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1.21(금)

[심층분석] 떼돈 버는 한국투자증권 1등 공신은 ‘두 남자’

김남구의 ‘경영철학’과 김성환의 IB전략이 만나 증권계를 흔들다

신규섭 금융·연금 CP

2025-11-21 13:16:33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회장.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회장.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증권업계가 기록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3분기까지 지배주주순이익 1조6713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것은 국내 증권사 중 최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9조5000억원 수준. 투자자들은 의아해한다. "이 정도 실적이면 시총이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전 부문 고른 성장의 비결

한국투자증권의 강점은 특정 부문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 잡힌 성장이다. 2025년 3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국내 증시 호조에 힘입어 국내 수수료가 43%, 해외 수수료가 58% 늘었다. 국내와 해외 비중은 68대 32로 해외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IB 수수료는 18% 증가했는데, 특히 지급보증료가 39%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이자손익은 자산 증가와 조달비용 감소에 힘입어 62% 늘었다. 운용 및 기타 손익도 48% 증가했다. 여기에는 자회사 배당 1400억원과 펀드 분배금 약 1600억원이 일회성으로 반영됐다.
주목할 점은 연결기준 실적의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결대상으로 인식되는 펀드 등의 투자자산 가치 상승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운용 자회사들의 실적 기여가 두드러진다. 신탁운용과 밸류자산운용이 2분기 합산 954억원, 3분기 713억원의 이익을 냈고, 파트너스도 3분기에 약 200억원을 기여했다.

이 놀라운 성과의 배후에는 두 남자가 있다. 55세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와 61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IB 전문가와 장기주의 경영인의 만남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증권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침묵을 깬 'IB 통' 김성환의 등장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는 아무한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한국투자증권이 1호로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봅니다."

지난 9월 18일 한양대 채용설명회에서 김성환 사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11월 19일,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국내 최초 IMA 사업자 인가를 받았다. 8년만의 쾌거였다.

김성환은 2024년 1월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하며 증권가에 파란을 일으켰다. 전임 정일문 사장이 5년간 재임한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1년 단위로 CEO를 평가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럼에도 김성환은 2025년 1월 연임에 성공했고, 올해도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의 저력은 숫자로 증명된다. 취임 첫해인 2024년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1조1996억원으로 전년 대비 86.6%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조1479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1조원 돌파라는 업계 최초 기록을 세웠다.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사장.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사장.



밑바닥부터 쌓아올린 IB 전문성

1969년생 김성환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교보생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LG투자증권을 거쳐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에도 회사에 남았다. 프로젝트금융본부장, IB부문 그룹장을 거치며 투자은행 실무를 섭렵했다.

그의 경력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건국대 부동산금융 박사 과정 수료다. 증권업계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 바로 김성환이다. 이 전문성은 한국투자증권이 부동산 PF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토대가 됐다.

김성환은 취임 후 한동안 공석이었던 IB그룹장 자리를 직접 챙겼다. 2024년 7월에는 IB전략본부를 신설하며 IB 부문 강화에 나섰다. 그 결과 2024년 기업금융(IB) 부문은 전년 대비 262.3% 높은 수익을 거뒀다.

글로벌 협력도 적극적이다. 올해 5월 골드만삭스와 전략적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칼라일그룹, 캐피털그룹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김성환은 "세계 유수 금융사 CEO들과 정기적으로 미팅하며 한투의 위상이 이전과 달리 매우 높아졌음을 체감한다"고 말한다.

김남구, 20년 장기전의 완성

김성환의 성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김남구 회장의 장기주의 경영 철학이다. 1963년 전남 강진군에서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남구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수산회사 동원산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대학 4학년 시절 미국 알래스카 명태잡이 원양어선에서 선원으로 일한 경험은 유명하다. 경영 후계자는 밑바닥에서부터 배워야 한다는 부친의 철학이었다. 이 경험은 김남구의 강인한 추진력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

1991년 동원증권(당시 한신증권) 대리로 입사한 김남구는 채권, IT, 기획, 뉴욕사무소 등을 거치며 증권업의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2004년 동원증권 대표가 됐고, 2005년 한국투자증권 인수라는 대담한 도전에 나섰다.

당시 동원증권은 업계 10위권의 중소형 증권사였고, 한국투자증권은 자산운용 강자였다.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김남구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브로커리지에 강한 동원증권과 자산관리 강자 한국투자증권의 합병은 지금까지도 국내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로 꼽힌다.

'배당보다 성장' 워런 버핏식 철학

김남구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단기 주가 부양보다 장기 성장.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는 "밸류업은 배당보다는 성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1년 전부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권고했지만, 한국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대신 자본 확충을 통한 성장 전략을 고수했다.

이는 워런 버핏의 철학과 닮았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진정한 주주환원이라는 신념이다. 실제로 한국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20년 20.3%에서 2024년 22.4%로 꾸준히 증가했다. 주당배당금도 2022년 2300원, 2023년 2650원, 2024년 3946원으로 매년 늘었다.

성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계열사 분리 20년 전과 비교해 자산은 20배, 매출은 17배 증가했다. 2024년 말 기준 연결 자산 109조원, 매출 21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대기업집단 중 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IMA 인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

11월 19일 받은 IMA 인가는 한국투자증권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지고 고객 예탁금을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자기자본의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사업 확장의 여력이 크게 늘어난다.

한국투자증권은 12월 중 첫 IMA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선 저위험 안정형 상품으로 시작해 이후 배당형, 프로젝트형, 성장형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IMA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이 최대 1200억~1800억원의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A 인가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은 운용그룹 내 IMA 담당과 2개 산하 부서를 신설하고 12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고객과 조달금액 추이를 보며 조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환 사장은 "IMA 도입은 고객 맞춤형 자산 관리와 안정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업금융 활성화 및 자본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3세 경영 준비도 차근차근

김남구 회장은 3세 경영 준비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장남 김동윤씨는 2019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4개월 신입사원 연수 후 영업지점인 강북센터로 발령받았고, 2020년 본점으로 이동했다.

2021년에는 IB 1부서에서 주임으로 기업공개(IPO)를 담당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무를 익혔다. 현재는 경영전략실 대리로 근무 중이다. 일반 직원들과 같은 수준 연봉을 받으며 원만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2023년 7월 김동윤씨는 한국금융지주 주식 0.09%를 26억원에 매입하며 주주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김남구 회장이 2016년 김동윤씨를 여름방학 동안 창원 식품가공공장에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주말에 일이 없다며 서울에 올라오자 현지 공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일이 있다더라"며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

증권업계에서 김남구 회장을 수식하는 말은 "전문경영인보다 더 전문경영인다운 오너 CEO"다. 1991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장 실무를 섭렵했고, 2005년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비아냥 속에서도 한국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시켰다. 20년간 자산 20배, 매출 17배 성장을 이끌며 오너 경영의 장점을 입증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전문성과 정도경영을 기초로, 장기주의 경영이라는 토대를 구축하고, 그 위에 시너지 경영을 펼치는 것이다. 한국경영학회는 2018년 김남구 회장의 시너지경영 사례를 학술지에 게재하며 "철저한 현장경험, 학업을 통한 자기계발, 전문가들의 전문성 활용, 방대한 독서와 메모 습관 등을 통해 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다"고 평가했다.

김성환 사장의 IB 전문성과 김남구 회장의 장기주의 경영. 이 두 축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한국투자증권을 증권업계 1위로 끌어올렸다. 이제 IMA 인가라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쥐었다. 연간 2조원 순이익 시대를 연 한국투자증권이 '아시아 1등 금융회사'라는 김남구 회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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