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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조현준 회장, 왜 베일에 쌓인 ‘테크펀드’에 지분을 팔았나

상속세 마련 넘어 전략적 지배구조 재편과 사업경쟁력 강화 포석

안재후 CP

2025-05-26 11:19:10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효성)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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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 회장이 효성중공업 지분 4.90%를 미국계 글로벌 테크 펀드에 총 2596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상속세 재원 마련을 넘어서, 외부 장기 자본 유치를 통한 전략적 지배구조 재편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최근 부친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에 따라 1000억원 이상의 거액 상속세 납부가 예정돼 있어, 이번 매각이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중공업 공시에 따르면 조 회장은 22일 장외 시간외매매(블록딜)를 통해 주식 45만6903주(4.90%)를 처분했다.

4.90% 45만6903주 2596억 받고 팔아

매각가는 전일 종가인 59만 3000원 대비 약 4.2% 할인된 56만 8100원으로 결정됐으며, 블록딜 주관사는 맥쿼리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별도의 북빌딩 절차 없이 소수 투자자에게 직접 중개하는 '클럽딜'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분 매각 후 조 회장의 효성중공업 지분율은 14.89%에서 9.99%로 하락했다. 다만 여전히 단일 개인으로서는 ㈜효성(지분율 32.47%) 다음가는 주요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거래에서 주목할 점은 매수자가 단순 재무투자자가 아닌, 미국의 글로벌 장기 투자형 테크 펀드라는 사실이다. 운용자금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이 대형 펀드는 한국 전력 솔루션 분야의 미래 성장성을 높게 보고, 효성중공업의 중장기 가치를 판단해 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테크펀드의 구체적인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공시 및 언론 보도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테크펀드', '메이저급 장기 투자사', '분야별 핵심 성장주 투자에 주력하는 펀드' 등의 표현만 사용되고 있을 뿐, 정확한 펀드명이나 운용사명, 투자자 구성, 구체적인 투자 이력 등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베일에 쌓인 글로벌 장기 투자형 테크펀드

업계에서는 이 펀드가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연기금 등 다양한 형태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성격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최근 미국 내에서 전력,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는 대형 투자기관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효성 측은 "해당 펀드와 협력 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사전 협의가 있었다"며 "분야별 핵심 성장주 투자에 주력하는 펀드로, 장기적 관점의 전략적 투자"라고 밝혔다. 즉, 단순히 주식을 넘긴 것이 아니라 미래 사업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성격의 거래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이 이뤄질지, 이 펀드가 효성중공업의 경영에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펀드의 정체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향후 이사회 참여 여부나 경영진 파견, 기술 협력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번 거래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효성 조현준 회장, 왜 베일에 쌓인 ‘테크펀드’에 지분을 팔았나


익명성 유지하는 테크펀드, 전략적 의도인가

특히 이번 거래가 남다른 점은 익명이 철저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상 일정 규모가 되는 블록딜에서는 매수자의 정체가 어느 정도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거래에서는 ‘미국 테크펀드’ 라는 모호한 명칭만 언급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러한 익명성 유지가 전략적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대형 펀드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나 전략이 공개될 경우 다른 경쟁 펀드들의 모방 투자나 주가 조작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전력 인프라 기업에 대한 투자가 향후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펀드 입장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측으로는 이 펀드가 향후 한국의 다른 전력·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현재의 익명성은 향후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때까지의 일시적 조치일 수도 있다.

지배력 일부 희석 vs 해외 투자자 기반 확대

이번 거래로 조 회장의 직접 지분율은 10% 아래로 낮아졌지만, ㈜효성을 통한 지배 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평가다. 그러나 동시에 글로벌 장기 투자자가 주요 주주로 새롭게 들어오면서 효성중공업의 기업가치와 ESG 신뢰도, 해외 협력 네트워크는 강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문제는 이 새로운 주주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펀드의 정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들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통해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설 것인지가 불투명하다. 이는 기존 주주들과 경영진에게는 기회이자 동시에 불확실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23일 효성중공업은 오전 한때 3%포인트 가량 하락하기도 했으나, 미국 펀드와의 장기투자 관계 구축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1.18% 상승한 6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해외 대형펀드가 효성중공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수천억원 단위의 투자를 했다는 점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 제공=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 제공=효성중공업



블록딜 전해지자 3%p 하락하다 1.18%p 상승 마감

실제로 효성중공업은 미국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매출 1조761억원, 영업이익 10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3%, 82.2% 증가한 수치로,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2024년 연결 매출은 4조8950억원, 영업이익 36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13.8%, 40.6% 성장했다.

현재 효성중공업의 북미 매출 비중은 20% 후반대로 분석되며, 미국에서의 초고압 변압기 사업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붐에 힘입어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30% 이상 상승해왔다.

이번 거래는 조 회장이 단순히 세금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과 연계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효성중공업에 심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향후 이 테크펀드가 어떤 방식으로 효성과 협력할지, 효성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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