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그룹의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섰다. 사진=하림 제공
무너진 대형마트, 왜 회생절차까지 갔나
홈플러스는 올해 회생절차 진입 이후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해 임시 대출(브릿지 파이낸싱)과 회생절차 연장이 필요했으나,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문제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국 스코로부터 홈플러스 경영권을 약 7조 2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중 2조 7000억원을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조달했다. 기존 차입금 1조 3000억원까지 떠안으면서 인수대금의 절반 이상이 빚으로 구성된 셈이었다. 높은 부채 구조는 그 자체로 홈플러스의 약점이 됐다.
경기 둔화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은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갈수록 약하게 만들었다.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3년 연속 1000억~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11월까지 3분기 누적 기준 적자는 1571억원에 달했다. 점포 수익성 악화는 자산 매각으로 이어졌고, 반복되는 매각은 오히려 경영 체질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SSM 사업부, 유일한 생명줄이 되다
이런 절망 속에서 등장한 생명줄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였다.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사업부와 함께 SSM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국내 SSM 시장에서 GS리테일, 롯데쇼핑 다음의 3위 사업자로 전국 293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이 중 약 76%(223개)가 수도권 및 퀵커머스 배송 거점에 집중돼 있다.
사실 이 사업부는 팔기 좋은 자산이었다. 근거리 소비와 소형점포 트렌드에 맞춤한 채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인수 관심은 기대보다 낮았다. 예비입찰에는 메가MGC커피를 운영하는 MGC글로벌 등이 참여했지만, 본입찰 단계에서는 추가 운영 자금 부담이 예상보다 컸다는 이유로 이탈했다. 점포 정상화 비용과 임대 부동산 리스크가 진입 장벽이 된 것이었다.
하림, 왜 이 시점에 나섰나
국내 최대 닭고기 유통업체인 하림지주 계열의 NS홈쇼핑이 본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재계서열 30위권인 하림그룹은 자산규모 17조원 규모로 55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곡물 해운, 사료, 축산, 도축가공, 식품제조, 유통판매를 주요 사업분야로 한다.
일견 뜬금없어 보이는 선택이지만, 하림의 장기 전략을 보면 명확하다. 하림은 국내 닭고기 시장에서 1위 위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회사는 생산에서 판매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후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2001년 하림그룹 출범과 함께 사료 회사인 제일사료를 계열사로 편입시켰고, 같은 해 NS홈쇼핑의 전신인 한국농수산방송을 인수하면서 B2C 강화에 나섰다. 실은 NS홈쇼핑은 과거 'NS마트'라는 SSM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다 2012년 이마트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신규 진출이 아니라, 하림그룹이 이미 가지고 있던 유통 DNA를 다시 활성화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후 2015년 해상화물운송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물류 사업까지 확대했다. 각 사업부는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였다. 닭고기 생산부터 물류, 그리고 소비자 직접 판매까지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이 그림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신선식품 판매 전국 네트워크 손에 넣나?
NS홈쇼핑은 "25년간 신선 농산물과 다양한 식품을 취급해온 경험과 역량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며 "TV홈쇼핑, T커머스, 온라인·모바일몰 등 기존 사업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전국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를 연계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시너지가 작동한다. 첫째는 퀵커머스 거점으로서의 물류 가치다. 293개 점포 중 약 76%(223개)가 수도권에 밀집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점포들은 신선식품 배송 거점으로 즉시 활용 가능하다. 근거리 소비와 신속 배송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물류·신선식품 유통망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둘째는 협력사 시너지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중소 식품 협력사에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판로 확대 기회를 제공하고, 기존 입점사에는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상호 이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셋째는 옴니채널 전략이다. 인수가 성공할 경우 온오프라인 통합 기반의 옴니채널 경쟁력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쿠팡과 SSG 같은 경쟁자들의 신속 배송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회생절차 연장에 부정적인 메리츠가 변수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홈플러스는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재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6년 5월 4일이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으로 임박한 상황에서, 이번 매각은 회생 성패를 좌우할 핵심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다만 변수가 남아 있다.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은 회생절차 연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으며,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을 운영자금 대신 채권 변제에 써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 측은 익스프레스 매각에 3000억원 규모의 인수 가격을 기대했으나, 제안된 가격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승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신 유통 패러다임 … 물류거점과 채널의 결합
이 거래의 의미는 단순히 회사 하나를 구하는 것을 넘어간다. 업계는 하림이 수도권 집중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293개 점포를 신선식품 및 가정간편식(HMR) 판매처로 활용하는 한편, 방송 중심의 NS홈쇼핑이 오프라인 채널을 개척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근거리 소비 트렌드와 온라인 쇼핑의 확산으로 기존 대형마트 패러다임은 이미 변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인수는 그 변화에 대응하는 유통 기업들의 모색을 보여준다.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신생 플레이어와 달리, 기성 유통사들이 선택하는 것은 물류 거점과 실재 채널을 결합한 옴니채널이다.
하림그룹 입장에서는 그간 M&A 승부사인 김홍국 회장이 추진해온 식품, 물류, 유통 시너지는 물론 SSM 진출과 HMR 진출까지 다각화 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식품 기업에서 종합 유통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하림의 전략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법원의 최종 승인만 남은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회생과 하림의 성장이 정말로 만날지는 앞으로의 협상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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