지배구조 개편이 더욱 까다로워진 이유는 2024년 개정된 상법 때문이었다. 새 상법은 대주주가 관계되는 거래에서 일반주주도 이익을 향유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강화되었다. 2018년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 시도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선례가 있어, 경영진은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현지화와 노동·ESG 이슈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략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개입했다. 2025년 9월 미 이민당국의 대규모 단속으로 현대모비스 소속 직원 300명 이상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대차그룹 조지아 EV·배터리 합작법인(HL-GA Battery Co) 등에서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공급망·노동환경 관리에 대한 ESG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향후 노조·정치권·지역사회와의 관계 설정에도 영향을 줄 변수가 되었다.
동시에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관세 협상 및 정치·규제 리스크 완화의 '핵심 카드'로 활용되었다.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략은 순수한 '생산기지'에서 '생산기지+정치·ESG 전략'의 복합 프레임으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였다.
2025년을 정리하며
2025년 현대차그룹은 다층적인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였다. 관세와 환율, 인센티브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이 압박받았지만,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전동화·AI·자율주행·미국 현지화 투자로 '미래 모빌리티 그룹' 전환의 기초를 다졌다.
동시에 현대모비스·승계·순환출자 구조, 미국 노동·ESG 이슈 등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의 숙제가 더 무겁게 얹혔다. 정의선 회장이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상법 개정에 따른 주주 이익 검토 기준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2026년 이후는 "실적 회복+지배구조 개편+미래 사업 가시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의 경영 리더십과 회사 이익을 우선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장에 본격 투입되고, 모셔널의 로보택시가 상용화되며, SDV가 양산되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향후 현대차그룹의 기업 가치 재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진행 중인 '차세대 모빌리티 경쟁'에서 현대차그룹이 어느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2026년의 결과가 그 답을 제시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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