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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新 혼맥 ⑤ 이병철 가문] 87년 혼맥 제국. 삼성·CJ·신세계·한솔 통해 520조 경제 생태계 만들다

의료에서 언론, K컬처까지 4세대 통해 전방위 네트워크 구축

안재후 CP

2025-06-04 11:13:5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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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대구에서 작은 상회 하나를 연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가 그려낸 청사진이 87년 만에 한국 경제의 거대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정략결혼을 넘어서 의료, 정치, 금융, 언론, 기술 등 핵심 분야와의 체계적인 연결고리를 구축한 이병철 회장의 혼맥 네트워크는 2025년 현재 총 자산 520조 원, 임직원 68만 명 규모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로 진화했다.

개인적 선택 넘어 기업 성장의 전략적 토대

이 네트워크의 시작은 1948년부터 1967년까지 이어진 이병철 회장의 5명 자녀들의 결혼이었다. 이들의 결혼은 삼성상회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토대가 됐다.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1948년 11월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중매로 조운해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과 결혼한 것은 의료 네트워크 확보의 시작점이었고, 이는 훗날 한솔그룹 설립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조운해 전 이사장은 경북고,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원에서 소아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의사였다.

장남 이맹희 전 회장은 손영기 전 경기도지사의 딸 손복남 여사와의 결혼을 통해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손영기 전 지사는 농림부 양정국장을 지낸 일제강점기 관료 출신으로 이병철 회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차남 이창희 씨의 결혼이었다. 그는 일본 미쓰이물산 중역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한국과 일본 재계를 직접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고, 이는 1970년대 한일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때 삼성에게 결정적인 우위를 안겨주었다.

삼남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중앙일보 창간주 홍진기 회장의 딸 홍라희 여사와 결혼한 것은 언론과 문화계 네트워크 구축의 핵심이 되었으며, 막내딸 이명희 여사가 컬럼비아대 출신 정재은 씨와 결혼한 것은 미국 네트워크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4대 그룹으로 확산된 거대 경제 생태계

87년이 흐른 지금, 이병철 회장의 혼맥은 삼성, 신세계, 한솔, CJ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총 27개 핵심 라인을 형성하며 한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그룹의 총 자산은 520조 원, 연간 매출은 280조 원으로 한국 GDP의 23.6%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이 380조 원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하며, 신세계가 85조 원(16%), CJ가 35조 원(7%), 한솔이 20조 원(4%)의 비중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들 그룹 간의 결속은 단순한 혈연관계를 넘어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로 발전했다. 삼성생명은 신세계 지분 8.2%와 CJ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차 투자 규모는 총 4조7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각 그룹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위기 상황에서는 서로를 지원할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각 그룹은 고유한 특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은 연간 25조 원의 R&D 투자를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세계는 SSG 통합 플랫폼을 통해 O2O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2024년 온라인 매출 12조 원을 기록했다. CJ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주도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52%까지 증가했고, 한솔은 친환경 소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해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재계 新 혼맥 ⑤ 이병철 가문] 87년 혼맥 제국. 삼성·CJ·신세계·한솔 통해 520조 경제 생태계 만들다


홍라희 여사 통해 언론·문화 네트워크 형성

이병철 회장의 자녀들이 구축한 1세대 혼맥을 바탕으로 2-3세대는 더욱 정교하고 전문화된 네트워크 확장을 이뤄냈다. 삼성가의 경우 이건희 전 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결합을 통해 언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홍라희 여사는 중앙일보 상무, 호암미술관 관장,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문화예술계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2004년 서울 한남동에 리움미술관을 개관해 관장을 맡으며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지를 조성했다.

이건희 전 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1남 3녀는 각각 차별화된 영역에서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998년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딸 임세령 대상 부회장과 결혼해 식품업계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비록 2009년 이혼했지만, 이를 통해 아들 이지호 씨와 딸 이원주 씨라는 4세대 핵심 인물들이 태어났다.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999년 단국대 전자계산학과 출신 임우재 씨와 결혼해 IT 분야와의 접점을 만들었다. 2020년 이혼했지만 아들 임동현 씨를 통해 호텔업계의 차세대 리더십을 준비하고 있다.

둘째 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2000년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아들 김재열 삼성 글로벌 리서치 사장과 결혼해 언론계와의 또 다른 연결고리를 구축했다. 이들 부부는 네 자녀를 두며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다.



신세계가의 유통·문화예술 결합 전략

신세계가는 유통과 문화예술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전략을 구사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현 이마트 회장)은 1995년 배우 고현정과 첫 결혼하여 정해찬(1998년생), 정해인(1999년생) 남매를 두었으나 2003년 이혼했다. 이후 2011년 작고한 한상범 대한항공 부사장의 딸인 플루티스트 한지희와 재혼해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 한지희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예비음대를 졸업하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한 재원으로, 현재 성신여대 객원교수로 재직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회장(1972년생)은 2001년 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널 부사장과 결혼했다. 문성욱은 미국 시카고대학과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으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거쳐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해외 패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문서윤(2002년생)과 문서진(2005년생) 두 딸을 두고 있으며, 정유경의 디자인 감각과 문성욱의 경영 전문성은 신세계그룹의 패션 사업 확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솔가의 친환경 기술 리더십

한솔가의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은 친환경 기술 리더십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그녀는 한솔케미칼을 4744억 원에서 1조 1971억 원으로 성장시켰으며, ESG 중심의 사업 전환을 통해 바이오 플라스틱 분야에서 세계 3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특히 조성민 한솔홀딩스 부사장이 2021년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딸 정정은 씨와 결혼한 것은 삼성과 현대 간 최초의 직접적인 혼맥을 형성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조성민 부사장은 이병철 회장의 증손자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진외종조부다. 정정은 씨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다.



CJ가의 K-콘텐츠 제국 건설

CJ가는 K-콘텐츠 제국 건설의 선봉에 서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김치박사' 김만조 박사의 딸 김희재 여사와 결혼한 것은 K-푸드 세계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하버드 MBA 출신으로 '오징어 게임', '킹덤' 등 글로벌 히트작 제작에 관여하며 K-드라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들의 활동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

현재 이병철 가문의 4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환경과 디지털 기술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해외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문화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 반경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글로벌 혼맥 새로운 패러다임 만든 4세대

삼성의 이지호 씨(2000년생)는 영훈초등학교를 다니다 미국 코네티컷주 명문 보딩스쿨 '초트 로즈메리 홀'에 진학했으나 자퇴했다. 이후 애플비 칼리지와 파리 정치대학을 거쳐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생 이원주 씨(2004년생)는 시카고 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2022년 아버지 이재용 회장과 함께 현대차 정의선 회장 장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며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세계의 문서윤 씨(2002년생)는 컬럼비아대학에 재학 중이며, 인스타그램에서 10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영어 이름인 애니(Annie)와 여동생의 영문명 테일러(Taylor)를 활용한 상표를 여러 개 등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패션·뷰티 브랜드 론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솔의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은 독일 BASF, 네덜란드 DSM 등 유럽 화학업계 임원진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친환경 기술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그녀의 네트워크는 한국의 친환경 기술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CJ의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넷플릭스, 할리우드 프로듀서들과의 협력을 통해 2024년 500억 원 규모의 한-미 콘텐츠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이는 K-콘텐츠가 단순한 수출 상품을 넘어 글로벌 문화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글로벌 경제 생태계의 핵심 노드로 진화

현재 이병철 가문의 혼맥 네트워크는 22개국 342개 기업과 연결되어 있다. 북미 78개 기업(실리콘밸리 테크 32개, 월스트리트 금융 24개), 유럽 89개 기업, 아시아 175개 기업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한국 재벌의 네트워크를 넘어 글로벌 경제 생태계의 핵심 노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4세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혼맥은 기존의 정략결혼 개념을 넘어서 문화적, 기술적, 창업적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를 서비스업, 기술업, 문화산업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었던 경제 협력이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확장되면서 한국 경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938년 대구 삼성상회에서 시작된 이병철 회장의 혼맥 전략은 87년 만에 한국 경제의 23.6%를 차지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현재 4세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혼맥은 한국 경제의 세계화를 견인하는 동시에, 전 세계 경제 생태계에서 한국의 영향력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가문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한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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