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하이닉스·TSMC는 치고 나가는데 …
2022년 43조3766억원이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23년 6조5670억원으로 떨어졌다. 핵심 사업인 D램이 흔들리면서 반도체(DS) 부문 적자가 커졌다. 이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를 늦추지 않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1992년 이후 D램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 온 삼성전자는 지난해 선두 자리를 내줬다. 파운드리에서도 점유율 1위인 TSMC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2024년 영업이익은 32조7260억원으로 반등했지만 2022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첫 현장 행보지로 택한 삼성리서치
이 회장은 2024년 1월 삼성리서치를 첫 현장 행보지로 택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 생존과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전영현 부회장을 DS 부문장으로 세우고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게 해 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되찾았다. 올해 2월에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를 양산 출하했고, 5월에는 7세대 HBM4E 12단 제품의 샘플 공급을 발표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39.4%, 낸드 점유율은 29.3%로 각각 1위다.
영업이익은 다시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43조601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254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민간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분기 연결 매출은 195조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권가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평균 372조7568억원으로 전망한다. 이는 이 회장이 취임한 2022년의 약 9배에 이르는 규모다.
사법 리스크도 정리됐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유산 약 26조원에 따른 총수 일가의 상속세 약 12조원도 올해 4월 납부가 마무리됐다.

글로벌 빅테크와 현장 잇는 경영
이 회장은 실적 회복 이후에도 현장 경영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다프라 가스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아 공사 일정과 안전 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삼성물산과 삼성E&A 경영진과 중동 시장의 변화, 신규 사업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지난해 '깐부 회동'을 가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리사 수 AMD CEO 등과도 협력의 폭을 넓혀 왔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이건희 선대회장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고, 이후 사장단과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의 선밸리 로지에서 열린 앨런 앤 컴퍼니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2026.07.07 [사진=연합뉴스AFP]](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102710545909935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의 선밸리 로지에서 열린 앨런 앤 컴퍼니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2026.07.07 [사진=연합뉴스AFP]
반도체 밖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확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냉난방공조 업체 플랙트도 인수했다. 이 회장이 인수를 주도한 하만은 차량용 디지털 콕핏 사업을 확대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재계는 로봇, 전장, 차세대 통신, 바이오를 다음 투자 후보로 보고 있다. 적자가 이어지는 비메모리와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을 회복하는 일도 함께 과제로 남아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AI 대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사장단 전원이 AI 교육을 받았고, 모든 관계사가 외부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회장은 천안 HBM 생산라인을 직접 점검하며 AI 메모리 기술 개발을 챙기고 있다.
인재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임원 세미나 영상 메시지에서 "경영진보다 훌륭한 특급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4대 그룹 가운데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이어 가는 유일한 기업이다.
노-노 갈등 해소, 가장 시급한 과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조직 내부의 갈등이다. 역대 최대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두고 DS 부문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했다. 지난 5월에는 파업까지 시도했지만 노사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그러나 부문과 사업부 사이의 성과급 격차에 대한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DX 부문은 벌어지는 격차에 반발하고 있다. 내년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는 노조끼리 세를 불리며 주도권 다툼까지 벌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 삼성'을 만들어 사업 부문과 계열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뉴삼성' 구상을 실현하려면 노노 갈등을 하루빨리 봉합해야 한다고 본다.
새 변수 떠오른 중국 기술 추격
중국 기업의 기술 추격도 새로운 변수다. 이 회장의 경영 책임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진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서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 책임 경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7일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취임 4주년과 관련한 별도 행사나 경영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8일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이건희 선대회장 6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해 신임 임원과 우수 직원을 격려할 전망이다.
4년 동안 반도체 경쟁력을 되찾은 이 회장에게 다음 4년의 평가 기준은 AI·반도체 중심 경영을 이어 가는 힘과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리더십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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