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는 21일 4개 은행이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약 2년간 가계·기업 대상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업자 간 민감한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규정한 2020년 개정 공정거래법을 처음 적용한 사례다. 명시적인 가격 합의가 없더라도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교환했다면 담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조사 착수 2년만에 2720억 부과
그 결과 4개 은행은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기업은행·농협은행·부산은행보다 평균 7.5%포인트(p) 낮은 LTV를 적용했고, 차주들의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과징금은 하나은행 869억원,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우리은행 515억원 등 총 2719억원이다. 공정위가 산정한 관련 매출액 6조8000억원의 약 4% 수준이다.
은행권은 공정위의 판단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기업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LTV는 담보가치를 산정하는 리스크 관리 지표로만 활용될 뿐 실제 대출 조건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LTV는 어디까지나 채권 회수 가능성을 따지는 리스크 지표"라며 "대출 조건을 좌우하는 것은 신용도와 현금흐름, 영업환경 등 차주의 경영·재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조건은 영업점 지점장이나 본부 대출 책임자의 전결 사항으로, LTV를 산정하는 부서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논리의 모순 지적도
은행별 과징금 규모를 봐도 의문이 제기된다. LTV가 가장 높았던 하나은행(63.26%)이 가장 많은 과징금(869억원)을 부과받았다. LTV를 가장 공격적으로 적용해 온 은행이 가장 많은 과징금을 받은 것이어서, 공정위 논리가 스스로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LTV가 제재 대상에서 빠진 점도 논란이다. 일각에서는 제재 논리를 성립시키기 위한 선택적 판단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정위의 문재호 카르텔조사국장은 "차주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대형 시중은행의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등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담합으로 인해 누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2차 피해 우려 ... 소송 검토
4대 은행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2720억원의 직접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이 금액의 여섯 배인 1조6320억원을 운영리스크로 인식해 10년간 위험가중치로 반영해야 한다. 과징금보다 훨씬 큰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담합을 통해 경쟁을 피한 것이 아니라 대출자금 회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정보를 교환한 것"이라며 "과도한 제재"라고 반발하고 있다. 4개 은행 모두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2024년 말 전원회의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가 '사실관계 추가 확인 필요'를 이유로 재심사 명령을 내렸고, 지난달 전원회의를 다시 열어 2년여 만에 최종 결론을 내렸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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