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1.14(수)

[오너가의 자녀들] 그들은 왜 ‘바이오’에 열중 하나

성장성 뛰어난 글로벌 비즈니스 … 경영능력 입증 성적표로 효과적

안재후 CP

2026-01-14 13:42:53

(왼쪽부터)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서진석 셀트리온 대표

(왼쪽부터)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서진석 셀트리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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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026년 새해, 한국의 대기업 오너 2·3세들이 바이오 산업에 직접 나서면서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한 지분 상속자의 역할을 넘어 신약 개발과 위탁생산(CDMO) 사업의 최전선에서 직접 경영을 지휘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의 최윤정·최민정 자매, 셀트리온의 서진석 대표, 롯데그룹의 신유열 부사장 등이 선봉에 나서면서 산업 전체가 '세대 전환의 분기점'을 맞이했다.

이들이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이오 산업이 단순한 사업 부문이 아니라, 향후 그룹 후계자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성적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 오너 일가 스스로가 글로벌 무대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SK 자매 투톱 전략, 신약과 디지털 헬스의 양 날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 딸이 각각 다른 영역에서 바이오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은 2026년 1월 1일부터 사업개발본부장에서 전략본부장으로 승격되며 SK 바이오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강화했다. 시카고대 생물학 학사와 스탠퍼드대 생명정보학 석사 학위를 갖춘 최윤정 본부장은 베인앤드컴퍼니에서의 컨설팅 경력과 2017년 입사 이후 신약 신설팀(TF) 참여 등을 통해 SK 바이오 전략의 설계자로서의 위상을 탄탄히 다져왔다.
SK바이오팜은 2024년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매출 약 4,387억 원을 기록하며 2024년 전체 매출 3,549억 원, 순이익 2,270억 원의 흑자전환을 이루었다. 최윤정 본부장이 이끌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 기능을 통합하는 조직이다. 특히 방사성의약품(RPT) 본부를 신설하며 RPT를 미래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한편 차녀 최민정은 미국에서 색다른 길을 걷고 있다.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 '인테그랄헬스'를 창업한 최민정은 SK하이닉스를 휴직하고 헬스케어 데이터와 의료 서비스 영역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개척 중이다. SK 바이오팜의 신약 개발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SK 바이오 계열사와의 협력과 지분 투자 시너지가 앞으로 재계의 주목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매가 신약과 디지털 헬스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투톱 체제는 K-바이오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셀트리온 서진석, 글로벌 무대 대표 발표자로 등극

셀트리온그룹의 서정진 회장 장남인 서진석 경영사업부 대표는 2026년 1월 13일 열린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션인 '그랜드 볼룸(Grand Ballroom)' 메인 트랙 발표자로 나섰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만이 설 수 있는 이 상징적인 무대에서 서 대표는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로드맵과 바이오시밀러 출시 타임라인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직접 제시했다.

이는 셀트리온의 경영 세대 교체가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 2,839억 원(전년 대비 20.7% 증가), 영업이익 4,722억 원(전년 대비 140.4% 증가)을 공시했으며, 2026년 연간 매출은 5조 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제품 출시와 CMO 사업 확대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서진석 대표가 이 모든 전략의 최고 지휘자로 글로벌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과거에는 전문경영인이 이런 자리를 맡았지만, 이제는 오너의 아들이 자신의 기업을 직접 대세계 무대에서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많은 재계 인사들이 "바이오 사업의 성과가 그룹 후계자 평가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롯데 신유열, CDMO 글로벌 경쟁에서 성과를 입증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은 2025년 11월 26일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로 임명되며 CDMO 사업 최전선에 직접 나섰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아온 신유열 부사장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2025년 1월), 바이오USA(2025년 6월), CPHI Worldwide 등 글로벌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2022년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을 BMS로부터 약 1억 6,0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미국 시러큐스에 4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 캠퍼스를 운영 중이며, 인천 송도에는 각 12만 리터의 생산 능력을 갖춘 3개 생산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은 2026년 완공, 2027년 상반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유열 체제 출범 이후 롯데그룹은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건설을 위해 약 2,77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는 바이오 사업이 더 이상 시험 단계가 아니라, 오너가 직접 나서서 추진하는 그룹의 핵심 성장 전략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2025년에는 영국 바이오 기업 오티모 파마와 항체의약품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는 총 3건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신유열 부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2023년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은 현재 기존 BMS 물량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향후 글로벌 신규 수주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롯데그룹은 송도 바이오 캠퍼스 조성을 위해 2030년까지 총 4조 6,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인 만큼, 신유열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곧 롯데그룹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 디지털 헬스, CDMO 시장까지, 다층적 포트폴리오 전략

최윤정, 최민정, 서진석, 신유열 등 네 명의 오너 2·3세들이 추진하는 바이오 전략은 각기 다른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최윤정은 신약 개발과 방사성의약품 사업으로, 최민정은 디지털 헬스로, 서진석은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로, 신유열은 CDMO 사업으로 각각 한국 바이오 산업의 다양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다층적 포트폴리오는 우연이 아니라,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단순 신약 개발을 넘어 글로벌 가치사슬의 다양한 구간을 장악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최윤정과 최민정의 투톱 체제는 SK 그룹 내에서 신약과 디지털 헬스라는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고, 서진석의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이라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신유열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과 한국의 CDMO 거점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과거 세대와 다른 '증명의 시대'로의 전환

이들이 바이오에 집중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이오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CDMO 외주 확대, 신약 개발의 고비용화, 디지털 헬스의 성장 등 바이오 산업의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차세대 리더들이 직접 나서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 지분 상속자'가 아니라 '경영자'로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세대의 '전문경영인에 맡기기' 방식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되었다. 2026년 1월 12일 개막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국내 바이오 기업의 차세대 경영진들이 전면 등장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신호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국내 바이오 기업의 오너 2·3세들은 더 이상 미래 후보군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경영진으로 글로벌 투자자 앞에 서 있다"며 "이 무대에서 어떤 성과를 만드느냐에 따라 개인의 평가는 물론, 그룹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만들어낼 성과는 개인의 경영 능력 평가를 넘어, 향후 그룹 후계 구도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지표가 될 것이다. 2026년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선이 이들에게 집중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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