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의 공세를 넘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명품백 논란만큼은 민심에 더 가까운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묘수를 찾기 위한 한 위원장의 고심도 깊어지는 형국이다.
여론을 고려하면서도 자칫 당정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총선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21일 현재 명품백 논란을 털고 가야 한다는 주장은 한 위원장이 영입했거나 총선을 앞두고 입당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최근 "적어도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대통령실이) 사실관계를 말씀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총선 영입 인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김 여사가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김 여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람들이 기획한 '함정 몰카'라고 전제하면서도 "국민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보조를 맞췄다.
또 김경율 비대위원 등의 김 여사 사과 요구에 대해선 "국민의힘은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 정당이고, 여러 의견을 허용하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명품백 논란의 본질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한 여권 주류의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종전과는 달라진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총선 정국 돌파를 위해 '명품백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 위원장 취임 후 '대권 잠룡'으로서 개인 지지율은 올랐으나 당 지지율은 30% 중반대를 답보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거론되는 것 역시 한 위원장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끌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명품백 논란을 둘러싼 한 위원장의 언급은 당정 관계 측면에서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당내에선 대통령실과의 교감 아래 이뤄졌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반론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오랜 신뢰 관계가 있는 사이"라며 갈등설을 부인했다. 한 위원장도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실이 당의 전략 공천 문제를 두고 이례적으로 입장을 낸 것이 명품백 논란을 둘러싼 한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불편한 심경을 피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한 위원장은 명품백 문제를 지적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식화했고, 해당 지역의 당시 당협위원장이 반발하는 일이 빚어졌다.
이후 대통령실은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면 특혜처럼 보이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지역 등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떤 사례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시기적으로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실 입장을 보면 명품백과 관련한 한 위원장의 발언이 대통령실과 교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품백 논란을 둘러싼 당의 대응 수위가 당정 관계와 맞물리는 형국이 되면서 '정치 신인'이지만 데뷔부터 당을 대표하는 중책을 맡은 한 위원장의 리더십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출마자를 중심으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김 여사 결자해지론'과 명품백 논란이 의도적인 '정치 공작의 결과물'이라는 주류의 입장 사이에서 한 위원장이 입지가 난처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한 위원장 입장이 민심을 고려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몰카 공작에 대한 비판보다 김 여사를 너무 몰아세우는 것처럼 보여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자료=연합)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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