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8.20(목)

[K-기업 AX 대전환 ③ 건설업] 30년 노동생산성 정체, AI로 돌파하다

기획·설계·시공 전 밸류체인 AI 중심으로 재편

안재후 CP

2026-08-20 12:24:38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국내 건설업 노동생산성은 장기간 정체·하락 흐름을 보여 왔다. 고령화, 인력 부족, 공사비 폭등, 안전사고.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이제 AI를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GS건설은 120개 언어를 실시간 번역하는 자이 보이스로 다국적 현장의 소통과 안전교육을 혁신했다. DL이앤씨는 팔란티어 플랫폼으로 200개 현장의 데이터를 연결해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플라이휠' 생태계를 구축했다. 현대건설은 BIM 기반 디지털 트윈으로 설계 오류를 미리 차단하고, 삼성물산은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해 반도체·플랜트 건설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GS건설 아파트 현장에서 ‘자이 보이스’를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작업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GS건설]

GS건설 아파트 현장에서 ‘자이 보이스’를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작업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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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외국인 근로자, 이제 말이 통한다
GS건설이 2024년 개발한 'Xi Voice(자이 보이스)'는 한국어를 자동으로 약 120개 언어로 번역해 텍스트로 표현하는 AI 프로그램이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얘기하면 현장의 다양한 국적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모국어로 즉각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핵심은 건설 전문 용어다. 기존 번역 프로그램에서 정확히 번역되지 않던 건설 용어도 각 나라별 언어로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침 조회, 안전교육, 작업 지시 같은 현장 활동에서 즉시 활용되면서 소통 장벽을 없앴다.

자이 보이스는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일부 현장에 시범 운영되었다. 실제 담당자들의 제안에 따라 음성인식이 잘 안 될 때 자판 입력, QR코드를 통한 근로자 모바일 활용, 자료 번역 기능 등이 추가되었다. 현재는 텍스트로만 번역되지만, 각 언어별 음성 출력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며,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한 현장에서도 오프라인으로 작동하도록 설계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한국 건설 현장의 외국인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안전과 품질을 위해 의사소통이 절실해진 현실의 반영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DL이앤씨 마곡 신사옥에 설치된 종합안전관제상황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 마곡 신사옥에 설치된 종합안전관제상황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 200개 현장 데이터가 AI 뇌가 된다
DL이앤씨는 2022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팔란티어의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후 약 4년간 기획·설계·시공·유지보수에 걸친 건설 전 과정의 데이터를 단절 없이 연결했다. 약 200개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지금 AI 분석의 기초가 되고 있다.

이들이 구축한 'DLake' 시스템은 67개 업무 시스템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통합 관리한다. 임직원들이 협력사명만 검색하면 계약 현황부터 품질관리 현황까지 모든 정보가 연결되어 나타난다. 과거 각 부서에서 일일이 데이터를 확보하던 방식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현장 실무에 직접 활용되는 46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일상화됐다.
더 주목할 점은 데이터의 선순환 구조다. 현장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AI 분석을 고도화하고, 그 분석 결과가 다시 사업 기획 단계로 환류된다. 시공 단계에서 축적된 작업지시서 데이터는 계획·의사결정 회의 시스템과 자동으로 연계된다. 유사 현장에서 발생했던 변경 사항과 리스크를 새로운 사업 기획에서 선제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압구정5구역, 목동6단지 재건축 같은 핵심 정비사업에서 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설계 대안 비교, 리스크 예측, 공정·원가 최적화 같은 주요 의사결정이 AI 분석에 바탕을 두고 진행된다. 팔란티어는 2026년 4월 인천에서 열린 APAC 서밋에서 DL이앤씨를 건설 분야 유일 발표사로 초대했다.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평가한 것이다.

현대건설에서 제공한 'LH 본사 신사옥 BIM 시공' 이력.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에서 제공한 'LH 본사 신사옥 BIM 시공' 이력.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가상 세계에서 먼저 짓는다
현대건설은 BIM(건축 정보 모델링)과 AI를 결합한 디지털 트윈 기술로 설계 오류를 미리 잡아낸다. CDE(공동 설계·시공 정보 관리 환경)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에 모든 설계와 시공 정보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공유한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파나마의 지하철 3호선, 국내의 고속도로 건설 등 국내외 현장에 CDE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본사와 현장, 멀리 떨어진 관계사들이 동시에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무인드론이 촬영한 데이터와 BIM 정보는 'HIBoard'라는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으로 공유된다.

현장의 붕괴·안전사고 위험을 AI CCTV와 센서가 실시간 감지한다. 콘크리트 품질도 AI가 엄격하게 관리한다. 설계 단계의 데이터를 시공에 연동해 공정과 물량을 정밀화하는 기술도 활용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5년간 스마트 건설 챌린지에서 연속 수상했다. BIM 설계 패키지, 드론 기반 균열 탐지 시스템, AI 자동 배근 기술 등 건설 전 분야에서 AI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데이터팀이 AI 프로젝트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물산 데이터팀이 AI 프로젝트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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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입찰부터 현장까지 AI로 재설계한다
삼성물산은 건설 현장의 의사결정 구조를 AI로 완전히 바꾸려고 한다. AWS와 공동 개발한 3대 AI 에이전트를 내년부터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첫 번째는 'AI-ITB Reviewer'다. 입찰제안서의 방대한 조건을 자동 분석해 리스크를 신속하게 식별한다. 과거엔 경험 많은 담당자가 며칠을 들여 조건을 읽어내야 했다면, 이제 AI가 패턴을 찾고 위험 신호를 선제적으로 제시한다.

두 번째는 'AI-Contract Manager'다. 계약서와 법무 문서를 자동 분석해 위험 요소를 미리 찾아낸다. 법무팀의 리뷰를 통과해야 하는 계약이 이제 AI가 선제적으로 문제를 지적한다.

세 번째는 'AI-Project Expert(AIPEX)'다. 건설 현장 전역에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해 숨겨진 인사이트를 발굴한다. 설계·시공·품질·원가 등 모든 데이터가 연결돼 의사결정이 정밀해진다.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프로젝트 규모가 크고 복잡한 건설업에서 AI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며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를 AI와 연결해 전략적 파트너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다. 건설의 승부처가 '현장 인력'에서 '리스크를 먼저 찾아내고 일관되게 관리하는 능력'으로 완전히 옮겨진다는 뜻이다. 2026년부터 3년간 건설업 전 영역을 AI 중심으로 지능화하는 로드맵도 발표했다.


경험에서 데이터로, 직감에서 알고리즘으로
네 건설사의 사례는 같은 지점을 향한다. 개인의 경험과 판단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그 축적이 조직의 지능으로 변환되는 지점이다.

DL이앤씨의 200여 개 현장 데이터 체계를 보면 이 변화가 선명해진다. 시공 단계의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분석의 참조 가치와 활용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가 다시 사업 기획을 정밀화한다. 압구정5구역 같은 새 프로젝트에 적용될 때, AI 분석은 단순 도구를 넘어 의사결정을 돕는 전략적 자산이 된다.

현대건설의 BIM·디지털 트윈, GS건설의 자이 보이스, 삼성물산의 AI-ITB·AIPEX는 역할이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건설은 이제 경험과 직관만으로 움직이던 산업이 아니다. 현장의 숙련 위에 데이터가 쌓이고, 그 위에서 알고리즘이 제안을 던진다. 담당자는 그 제안을 검증하고 실행한다. 인력과 기계가 중심이던 현장에 정보 흐름이 더해지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전환을 제도로 뒷받침한다.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모든 공공 공사에 BIM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2026년부터 500억 원 이상, 2028년부터 300억 원 이상), 서울시는 2030년까지 모든 공사에 스마트 건설 기술 적용을 목표로 삼았다. 제도가 도입 속도를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동하면서, 현장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준비해야 할 일정이 된다.

다만 과제가 남는다. 효과는 아직 도입 초기여서, 2026~2027년 수주 현황, 원가 편차, 안전 지표 같은 숫자로 검증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기업과 협력사·중소 현장 사이의 데이터 격차, AI 제안에 대한 책임 소재 정리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술 도입만으로는 업계 체질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

방향은 이미 드러났다. 건설 경쟁력의 무게 중심이 '개인 숙련'에서 '데이터를 읽고 알고리즘 제안을 검증하는 조직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성과는 2026~2027년 실적과 현장 지표가 가늠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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