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수 규모는 3억3000만 달러(약 4600억원)에 달하며, 셀트리온은 초기 운영비와 시설 증설을 위해 총 1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미국이 관세를 요구하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답"이라며 "관세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2년 치 재고를 유지하고 위탁생산 계약을 추진해왔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현지 생산시설 확보"라고 강조했다.
1조5000억원 절감 효과와 6년 시간 단축
이번 인수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적 효율성이다. 셀트리온이 자체적으로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서 회장은 "인수한 릴리 생산시설의 최대 장점은 의약품 생산에서 가장 큰 비용이 투입되는 정제 라인을 2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를 통해 약 8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과 CMO 사업 동시 확보로 즉시 수익 창출
인수하게 될 공장은 약 4만5000평 부지에 생산시설,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총 4개 건물로 구성된 대규모 캠퍼스다. 특히 캐파 증설을 위한 약 1만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시장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생산시설의 50%를 릴리 품목 위탁생산(CMO) 조건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50%에서는 셀트리온 자체 제품을 생산하게 되며, 연내 미국 정부 승인과 업무 인수인계가 완료되면 내년 기존 허가 품목의 제조소 변경 재승인을 거쳐 연말부터 자체 품목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셀트리온의 설명이다.
생산 거점 넘어 R&D 허브로 확장
셀트리온은 이번 공장 인수를 단순한 생산 거점 확보를 넘어 미국 내 연구개발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인수 예정 시설이 뉴저지 주립대 약학대학을 중심으로 한 제약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어, 주변의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존슨앤드존슨,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수요가 안정적인 항체의약품 생산을 중심으로 현지 거점을 활용한 개발은 물론, 신규 영역인 인공지능(AI) 플랫폼 적용을 위한 사업 확대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시설 운영 방식도 전형적 공장을 벗어나 로봇화·자동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관세 상수화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서 회장은 미국 관세를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경영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미국발 관세는 이제 상수로 봐야 하고, 이번 생산시설 인수로 불확실성이 완전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관세가 강화되면 현지 경쟁상대의 3분의 2가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되며, 이는 곧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회사의 경우 제조원가 비중이 크지 않아 높은 인건비를 고려해도 이번 선제적 투자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안정적 성장세 지속 전망
공장 인수에 따른 재무적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서 회장은 "올해 사업계획은 큰 변동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수준의 실적 증가 폭이 내년에도 유지될 것"이라며 "내년 예상되는 에비따(EBITDA)의 3분의 1 정도는 주주환원, 3분의 1은 제품개발에 투자, 나머지는 현금 유보 또는 시설 투자에 사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연매출은 앞서 가이던스로 제시한 4조5000억~4조6000억원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며, 영업이익률도 3분기보다 4분기에 더 오르고 40% 중반대였던 과거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셀트리온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는 한편,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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