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9.29(화)

[CP’s View] 국민연금, 퇴직연금에 숟가락 얹지 말라

부처간 협의 지연에 연금개혁 표류…국민연금은 본업에 충실해야

성기환 CP

2026-09-28 08:57:2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지연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지연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공동선언문 발표'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을 놓고 고용노동부의 발걸음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8월 초 내놓겠다던 세부안은 9월이 저물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노동부 장관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금융사 CEO 간담회마저 9월 2일에서 15일로, 다시 내달 2일로 두 차례나 연기됐다. 겨우 다시 잡힌 일정을 두고도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개정안 입법예고가 겉도는 표면적인 이유는 '부처 간 협의 지연'이다. 하지만 관가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원론적인 설명 너머, 막전막후에서 벌어지는 정무적 셈법에 주목한다. 바로 국민연금을 기금형 퇴직연금의 수탁·운용기관으로 참여시킬 것인가를 둘러싼 무수한 소문과 진통이다.

산하기관 이사장 '직진'…주무부처 노동부는 '우왕좌왕'
올 2월 노사정 공동선언이 제시한 기금형 퇴직연금 모델은 비영리 연합형, 금융기관 개방형, 공공형 등 세 가지다. 논란의 핵심은 단연 '공공형'이다. 퇴직연금 운용을 국민연금에 맡기는 방안부터 수탁법인의 외부위탁운용관리자(OCIO)로 공단을 참여시키는 방안까지 다양한 주장이 난립한다.

이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의 행보다. 김성주 이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대비 3분의 1 정도 수수료, 3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민간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문제는 근퇴법 개정의 엄연한 주무부처가 고용노동부라는 점이다. 노동부의 정책 트랙 위로 복지부 산하기관 수장의 전방위적 플레이와 정치권 일각의 지원사격이 얹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국민연금 참여를 담은 개정안이 발의된 반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도 나오는 등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모양새다.

여기에 수탁법인 인허가권을 어느 부처가 쥘지를 두고 관계부처 간 줄다리기까지 길어지면서 세부안 발표도 기약 없이 밀리고 있다. 정작 중심을 잡아야 할 노동부가 외풍에 흔들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본업도 흔들리는데 '사적 연금'까지 탐내나

국민연금의 최우선 과제는 공적 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난해 3월 연금개혁 이후에도 정부 공식 추계(기금수익률 4.5% 가정)상 국민연금 기금은 2048년 수지 적자로 돌아서 2064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업의 짐조차 다 덜어내지 못한 국민연금이 기업과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 영역인 퇴직연금 시장까지 손을 뻗치는 것은 공적 연금기관의 본분을 벗어난 일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공단은 별도 계정 운용과 국민연금 수준의 수탁자 책임을 약속한다. 하지만 장부를 나눈다고 해서 공적 자산과 사적 자산이 한 기관의 의사결정에 묶인다는 사실까지 달라지지는 않는다. 관리 부실이 터지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 전체가 떠안게 된다.

'수익률 3배'라는 청사진 역시 현실성을 의심받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근로자 개개인의 퇴직 시점에 맞춰 굴려야 하는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기금과 운용 목적도, 감내할 수 있는 위험도 다르다고 짚었다.

국민연금이 맡으려는 퇴직연금은 오히려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과 성격이 같아 성과도 비슷할 수밖에 없고, 그 자산배분 구조를 감안하면 장기 기대수익률도 4% 초반을 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관제(官制) 연금이 불러올 시장 교란과 생태계 파괴

더욱이 국민연금이 굴리는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1천866조원으로, 550조원 규모인 퇴직연금 시장 전체의 3배가 넘는다. 막강한 공적 신뢰도에 이 같은 규모의 경제까지 앞세운 국민연금이 시장에 뛰어드는 순간, 은행·증권·보험 등 민간 금융사들은 체급이 다른 상대와의 불공정 게임에 내몰린다.

사적 연금 개혁의 본질은 민간 금융사 간의 자율적이고 투명한 경쟁을 유도해 다양한 상품 출시와 수익률 제고를 이끄는 데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공공 공룡'이 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민간의 투자 유인과 혁신 의지는 차갑게 식을 것이 뻔하다.

결국 퇴직연금 시장 전체가 국가 주도의 '관제 연금'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노동부는 주도권을, 금융사는 가입자 신뢰를 되찾아야

연기와 파행을 거듭하는 근퇴법 개정안의 난맥상은 '국민연금 등판'이라는 무리수가 거론된 순간부터 예견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국민연금이 먼저 챙길 것은 공적 연금 본연의 임무다. 노동부 역시 주무부처로서 주도권을 되찾고, 민간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살릴 진짜 개혁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고 민간 금융사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21년간 퇴직연금을 도맡아 온 금융사들은 '높은 수수료, 낮은 수익률(최근 10년 평균 연 2%대)'이라는 비판과 가입자 소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연금 등판론이 탄력을 받은 배경에는 민간 금융사를 향한 가입자들의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사들 역시 자사 이익이 아닌 가입자 수익률을 최우선에 두는 뼈를 깎는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공공이 대신 나서야 한다'는 명분 없는 관제 연금론도 비로소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6,881.46 ▼8.28
코스닥 840.22 ▼6.36
코스피200 1,091.08 ▲1.80

가상화폐 시세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3,000,000 ▼73,000
비트코인캐시 415,800 ▼4,200
이더리움 3,627,000 ▼15,000
이더리움클래식 12,320 ▼150
리플 2,009 ▼16
퀀텀 1,315 ▼13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2,967,000 ▼45,000
이더리움 3,628,000 ▼9,000
이더리움클래식 12,350 ▼130
메탈 425 ▼10
리스크 394 0
리플 2,011 ▼13
에이다 331 ▼4
스팀 85 ▼1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2,980,000 ▼60,000
비트코인캐시 415,800 ▼4,000
이더리움 3,626,000 ▼15,000
이더리움클래식 12,360 ▼120
리플 2,008 ▼18
퀀텀 1,301 0
이오타 7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