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SAC ‘GlobalCollectionsReport 2025’ 표지/ 이하 사진=음저협 제공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하 CISAC)이 지난 6일 발표한 「글로벌 징수 보고서 2025(Global Collections Report 2025)」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4년 음악 저작권료 징수 부문에서 약 2억 7,600만 유로(한화 약 4,653억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이 중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추가열, 이하 음저협)가 징수한 금액은 약 4,365억 원으로, 국내 전체 음악 저작권료의 약 94%를 차지하며 한국의 글로벌 순위를 실질적으로 견인했다.
해당 보고서는 전 세계 111개국 228개 저작권 관리단체의 데이터를 종합한 CISAC의 연례 분석서로, 전 세계 창작자들의 수입 추세와 산업 구조를 집계·발표하는 권위 있는 국제 통계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저작권 징수액은 약 140억 유로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이 중 음악 저작권 분야가 약 126억 유로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2024년 전 세계 음악 저작권료 징수 상위권 국가들(in EUR Million 기준)
다만 이처럼 디지털 부문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그 규모는 여전히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음악 저작권 시장에서 디지털 부문은 2022년부터 방송 부문을 뛰어넘어 전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으며, 2024년 전체 음악 저작권 수익의 약 40%를 차지하며 전 세계 창작자의 강력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한국의 디지털 부문은 제도적 한계와 이용자 간 협의 지연으로 인해 여전히 정산 공백을 겪고 있다. 전 세계 음악 산업 규모 7위를 자랑하는 한국이 저작권료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하락한 것은 이러한 ‘디지털 정산 공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음저협은 특히 한국이 K-팝의 성과와 인기로 OTT·SNS·스트리밍 등 디지털 영역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그 성과가 수년째 저작권 징수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음저협 관계자는 “국내 OTT와 주요 방송사 대부분이 전송 사용료 관련 계약 및 정산을 장기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사업자는 서비스 개시 후 10년이 넘도록 단 한 차례의 음악 사용료 정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음저협의 추산에 따르면, 이러한 OTT 플랫폼 및 주요 방송사의 미지급 저작권료 규모는 약 1,500억 원에 달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디지털 사용료가 일본과 호주·뉴질랜드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3위를 유지했다고 밝혔지만, OTT와 방송사의 체납 금액이 반영된다면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1위는 물론, 전 세계 저작권료 순위에서도 10위권 진입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음저협 추가열 회장은 “음저협은 여러 부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OTT 정산 공백과 낮은 요율 구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이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바로잡고,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책임 이행을 강력히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음악 산업의 위상에 걸맞은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한국 음악저작권 산업이 세계 음악저작권 분야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인한 저작권 보호 문제를 올해의 핵심 의제로 다뤘다. CISAC 사무총장 가디 오론(Gadi Oron)은 “AI는 단순한 유통 기술이 아니라 창작물을 학습하고 복제하는 기술”이라며 “적절한 안전장치와 데이터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창작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팝 그룹 ABBA의 멤버이자 CISAC 회장인 뵈른 울바에우스(Björn Ulvaeus) 역시 “2024년은 창작자 단체들이 사상 최대의 징수 실적을 올린 해이지만, AI의 등장은 우리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변화를 상징한다”며 “진보와 혼란은 공존할 수 있으며,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창작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음저협을 중심으로 AI 시대에 창작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대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음저협은 2025년 5월부터 ‘AI 대응 TFT’를 운영하며, AI 활용 음악의 등록 지침과 징수·분배 방안 마련, 학습데이터 사용에 대한 보상체계 구축, 법·제도 개선 제안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CISAC 법무정책위원회 AI 세미나를 주관해 ‘지역별 생성형 AI 동향과 저작권 정책’을 주제로 국제 전문가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음저협은 AI 관련 입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법 개정안 및 「AI 기본법」 제·개정 과정에 공식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출하고 있으며, ▲AI 콘텐츠 표시 의무화 ▲학습데이터 출처 공개 의무화 ▲TDM(Text and Data Mining) 면책 규정 도입 반대 ▲AI 저작권 침해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등을 주요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백승열 사업본부장은 “AI 기술이 창작의 영역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지만, 제도는 여전히 창작자를 보호하기에 턱없이 미흡하다”며 “AI 학습 과정에서 창작물의 정당한 사용과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기술 발전과 예술 창작이 공존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저협은 CISAC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이러한 공정한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정책 제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신승윤 CP / kiss.sf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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