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기만 하면 뭐하나"…하나은행, AI가 은퇴 후 연금 인출까지 관리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연금은 모으는 것만큼이나 빼 쓰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은퇴 후 30년 가까이 연금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됐지만, 정작 인출 단계의 체계적인 관리 서비스는 부족했다. 하나은행이 이 빈틈을 AI로 채운다.

하나은행(은행장 이호성)은 연금 인출 시기에 체계적인 수익률 관리를 받을 수 있는 'AI 연금투자 인출기 솔루션' 서비스를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개인형 IRP 가입자의 연금 인출 목표에 맞춰 AI가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운용 전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그간 적립 단계에 집중해왔다. TDF(타겟데이트펀드)처럼 은퇴 시점까지 자산을 불리는 상품은 다양하게 나왔지만, 정작 은퇴 후 어떻게 안정적으로 인출하며 자산을 운용할지에 대한 솔루션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수십 년간 모은 연금을 막상 받기 시작하면서야 "어떻게 빼야 손해를 안 보지?"라는 막막함에 직면하곤 했다.

하나은행의 이번 서비스는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다. 인출 기간, 주기, 금액 등 고객별 연금 인출 목표와 자산 규모, 위험 성향, 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다양한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매월 200만원씩 20년간 인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AI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자산 배분과 운용 방식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 솔루션의 핵심은 목표기반투자(GBI, Goal Based Investing) 기술이다. 하나금융티아이의 사내 독립 기업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협업해 자체 개발한 이 모델은 예금상품 추천 모형을 새로 개발하고, 자산배분 모형을 고도화했다. 또 리밸런싱 주기를 6개월로 단축해 시장 환경 변화에도 긴밀히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나리오 기반 검증을 거쳐 다양한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하나은행 측 설명이다.

"생애 전(全) 주기 연금 관리"라는 콘셉트도 주목할 만하다. 적립 단계에서는 TDF 같은 상품으로 자산을 불리고, 인출 단계에서는 이 AI 솔루션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자산 유형별 맞춤형 배분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연금 관리를 책임지겠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영업점 대면 서비스로 출시됐지만, 내년 1분기 중 하나은행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와 인터넷뱅킹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개시할 예정이다.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연금상품지원부 관계자는 "이번 AI 연금투자 인출기 솔루션을 통해 자산 유형별 맞춤형 자산 배분이 가능해졌고, 6개월 주기의 리밸런싱으로 시장 환경 변화에도 긴밀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수명 증가로 연금자산의 적립과 더불어 인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연금 인출 시기에 접어드는 고객들의 성공적인 연금자산 관리를 위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 연금은 이제 '얼마나 모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하나은행의 이번 시도가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