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5조원 규모 경제 생태계 구축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분석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매출 상위 100곳(공기업·금융사 제외)의 2024년 경제 기여액은 총 1,615조1,7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554조9,360억원) 대비 3.9% 증가한 수치로, 60조2,423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경제 기여액은 기업이 경영 활동을 통해 창출한 경제적 가치의 총액으로, 협력사에 지급하는 거래대금,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급여,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이자,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지급한 비용의 합계를 의미한다.

이해관계자에게 지급한 경제적 가치 총액
개별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157조5,376억원의 경제 기여액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147조1,710억원) 대비 7.0% 증가한 수치로, 100대 기업 전체 경제 기여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9.5%에서 2024년 9.8%로 0.3%포인트 상승했다.
2위와 3위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차지했다. 현대차는 115조2,187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고, 기아는 86조5,890억원을 기록했다. 흥미롭게도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경제 기여액은 201조8,077억원으로 삼성전자보다 44조2,701억원 많아 그룹 차원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더 큰 경제적 영향력을 보여줬다.
4위부터 10위까지는 LG전자(74조244억원), 현대모비스(52조1,965억원), GS칼텍스(45조6,535억원), SK에너지(41조2,588억원), 포스코(38조8,121억원), 삼성물산(38조4,301억원), LG화학(37조8,88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기아, 증가폭 1위…LG에너지솔루션, 감소폭 최대
지난해 100대 기업 중 경제 기여액이 증가한 기업은 75곳, 감소한 기업은 25곳으로 나타났다. 경제 기여액 증가폭 1위는 기아가 차지했다. 기아는 12조7,023억원이 늘어나며 전체 증가폭 1위를 기록했는데, 특히 협력사 관련 비용이 12조원 가량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어 SK하이닉스(10조6,596억원↑), 삼성전자(10조3,666억원↑), 현대건설(3조9,470억원↑), 현대차(3조8,289억원↑), LG디스플레이(3조4,906억원↑), LG전자(2조4,443억원↑) 등의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반면 경제 기여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7조5,751억원 줄어들었다. 2023년 26조7,467억원에서 2024년 19조1,716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것이다. 이어 LG화학(6조1,728억원↓), 삼성SDI(5조2,940억원↓), 현대모비스(3조2,061억원↓), 현대제철(2조1,495억원↓), 한화솔루션(1조4,484억원↓) 등의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법인세 등 세금납부 들어 정부 부문 65.8% 급증
이해관계자별 경제 기여액을 살펴보면, 사회 부문만 전년 대비 3.0% 감소했고 나머지 부문은 모두 증가했다. 특히 정부 부문은 65.8% 증가한 26조8,627억원을 기록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법인세 등 세금 납부가 크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협력사 부문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1,325조2,996억원으로 여전히 경제 기여액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임직원 부문은 10.6% 늘어난 205조8,918억원, 주주 부문은 9.8% 늘어난 31조563억원, 채권자 부문은 10.7% 늘어난 24조6,46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IT전기전자 업종 370조 압도적 1위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 업종이 370조2,414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포함된 이 업종은 18조6,225억원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어 석유화학(312조5,068억원), 자동차·부품(303조5,398억원), 건설·건자재(123조3,809억원), 조선·기계·설비(87조699억원), 철강(69조2,186억원), 유통(68조5,830억원)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 업종에서 경제 기여액이 증가했지만, 석유화학과 유통 등 2개 업종은 감소세를 보였다. 석유화학 업종은 8,658억원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CEO스코어의 과거 데이터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경제 기여액은 2012년 1,031조8,246억원에서 2022년 1,238조3,066억원으로 10년간 206조4,820억원(20.0%) 증가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024년 1,615조원은 2012년 대비 약 56.5% 증가한 수치로, 한국 대기업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년간 376조8,717억원(30.4%)이라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과 함께 디지털 전환,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성장 동력
글로벌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선도기업 SAS가 발표한 '2025 인공지능 트렌드 전망'에 따르면, 2025년은 AI가 일상과 업무의 필수 기술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기술 변화는 한국 100대 기업들의 경제 기여액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연구원의 2025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의 견조한 성장세와 설비투자의 개선이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 확대가 경제 기여액 증가의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경제 기여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AI가 각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는 엄청나며, 금융, 교육, 의료, 콘텐츠 등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되어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고 나아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까지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25년 100대 기업의 경제 기여액이 1,7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상용화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역할 확대가 주요 성장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100대 기업이 경제 생태계 핵심 축 자리매김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의 100대 기업들이 단순한 매출 창출을 넘어 사회 전반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615조원이라는 경제 기여액은 2024년 한국의 명목 GDP 대비 약 70% 수준으로, 대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협력사에 지급하는 1,325조원은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으며, 205조원의 임직원 급여는 고용 창출과 소득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26조원 규모의 세금 납부는 국가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AI와 디지털 전환, 친환경 기술 등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한국 100대 기업들의 경제 기여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국내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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