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30(금)

[Ceo's Decision] 日 증권사 품은 박현주 회장의 노림수는?

산코증권 인수 476억원 … 라이선스로 여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

안재후 CP

2026-10-30 10:48:12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다음 세대의 도약 그리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다음 세대의 도약 그리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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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미래에셋증권이 일본 산코증권 인수를 확정하면서 국내 증권사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현지 증권사를 직접 품게 됐다. 인수 대금은 476억원에 불과하지만, 이 거래의 무게는 금액보다 면허에 있다. 일본 증권업의 진입 장벽을 넘는 '통로'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글로벌 금융 플랫폼 구상이 일본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국내 증권사 최초 일본 직접 인수
미래에셋증권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중간 지주사(US홀딩스)를 통해 일본 오카산증권그룹 산하 산코증권의 지분 100%를 취득하기로 했다. 인수 대금은 50억엔(약 476억원)이다. 취득 자금과 운영 자금을 포함해 중간 지주사에 총 120억엔(약 1006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산코증권은 인지도가 높은 증권사가 아니다. 순이익은 올해 3월 기준 4800만엔(약 4억원)에 그쳤다. 주로 회사 자금을 굴리는 자기매매에 특화돼 기존 고객 기반도 넓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증권이 인수를 결정한 데에는 다른 계산이 있었다.

소형 증권사를 택한 이유, 면허
일본에서 증권사 라이선스를 새로 얻기는 쉽지 않다. 자본시장 규제가 까다로워, 해외 기업은 이미 면허를 갖춘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대만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을 인수해 유안타증권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산코증권이 보유한 일본 '제1종 금융상품 거래업자' 등록을 승계한다. 주식과 채권의 매매와 인수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이다. 회사 측은 산코증권의 자기매매 사업을 보강하고 현지 운영 기반을 다진 뒤, 관계 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쳐 리테일 사업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카산증권그룹과 상품·서비스 분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 뒀다.

일본 저축이 투자로 옮겨 가는 기회
일본 정부는 약 2000조엔으로 추정되는 가계 저축을 자본시장으로 끌어오는 '머니무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형 비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N-ISA)도 도입했다. 버블 붕괴 이후 주식시장을 떠난 개인을 다시 투자로 이끄는 것이 정책의 핵심 과제다.

연세대 현석 교수는 "미래에셋은 이미 일본 내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합작법인 '글로벌X재팬'을 운영해 왔다"며 "라이선스를 하나 더 취득해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일본 시장의 성장 기회를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인 자산이 투자로 옮겨 가는 시점에 증권사를 확보하려는 판단이다.

계열사 시너지로 키운 ETF 사업
미래에셋그룹은 ETF를 해외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아 왔다. 2011년 캐나다 ETF 운용사 호라이즌스 ETFs를 인수했고, 2018년에는 미국 테마형 ETF 강자 글로벌X를 539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이후 성과는 뚜렷하다. 호라이즌스는 '글로벌X 캐나다'로 통합된 뒤 운용 자산이 인수 당시 4조원에서 지난해 말 52조원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글로벌X의 운용 자산도 인수 당시 80억 달러에서 올해 5월 말 약 986억 달러로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글로벌X의 ETF 운용 역량과 성장 중인 일본 증권업을 연결하는 사업 구조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쉐어칸에서 산코까지, 이어지는 해외 포트폴리오
미래에셋의 해외 확장은 ETF에 머물지 않는다. 2022년에는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스탁스팟과 유럽 ETF 시장조성 전문 회사 GHCO를 인수했다. 2024년 11월에는 인도 증권사 쉐어칸의 지분 100%를 약 4800억원에 확보했다. 5년 안에 인도 5위권 증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번 산코증권 인수는 쉐어칸 이후 약 2년 만의 현지 증권사 인수다.

이런 확장은 실적으로도 이어진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약 6091억원으로, 해외 진출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다. 연결 세전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다. 올해 6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홍콩과 미국, 인도, 베트남 등 11개 지역에서 현지법인 25개와 사무소 3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인력은 약 5300명이다.

미래에셋 3.0이 던지는 질문
박현주 회장은 글로벌 투자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미래에셋 3.0' 비전을 내놨다. 금융 네트워크를 넓히고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유기적 성장과 M&A를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앞으로도 M&A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인수한 현지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수익으로 이어지느냐다. 산코증권은 현재 수익성이 낮다. 면허와 고객 기반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일본 사업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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