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근 변호사
공사대금미지급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정된 기성고(이미 완성된 부분의 비율)의 객관적 산출과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공사대금의 인정 여부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추가 공사대금 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추가 공사에 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상 명시적 서면 합의 없이 묵시적 승인 하에 공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실제로 건설 현장에서는 수급인이 도급인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명확한 서면 합의 없이 추가 공사를 진행하거나 도급인이 구두로 약속한 대금을 믿고 공기를 앞당기는 관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구두 합의나 관례는 법정에서 무력화되기 일쑤다. 재판부는 계약서의 문언적 의미를 넘어 실제 투입된 비용과 공정률에 대한 객관적 증빙 자료를 엄격하게 요구하며, 단순히 "현장에서 지시를 받았다"는 식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재판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증거는 공사일지, 현장 사진 및 드론 촬영 영상, 자재 반입 내역서 등 객관적인 자료다. 공사대금 산출의 근거가 되는 설계변경 내역서상의 수량 변화도 눈여겨 본다. 따라서 수급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사대금이 미지급 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도급인이 하자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체상금을 상계 처리하려 할 때, 수급인은 해당 하자가 설계상의 결함인지 혹은 도급인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를 기술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정 절차를 거친 기성고 평가액을 근거로 삼아 꼼꼼하게 입증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설 분쟁은 민법뿐만 아니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복합적인 영역이다. 원사업자의 부당한 대금 결정이나 기성 확인 거부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민사 소송에서 수급인에게 유리한 정황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소송과 더불어 다른 제재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투 트랙 전략’도 고려해볼 만 하다.
한편,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수급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력 행사 중 하나인 '유치권'은 그 성립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점유의 계속성, 피담보채권과 목적물 사이의 견련성 등을 명확히 갖추지 못한 채 진행하는 유치권 행사는 오히려 업무방해죄 등 형사 처벌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전문변호사로서, 수도권재건축재개발조합연합회 자문위원장을 맡아 수많은 현장을 지켜본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는 "공사대금미지급 소송은 결국 '누가 더 객관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싸움이다. 법원은 수급인이 제출한 기성고 감정 결과가 설계도면과 실제 시공 현황 사이의 괴리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하는지에 주목한다”라며 “특히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현장이나 공공기관 발주 사업은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초기 단계부터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건설 현장의 언어를 법정의 언어로 정확히 번역해낼 수 있는 전문적인 대리인의 조력을 구하여 공사대금 분쟁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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