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중의원연맹이 연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2026.4.28
이미지 확대보기경제 규모가 곧 협상력이다
최 회장이 먼저 지적한 것은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취약성이다. 미·중 양국의 기술 경쟁이 심화될수록 중간에 선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는 관찰이었다. 이를 극복하려면 "덩치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었다.
최 회장은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9조 달러인 반면, 중국은 한국보다 10배 이상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 규모가 이 정도이면 중국 같은 대국의 입장에서는 협상 상대가 될 가치조차 없다는 의미다. AI 시대에 "룰을 메이크(make)하는 것"이 가능하려면, 결국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일본과의 경제 연합으로 글로벌 경제 강국 추구
만약 한일이 경제 연합을 이루면 어떻게 될까. 양국이 합치면 6조 달러 규모의 경제 블록이 탄생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미중과의 협상에서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동남아와 아시아 국가들도 강력한 경제권에 소속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한일이 중심이 되어 "유럽연합(EU) 같은 아시아 연합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AI 시대의 경제적 우위는 기술 인프라, 특히 데이터센터 확보에서 시작된다. 최 회장이 지적한 한국의 현주소는 우려스러웠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는 2.57기가와트(GW) 규모에 불과하다. 한편 글로벌 AI 경쟁은 이미 수십 기가와트(GW)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경쟁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 회장은 시장의 변화에 주목했다. "지금까지는 AI를 훈련만 시키면 되는 시장이었으나 이제는 추론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에 대응하려면 데이터센터의 메모리와 전력 용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SK와 아마존이 울산에 100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지만, 미래에 필요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진단이다.
공공 주도의 AI 인프라 구축 모델
최 회장이 제시한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은 ‘공공 수요 기반’ 접근이었다. 민관이 협력하되,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공 수요를 모아 먼저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에 기반해 민간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여기까지는 아직 많은 국가들이 오지 못했다"며 한국이 이 모델을 먼저 실행할 경우 글로벌 AI 산업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전략에서 배우는 속도의 중요성
최 회장이 한국의 성장 모델로 제시한 것은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였다. "기본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전략과 비슷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핵심은 ‘스피드(Speed)’다. AI 시장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불완전하더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전략이다. 그 다음으로는 기업과 민간 참여자, 나아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력 수급, 정책의 핵심 과제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 구축의 물리적 제약 조건을 언급했다. AI 발전의 속도를 전력 공급 능력이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을 5년에서 10년 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전력 수급 확대 목표치를 잘 설정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전력 인프라 확충에 대한 논의를 적극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AI 시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술만큼이나 에너지 확보가 중요하다는 현실적 진단이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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