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금융상품의 수익구조별 분류: 투자의 첫걸음
퇴직연금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금융상품을 수익구조에 따라 어떻게 분류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융상품은 크게 세 가지 수익구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원리금보장상품: 안정성의 대명사
실적배당상품: 고수익 고위험
실적배당상품은 투자한 자산의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됩니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지만 원리금보장상품보다 높은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DC와 IRP에서는 주식 투자가 제한되어 있어 펀드, ETF, 채권이 주요 투자 대상입니다.
구조화상품: 복잡하지만 매력적
ELS, ELB와 같은 구조화상품은 주가지수, 금리, 환율 등 특정 기초자산의 움직임이 미리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복잡한 수익구조를 가집니다. 특히 원금보장형 ELB는 퇴직연금에서 인기 있는 상품으로, 원금은 보장하면서도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편입니다.
2. 정기예금을 넘어선 다양한 원리금보장상품
은행 상품
• 정기예금: 가장 기본적인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고 약정 기간 동안 이자를 받는 상품입니다.
• 저축은행 정기예금: 대형은행보다 일반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합니다.
보험 상품
• 이율보증형보험(GIC): 보험사가 일정 기간 동안 확정된 이율을 보장하는 상품입니다. 특히 자산운용에 특화된 소형 보험사의 GIC가 대형보험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금리연동보험: 보험상품이지만 공시 이율에 따라 이율이 변동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증권 상품
• 환매조건부채권(RP): 일정 기간 후에 확정된 이자를 더해 되사는 채권입니다. 다만 공급하는 증권사와 물량이 제한적입니다.
• 원금보장형 ELB: 원금은 보장하면서 수익률은 주가, 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연동되는 구조화상품입니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만기매칭형 ETF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4년에만 1조 3천억원이 유입되었으며, 3%대 이자에 원금 회수가 가능한 안정적 수익 구조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3. 만기매칭형 채권: 숨겨진 보석 같은 투자법
채권을 원리금보장상품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투자자는 많지 않습니다. 채권은 만기 전까지는 실적배당상품의 성격을 가지지만, 만기일까지 투자한다면 원금과 약정금리를 받게 되는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구조를 갖게 됩니다.
개별 채권 투자 방법
투자 기간과 채권 만기까지의 기간을 일치시켜 투자하는 '만기매칭형 채권 투자'를 하면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채권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장외로 거래되므로, 잔여만기가 1~3년이고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투자적격(BBB+) 등급의 채권을 선별해서 투자하면 됩니다.
만기매칭형 채권ETF: 편리함과 수익성을 동시에
거래 편의성을 중요시한다면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만기매칭형 채권ETF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채권ETF 중 종목명에 만기일자가 표시되어 있는 종목이 '만기매칭형 채권 ETF'입니다. 예를 들어 'Kodex 25-12 은행채(AAA)액티브'라면 만기가 2025년 12월을 의미합니다.
만기매칭형 ETF는 특정 만기 시점까지 채권을 보유하고 그 만기가 되면 원금과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의 상품으로, 마치 예금처럼 일정한 만기 시점에 맞추어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합니다.
주요 만기매칭형 채권ETF 예시:
• 삼성KODEX 27-12 회사채(AA-이상) 액티브 ETF (2027년 12월 만기)
• TIGER 27-04 회사채(A+이상) 액티브 ETF (2027년 4월 만기)
• SOL 27-12 회사채(AA-이상) 액티브 ETF (2027년 12월 만기)
4. 같은 상품이라도 금리는 천차만별
많은 가입자들이 놓치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같은 유형의 원리금보장상품이라도 상품제공기관마다, 시기에 따라 금리가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상품 유형별 금리 차이
• 저축은행 vs 대형은행: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대형은행보다 높은 편
• 소형 보험사 vs 대형보험사: 자산운용에 특화된 소형 보험사 GIC가 더 높은 금리 제공
• ELB vs 정기예금: ELB가 일반적으로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 제공
• RP: ELB 대비 낮은 금리로 제한적 활용
제공사별 금리 차이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 금리는 매월 공시를 합니다. 퇴직연금사업자가 취급하는 모든 원리금보장형 상품정보를 한번에 조회할 수 있는 플랫폼(금감원 통합연금포털 등)에서 은행 및 저축은행 예적금, 원리금보장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이율보증형 보험(GIC) 등의 금리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비교해보고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시기별 금리 차이: 12월이 황금시간
12월은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제공됩니다.
12월 고금리 현상의 배경:
1. 대규모 재투자 시기: DB 및 DC에 투자했던 대규모 1년 만기 원리금보장상품이 상환되어 재투자되는 시기
2. 신규 자금 유입: 신규 퇴직연금 자금 집행이 집중되는 시기
3. 경쟁 심화: 각 사업자들이 더 많은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금리 정책
4. IRP 전환 증가: 희망퇴직자 및 정년퇴직자들의 DB나 DC에서 IRP로의 전환이 집중
12월 투자 전략: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중도해지이율보다 12월 금리가 더 높다면, 중도해지를 통해 12월 금리로 재예치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5. 스마트한 원리금보장상품 투자 전략
전략 1: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갖춘 금융기관 선택
조금이라도 더 높은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하는 첫 번째 방법은 더 다양한 원리금보장상품을 제공하는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입니다. 선택한 금융기관의 상품 라인업이 협소하면 더 높은 금리상품을 선택할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DC의 경우는 회사에서 계약한 금융기관 내에서만 선택해야 하므로 더욱 제한적입니다. 그나마 거래 가능한 금융기관 중에서 평소에 더 다양한 상품 라인업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해야 합니다.
전략 2: 만기 관리의 중요성
종전에는 정기예금상품이 만기가 되면 동일한 만기를 가진 정기예금에 만기 수령 금액을 다시 예치해 주는 자동 재예치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기예금 가입자가 만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습니다. 하지만 2022년 7월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면서 이 같은 자동 재예치 조항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따라서 만기일을 기억하고 만기 시 재투자해야 현금자산으로 방치되지 않습니다.
전략 3: 예금자보호 vs 수익률, 어떻게 선택할까?
정기예금이나 GIC의 경우 금융기관별로 5천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됩니다. 예금자보호를 원한다면 몇 개의 금융기관에 5천만원씩 나누어 투자할 수 있지만, 실익은 크지 않습니다.
예금자보호가 중요시되면 ELB, 만기매칭형 채권(ETF) 등 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할 기회가 제한됩니다. 퇴직연금사업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추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합니다. 퇴직연금 자산은 사업자 고유자산과 별도로 구분하여 관리되며,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상품을 선정합니다. 따라서 퇴직연금에서 예금자보호의 가치가 낮습니다. 예금자보호 가능 여부보다는 금리 수준을 선택의 우선기준으로 할 것을 권합니다.
전략 4: 정기적인 금리 모니터링
적용금리는 매월 변경되며, 실제 상품 매수시점에 따라 금리가 변동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금리를 확인하고 더 나은 조건의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6. 주의사항과 리스크 관리
투자 한도 및 제약사항
자산관리기관과 동일한 상품제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원리금보장상품은 (RP 제외) 편입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ELB/DLB는 회사가 내부적으로 정한 최저 발행규모에 미달하는 경우 발행이 취소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복리 효과 이해
복리상품의 경우 연환산수익률이 표기된 금리와 상이할 수 있으므로 실제 수익률을 정확히 계산해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작은 관심이 큰 차이를 만든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도 상품 유형과 제공 기관, 시기에 따라 금리 차이가 있습니다. 실적배당상품 투자가 익숙하지 않아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투자하더라도, 보다 나은 금리 상품을 찾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20년 후, 30년 후를 생각해보세요. 연 1%의 금리 차이도 장기간 복리로 누적되면 수백만원, 수천만원의 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정기예금만 고집하지 말고, GIC, ELB, 만기매칭형 채권ETF 등 다양한 원리금보장상품을 적극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노후자금은 여러분이 가장 잘 지킬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본다면, 안전하면서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습니다.
[글로벌에픽 신상근 연금경제연구소장 / pinefiel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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