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대선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간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밀가루 판매 가격과 물량 배분을 반복적으로 밀약한 혐의를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7개사는 2024년 기준 국내 B2B 밀가루 시장의 88%를 차지하는 사실상의 과점 기업들이다.
이번 사건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건 이들의 전력이다. 제분 7사는 20년 전인 2006년에도 동일한 밀가루 담합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8개 제분사에 합계 4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렸으며, 이 조치로 밀가루 가격이 약 5% 인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업체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10여 년이 지나 또다시 담합을 반복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공정위 심사관이 추산한 담합 관련 매출액은 5조 8,000억원에 달한다.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단순 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1조 1,600억원을 웃돌 수 있다. 이는 공정위 역대 담합 사건 최대 과징금인 2010년 LPG 담합 제재(6,689억원)의 약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다만 실제 전원회의에서 관련 매출액이 심사관 추산치 그대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자진 신고자 처벌 경감(리니언시) 해당 여부나 감경 사유에 따라 최종 과징금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공정위와 검찰이 동시에 칼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미 지난 2일 제분 7사 중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5조 9,913억원으로 공정위 추산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 공정위가 조사를 마친 뒤 검찰에 고발하는 관행과 달리, 이번엔 공정위 조사 진행 중에 검찰이 먼저 고발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절차가 적용됐다.
밀가루는 라면, 빵, 과자 등 국민 식탁과 직결된 필수 원재료다. 제분사들의 B2B 담합이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심판 결과는 단순한 기업 제재를 넘어 민생 물가 전반에 중요한 신호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전원회의 심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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