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내성추행을 이렇게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본래 강제추행의 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타인의 원치 않은 신체 접촉을 거부할 권리를 보호하고자 강제추행이라는 죄목을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런데 군대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은 피해자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인 동시에 유사시 국토 수호를 위하여 서로를 믿고 전장에 나서야 하는 군인 사이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군대내성추행을 처벌하는 군형법의 규정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더불어 군의 전투력이라는 가치까지 보호하기 위하여 민간에서 발생하는 강제추행보다 군인등강제추행을 더욱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한 처벌이 내려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대 내에서는 암암리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곤 한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 직업군인 중 계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사관 등이 성추행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성 간 발생하는 성추행도 결코 적은 편은 아니다. 특히 의무 복무 중인 병사들 중 선임이 후임을 대상으로 혹은 동기 간에 신체 접촉을 했다가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친밀한 사이에서 가벼운 스킨십 정도야 ‘장난’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상대방이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은 추행에 해당한다. 강제추행은 상대방의 의사를 완벽하게 제압할 정도의 강력한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성립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스킨십도 충분히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 샤워를 하면서 혹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무심코 한 스킨십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안겨 주었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해군 군검사 출신의 법무법인YK 배연관 군형사·형사 전문 변호사는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처럼 통념상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를 만졌을 때나 성적인 목적이 있어야지만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원은 두 사람의 관계나 접촉이 발생한 상황, 강도, 시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강제추행인지 아닌지 결정하기 때문에 어깨나 팔과 같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부위를 접촉한다 하더라도 범죄로 인정될 수 있다. 법은 장남을 모른다고 생각해야 하고, 특히 군대 내 성추행은 결코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군 복무 시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