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명예회장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결혼했을 때”
정몽구(1938) 명예회장과 고 이정화(1939-2009) 여사의 만남은 현대가의 '연애결혼' 전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정화 여사는 북한 출신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숙명여고를 졸업한 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 재학 중 정몽구 회장과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정몽구 회장은 사석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결혼했을 때"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고 이정화 여사와 금슬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정화 여사는 전형적인 현대가의 며느리로서 대외활동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평생 묵묵히 남편과 아들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그녀는 1남 3녀를 두었으며, 2009년 10월 담낭암으로 70세의 나이에 별세하기까지 현대가의 실질적 맏며느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장녀 정성이(1962년생) 이노션 고문은 1985년 선두훈(1957)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했다. 정성이 고문은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만 22세에 선두훈 이사장과 결혼한 뒤 1남 1녀를 두었다.
선두훈 이사장은 의료계에서 저명한 인물로,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선호영 박사의 아들로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일하며 인공관절수술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2000년 인공관절 전문 개발업체인 코렌텍을 창업했다. 선두훈 이사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셋째 사위인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현 삼우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경영을 맡은 동서들과 달리 의사 일에만 전념한 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성이 장녀 선아영, 탤런트 길용우 아들과 혼인
정성이 고문은 현대차그룹의 광고 마케팅을 총괄하는 이노션의 핵심 인물로, 그룹의 브랜드 전략을 이끌어왔다. 특히 그녀는 2020년 한남동 고가 부동산 두 곳을 자녀들에게 증여하며 화제가 되었는데, 증여된 부동산 가치만 12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가의 탄탄한 자산 기반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성이 고문의 장녀 선아영(1986) 씨는 2016년 탤런트 길용우(1955)의 아들 길성진(1986) 씨와 결혼해 재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길성진 씨는 결혼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으며, 현재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차녀 정명이,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결혼
정몽구 명예회장의 차녀 정명이(1964) 현대커머셜 사장은 정태영(1960) 현대카드 부회장과 결혼하여 현대차그룹의 금융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종로학원을 세운 정경진 씨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01년 기아자동차 자재본부 본부장, 2003년 1월 현대카드 부사장을 거쳐 2003년 10월부터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다 현재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03년 사장 취임 첫해에 1.8%에 불과했던 현대카드 시장 점유율을 25년 1분기 19.8%까지 끌어올리며 현대카드를 국내 카드업계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글로벌 스포츠 인맥으로 확장되는 4세대
정태영-정명이 부부는 1남 2녀를 두었으며, 장남 정준(1994) 씨는 2022년 프로골퍼 '리디아 고(1994, Lydia Ko)'와 결혼하여 글로벌 스포츠 인맥을 형성했다. 정준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 매케나칼리지를 졸업하고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IT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2021년 봄부터 정준씨와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했으며, 둘은 미국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라운드를 하며 애정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4월에는 장녀 정유미(1987) 씨가 서울 명동성당에서 일반인과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이 결혼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대가 주요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막내딸 정윤이, 신성재와 결혼 18년만에 이혼
정몽구 명예회장의 막내딸 정윤이(1968)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은 신용인 삼우그룹(현대차그룹의 주요 협력사) 회장의 아들인 신성재(1968) 삼우 부회장과 1997년 화촉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결혼 18년 만인 2014년 3월 이혼하여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혼 후 정윤이 사장은 독립적인 경영 역량을 더욱 강화하여, 2023년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등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량을 승계하며 해비치호텔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현대가 3세대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독립적인 경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의선 회장, '연애결혼' 전통 계승 정지선과 결혼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인 정의선 회장(1970)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정지선(1973)씨와 연애 결혼하여 1남2녀를 두었다. 정지선씨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으며, 장인인 정도원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 부부는 현대가의 전통적인 '연애결혼' 가풍을 이어받았으며, 이러한 전통은 4세대에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장녀 정진희(1996) 씨는 2022년 6월 김지호(1995, 김우중 대우 창업자의 형 아들) 씨와 결혼했다. 정진희 씨는 미국 동부의 웰즐리대학을 졸업한 이후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고, 김지호 씨는 미국 조지타운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교육정책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중 만나 사귀다가 결혼에 이르렀으며,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흥미롭게도 정의선 회장의 사돈인 김선욱 씨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박사 출신으로, 에너지·파워 전문벤처기업 '네스캡'을 창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대차와의 연결고리는 현대차가 네스캡 출자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이는 정주영 창업주부터 이어져온 현대가의 '연애결혼' 전통이 4세대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혼맥 네트워크의 특징과 전략적 의미
정몽구 명예회장 가문의 혼맥 네트워크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먼저 연예결혼 전통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주영 창업주가 강원도 통천에서 변중석 여사를 만난 것처럼, 재벌과의 화려한 정략 결혼 보다는 자연스러운 만남과 연애를 통한 결혼을 선호해왔다. 이러한 전통은 4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혼맥이 의료계(선두훈), 연예계(길성진), 금융업계(정태영), 협력업체(신성재), 스포츠계(리디아 고) 등 사회 각 분야로 확장된다는 특징도 있다. 이는 그룹의 사업 영역 다각화와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와 결합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의료계 권위자인 선두훈, 금융업계의 혁신가인 정태영, MIT 박사 출신 벤처기업가인 김선욱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혼맥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사업 다각화와 전문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유학 중 만난 커플들이 많다는 점에서 현대가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과의 혼맥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골퍼 리디아 고와의 결합은 글로벌 스포츠 네트워크까지 확장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무분별한 정략결혼 보다 선별적 재계 혼맥 중시
현대차그룹 3~4세가 사돈을 맺은 재계 기업으로는 삼표그룹과 애경그룹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정의선 회장이 삼표그룹과 그리고 4세대에서 정성이 고문의 아들이 애경그룹과 혼맥을 형성했다. 이러한 선별적 재계 혼맥은 무분별한 정략결혼 보다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의선 회장의 장녀 정진희를 비롯한 4세대들이 성장하면서, 이들이 구축해 나갈 새로운 혼맥 네트워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2020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안정적인 경영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4세대들의 혼인과 그를 통한 네트워크 형성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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