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9.30(화)

[심층분석] 네이버-두나무 빅딜, 축복인가 저주인가

비즈니스 시너지는 확실 … ‘제2의 LG화학 사태’ 우려도

안재후 CP

2025-09-30 10:41:24

이해진 네이버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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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지난 9월 25일, 네이버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가 들썩였다. 네이버 주가는 이 소식 이후 3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7% 이상 상승했고,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두나무 주가 역시 17% 넘게 급등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번 합병은 마치 구글이 코인베이스를 인수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빅딜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1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세계 3~4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결합하면서 IT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

두나무: 상장의 벽에 부딪히다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연간 약 1조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대표적인 캐시카우 기업이다. 그러나 상장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두나무의 창업자와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나스닥 상장을 통한 엑시트를 꿈꿔왔지만, 최근 금융 당국으로부터 고객확인의무(KYC) 처리 미흡으로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제재금 가능성에 직면했다.

더욱이 나스닥은 기업의 규모와 사업의 영속성, 다양성을 요구하는데, 단순 코인 위탁 중개에 그치는 두나무의 사업 모델은 나스닥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독자 상장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네이버와의 결합은 두나무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네이버: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시점

네이버 역시 절박한 상황이다. 주가는 4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반 토막이 났고, 국내 시장의 한계에 갇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5000만 명 규모의 국내 시장에서는 포털, 쇼핑, 네이버페이 등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2024년 온라인 커머스 거래액은 50조원으로 쿠팡에 이어 2위이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72조원으로 간편결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검색 분야에서는 구글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AI 시대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도 부족한 상황이다.

네이버페이 사용자는 3068만명에 달하며, 네이버 쇼핑의 연간 거래액은 약 50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대규모 결제 생태계에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면 양사 모두에게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네이버는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트래픽을 확보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합병 구조: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

이번 합병은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두나무 주주들이 보유한 두나무 주식 100%를 네이버 파이낸셜에 넘기고, 그 대가로 네이버 파이낸셜의 신주를 받는 방식이다.

양사는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를 4조7000억원, 두나무 기업가치를 약 14조원으로 잠정 확정하여 각 주주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한 교환 비율은 1대3 수준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은 각 사 주당 가격에 따라 기존 두나무 주주의 주식 1주를 발행한 신주 2.4주로 바꿔준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현재 연간 1조원의 이익을 내는 두나무를 1600억원의 이익을 내는 네이버 파이낸셜이 '흡수'하는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주식 교환 비율에 따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두나무를 자회사로 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9% 정도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며,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은 현재 70%에서 17%대로 줄어든다.



전례 없는 몸값 전쟁: 주주들의 이해관계 첨예

이번 주식 교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 등 경영진의 두나무 지분은 총 38.6%로, 약 27%의 추가 우군 확보가 필요하다.

두나무의 기업가치 평가를 놓고 주주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두나무 지분 5.94%를 583억원에 매입했는데, 현재 두나무 기업가치 12~15조원으로 평가되면서 투자금 대비 10배 이상 가치가 높아졌다.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이 소식에 각각 20.4%, 17.2% 급등했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 2대주주인 미래에셋그룹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시장에서 13조원까지 평가된 네이버파이낸셜 가치를 4조7000억원으로 사실상 '통보'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서 기업가치를 2조7000억원으로 평가했었다.

진짜 문제: 분할 상장 가능성과 주주 가치 훼손

네이버 파이낸셜의 해외 상장, 제2의 LG화학 사태 재현?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합병 뉴스이지만, 이면에는 네이버 주주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시나리오가 숨어 있다. 바로 합병 후 네이버 파이낸셜이 두나무와 함께 나스닥으로 분할 상장할 가능성이다.

두나무는 애초부터 나스닥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40~50조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파이낸셜의 분할 상장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네이버파이낸셜 박상진 대표는 지난 6월 미디어데이에서 "네이버페이 외부 결제 비중이 50%를 넘었고, 외부 참여자도 40% 이상으로 확대됐다"며 "점점 퍼블릭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공개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네이버 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합병 후 해외 상장을 하게 되면, 기존 네이버 주주들은 이 사업의 결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네이버 주가는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기대감에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그 시너지의 열매는 해외 상장을 통해 미국 회사가 되어버릴 수 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의 악몽이 재현될까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한국 증시에는 이미 선례가 있다. 2022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했을 때, LG화학 주주들이 겪은 피해가 대표적인 사례다.

2차전지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LG화학 소액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신주를 배분받지 못했고, 지주사 할인 영향으로 손실만 커지게 됐다. 실제로 한때 78만원이었던 LG화학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과 상장을 거치면서 43만원대까지 하락했다.

한국 증시의 주요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되는 중복상장은 주주가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한때 100만원을 넘었던 LG화학 주가는 현재 21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당시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 기대감에 LG화학에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큰 낭패를 봤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자회사를 분할하더라도 스핀오프 방식을 사용하여 기존 주주에게 신설 회사 주식을 비례 배분한다. 반면 한국의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에 대한 아무런 배려가 없다. 분할된 자회사가 상장되면 기존 주주는 그 신주를 자동으로 배정받지 못하고, 공모주 경쟁에 다시 뛰어들어야 하며, 그마저도 실패하면 지분은 희석된다.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제26기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2025.3.26 [네이버 제공]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제26기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2025.3.26 [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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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재림

네이버 파이낸셜이 비상장 상태에서 네이버페이의 성장과 코인 시장 확장에 따라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면, 원래 네이버 주주들이 그 이익을 봐야 한다. 그러나 분할 상장이 이루어지면 알토란 같은 사업 부문의 성과를 기존 주주들이 누리지 못하게 된다.

네이버페이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네이버 쇼핑과 웹툰, 검색과 광고, 스마트스토어까지 네이버의 거의 모든 서비스와 맞물려 있는 생태계의 핵심 축이다. 네이버페이를 분리한다는 것은 마치 자동차에서 엔진을 떼어내는 것과 같다.

실제로 과거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분할 상장이나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언급했을 때 네이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의 부정적 반응이 있었다. 지난 2024년 6월 네이버웹툰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자, 시장에서는 '쪼개기 상장'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합병을 통한 분할 상장 포장 전략?

네이버는 네이버 파이낸셜의 분할 상장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우회하기 위해 두나무와의 합병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인 회사가 될 코인 시장을 우리가 먹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론을 조성한 후, 합병된 네이버 파이낸셜과 두나무를 함께 나스닥에 상장하려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네이버파이낸셜만 따로 떼어 상장하는 것보다 비판을 덜 받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똑같이 알토란 같은 사업을 네이버 주주들로부터 분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주식 교환을 마무리한 뒤 네이버파이낸셜을 네이버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송치형 회장 등 두나무 대주주도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궁극적으로 송 회장은 네이버의 새로운 대주주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너지는 분명하지만, 열매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

양사의 시너지는 실물-디지털 경제를 이어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 유통에서 1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발행보다는 유통의 강점과 신사업으로의 확장성이 중요하며, 국내에서는 글로벌에서의 코인베이스 이상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시장 전략적 시너지가 적지 않다. 두나무가 공개한 '기와체인'과 '기와월렛'은 KYC와 AML 등 규제친화 설계가 강조된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에 최적화된 종합 플랫폼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너지의 혜택을 기존 네이버 주주들이 제대로 누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네이버 주가는 합병 소식에 환호하며 상승했지만, 이것이 진정한 주주 가치 증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주들이 요구해야 할 것

네이버 주주들은 네이버 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해외 상장을 막고 국내에 남아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두나무 입장에서는 해외 상장이 목표였으므로 한국에 남으라는 요구에 반발할 수 있지만, 이는 기존 네이버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 주장이다.

금융위원회는 뒤늦게 모회사 소액 주주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모회사는 주주가 물적 분할에 반대한다면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줘야 하며, 물적 분할 이후 5년 안에 자회사를 상장할 때는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한다. 그러나 LG화학 사례에서 보듯이 이러한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합병 자체의 시너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열매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이다. 네이버 주주들은 단순히 합병 소식에 환호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투자 가치를 지키기 위한 냉철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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