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업데이트는 지난 6월 발간된 보고서를 토대로, 최근 정책·투자·기술 환경 변화가 국내 딥테크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레달은 보고서를 통해 2026년을 국내 딥테크 생태계의 ‘성패 분기점’으로 규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로 우수 인재 확보, 장기 혁신 중심의 정책 전환, 신생 글로벌 딥테크 기업이 한국에서 출발해 성장하는 생태계 구축을 제시했다.
AI ·시스템 반도체 중심 성장의 한계…딥테크 전반의 구조적 불균형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 한국의 딥테크 산업과 투자 흐름은 AI와 시스템 반도체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있는 성장은 제약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과 투자 자금이 검증된 테마에 반복적으로 쏠리면서, 원자력과 양자기술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한 글로벌 핵심 딥테크 분야에서는 R&D 연속성과 투자 안정성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발표된 리포트 기준 국내 딥테크 리스트에는 AI 및 빅데이터 분야 78개사, 시스템 반도체 분야 14개사가 포함된 반면, 양자기술은 4개사에 그쳤고 원자력 분야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경로를 답습하기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의 모멘텀을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인프라 구축이나 파일럿 단계에 머무르기보다, 제조·디바이스·디지털 서비스 전반으로 확장되는 수직적 밸류 스택을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아울러 우주항공, 양자기술, 차세대 원자력 분야는 현재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나, 한국이 이미 축적해 온 기초과학과 공공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지닌 전략 섹터로 평가됐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는 발사체와 인공위성 기술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 주도의 초기 상용화 단계를 넘어, 가치사슬 전반으로 확장되는 성숙 단계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양자기술과 원자력 분야 역시 민간 스타트업의 조기 등장과 국내외 인재 및 자본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 분야 모두 공공 기초과학 연구 역량은 글로벌 상위권에 속하지만, 민간 시장에 부합하는 솔루션 개발을 위해서는 인재 확보와 지식재산의 신속한 이전, 즉 공공 연구에서 민간 상용화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보고서는 이들 분야에 대한 장기 자본 조달 구조를 마련하고, 연구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는 상용화 경로를 구축한다면, 이들이 향후 수십 년간 한국 경제를 견인할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넘어야 할 세 가지 핵심 관문
우선 국내 STEM 인재 유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국내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 기업의 재무성과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며, 외국인 STEM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유학-취업 연계 경로 강화와 ‘탑티어 F2 비자’ 등 제도의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딥테크 경험을 갖춘 외국인 창업자와 경영진 역시 적극적으로 유입해야 할 핵심 자산으로 평가됐다.
또 보고서는 단기적 의제 중심의 정책 구조를 넘어, 혁신과 사업화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장기적이고 일관된 기술 정책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I와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된 정책 초점을 원자력, 양자기술, 우주항공 등으로 확장하고, 5~10년의 안정적인 R&D 활주로가 필요한 딥테크 연구팀에는 보다 장기적인 재원과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국내 딥테크 기업 엑시트(Exit, 투자 회수)의 87.8%는 정부 지원이 수반되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이뤄졌다. 보고서는 IPO에 과도하게 의존한 조기 엑시트 구조와 상장 이후 부진한 성과가 딥테크 전반의 투자와 창업 유인을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신기술 실증과 초기 사업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사전 허가 중심이 아닌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상장 이전에도 다양한 산업 적용과 수익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 모태펀드를 활용하는 투자 운용사가 단기 테마에 휩쓸리지 않고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장기적 인내 자본 조성 역시 이러한 구조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조건으로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정부 중심의 기존 혁신 모델을 보완해, 신생 딥테크 기업이 차세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주도적으로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즉, 초기 단계에서 국내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을 보완·고도화하도록 장려하고,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기술 개발과 초기 글로벌화를 통해 생태계 전반의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단계부터 스케일업에 이르기까지 예측할 수 있는 자본 조달 메커니즘과 테스트베드 접근성, 명확한 사업화 경로가 함께 마련될 때,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패 분기점’이 될 2026년
레달에서 벤처캐피털 및 프라이빗에쿼티 프랙티스를 이끌고 있는 이한결 리드는 “2026년을 앞둔 지금은 한국 딥테크 산업이 단순한 기술 추격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성패의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기술을 더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고 붙잡을 수 있는 환경과 장기 혁신 중심의 기술 정책의 전환, 그리고 신생 딥테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함께 구축될 때 비로소 한국은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첫 발간된 한국 딥테크 보고서는 한국의 딥테크 산업이 세계적인 기초과학 역량과 우수한 기술 인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중심의 스타트업 문화, 제한적인 투자 회수 방안, 기초과학 연구의 낮은 상용화율, 해외 자본 유입 부족 등으로 인해 구조적인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보고서는 글로벌 자본과 인재 유입을 위한 개방형 정책 전환, 민간 창업 중심의 기술 사업화 체계 확립과 규제 혁신, 해외 M&A와 글로벌 IPO 등 투자 회수 전략의 다변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하반기 업데이트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후 실제 정책과 투자 흐름을 점검하고, 향후 선택의 기준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레달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 딥테크가 단기 유행이나 특정 기술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회복 탄력적이고 혁신 주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신승윤 CP / kiss.sf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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