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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병아리 10마리에서 매출 13조까지 … 하림의 성장비결은

양계업 출발 해운·물류·식품 제조 글로벌 푸드 플랫폼 도약 … 경영승계 과제

안재후 CP

2026-03-09 14:14:04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11살 때 외할머니에게 받은 병아리 10마리에서 출발한 김홍국 회장의 하림. 50년이 지난 지금 하림은 연 매출 13조원, 재계 30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양계업으로 시작해 곡물수입을 거쳐 해운·물류·식품제조까지 식품 가치사슬을 장악한 글로벌 푸드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하림그룹(이하 하림)의 성장 비결과 앞으로 과제는 무엇일까.

수직 계열화로 국내 닭고기 시장을 장악하다
하림의 핵심 성장비결은 ‘수직 계열화’에 있다. 1990년대부터 닭의 인생 전체를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한 하림은 사료·사육·도계·가공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국내 닭고기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했다. 외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싸고 맛있는 닭고기로 시장을 장악한 하림은, 2000년대 들어 단백질 공급 회사로 정체성을 넓혔다.

이러한 수직 계열화 구조는 원가 통제와 품질 관리,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높은 고정비 구조는 신규 진입자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이 되어 하림의 독주 체제를 강화했다. 경쟁사들이 외부에서 사료를 구매하는 반면, 하림의 원가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우수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팬오션 인수, 글로벌 푸드 플랫폼 도약
하림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하림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손잡고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 지분 58%를 약 1조8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단순한 해운사 인수가 아니었다. 사료 원료인 곡물을 수입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글로벌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해운사를 직접 운영하려는 집요한 시스템 설계의 일환이었다.

하림은 곡물 수입부터 사료 제조, 축산, 도축·가공, 식품 제조, 유통·물류에 이르는 완전한 식품 가치사슬을 장악했다. 하림의 계열사는 72개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농장에서 식탁까지’ 완전한 푸드체인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러한 수직 계열화 확대는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로도 이어졌다. 2016년 4,525억 원에 부지를 매입한 양재동 물류단지는 사업비 약 6조8,000억 원이 투입되는 하림 창사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당일 생산·당일 출고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시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수익성 개선
하림지주 지난해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13조 2,148억 원, 영업이익 8,872억 원, 당기순이익 5,15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9% 늘어난 것이다. 안정 성장속에 수익성 개선이 일어났는데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룹의 매출을 구성하는 주요 부문은 명확한 역할 분담을 보여준다. 2025년 1분기 기준 운송 부문 38.44%, 사료·축산 부문 25.39%, 식품·서비스 부문 24.58% 순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팬오션이 담당하는 운송 부문이 그룹 매출의 약 38%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닭고기 본업의 영업이익률(2%대)과 달리, 해운·사료 사업이 전체 그룹의 수익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하림의 전략적 다각화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증명한다.

하림그룹 김홍국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팬오션 상무

하림그룹 김홍국회장의 장남인 김준영 팬오션 상무


2세 경영 체제 돌입 … 분업형 지배구도 확립
하림은 현재 2세 경영 체제로 본격 진입했다. 장남인 김준영(1992년) 팬오션 상무는 올품·에코캐피탈·한국바이오텍을 통해 하림지주 지분 22.7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김홍국 회장의 개인 지분(21.1%)을 이미 넘어섰다. 현재 팬오션 핵심 경영 라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JHJ 대표이사와 NS쇼핑·글라이드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운송·유통·미디어 계열사를 중심으로 경영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은 장남에게 팬오션을 필두로 해운·물류·금융 사업을 맡기는 구도를 만들었다. 팬오션이 그룹 매출의 38%를 차지하고 있고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만들어내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며 팬오션을 장악하면 실질적으로 그룹 전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김준영 상무는 지난 5년간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으로부터 15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아 하림지주 지분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장녀 김주영 상무와 차녀 김현영, 삼녀 김지영은 신사업 영역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김주영 상무는 하림지주 전략기획2팀을 이끌며 신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차녀와 삼녀는 2023년 말 그룹에 합류해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더미식(The Misik)', 스트릿푸드 브랜드 '멜팅피스(Melting Piece)', 어린이식 '푸디버디(FoodyBuddy)' 등 신규 플랫폼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이들 신사업은 아직 수익성 기반이 미약하며, 장녀와 차녀의 경영 능력 입증이 향후 세대교체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이를 '역할 분담형 2세 경영 체제'로 평가한다. 장남이 수익성 높은 핵심 사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동안, 딸들은 신사업 개발과 디지털·푸드테크 영역에서 실력을 증명하는 구도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7년 편법승계 혐의로 과징금 48억 8,800만 원을 받은 과거가 있어, 투명한 지배구조 전환과 경영능력 실증이 남은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AI와 스마트 팩토리로 K-푸드 미래 설계
2025년 12월 15일, 하림은 인공지능·로보틱스 기업 유니아이와 '스마트팜 플랫폼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축산업의 'AI 전환(AX)'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협약의 핵심은 하림의 50년 사육 노하우와 유니아이의 첨단 기술의 결합으로, 농장 운영 관리 플랫폼과 농장 지원 운영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완성된 모델은 국내 적용 후 공동 영업과 컨설팅 사업을 거쳐 해외 스마트팜 시장 진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하림은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첨단 육가공종합식품 가공공장을 건립 중이다. 2025년 8월 착공해 2027년 완공 예정이며, 디지털 및 AI 기반의 스마트 운용 시스템을 갖춘 차세대 식품 공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공장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ESG 경영 실천 모델로 설계되며, 익산 망성의 치킨전문 종합식품센터, 익산 함열의 신선 가공식품 전문 하림 퍼스트키친과 함께 '푸드 트라이앵글'을 완성할 계획이다.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물류로봇과 AI 기반 물류서비스를 갖춘 스마트 물류센터로 조성되며, 당일 생산·당일 출고 직배송 시스템을 통해 신선도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술 투자는 닭고기 사업의 2% 수준의 저마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남겨진 과제들: 수익성 개선과 지배구조 투명성
하림이 지금까지 성공적인 발전을 이뤄왔지만 직면한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구조적 문제들이 그룹의 장기적 성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째, 닭고기 사업의 구조적 저마진 문제다. 닭고기는 산업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2%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 곡물 가격 변동에 민감한 원가 노출, 브랜드 차별화의 어려움, 웰빙·저육식 트렌드로 인한 시장 파이 축소 등이 지속적인 압박 요인이다. 이는 팬오션 같은 수익성 높은 사업이 없었다면 그룹 전체가 과제가 되었을 수준이다.

둘째, 신사업 영역에서의 지속적 부진이다. 2021년 출범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미식'은 5년간 4,123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기준 하림산업은 영업손실 1,276억 원, 당기순손실 1,537억원을 기록했으며, 차입금 의존도가 120%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특히 더미식의 라면 제품은 편의점 기준 가격이 2,200원으로 농심의 신라면(약 1,000원), 오뚜기의 진라면(약 1,000원) 대비 2배에 달해 가격 경쟁력이 극도로 약하다. 시장 점유율도 1% 미만에 머물러 있다. 스트릿푸드 '멜팅피스'와 어린이식 '푸디버디' 같은 신규 브랜드들도 아직 명확한 수익성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셋째, 2세 경영의 투명성과 경영능력 검증 문제다. 김준영 상무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7년 편법승계 혐의로 과징금 48억 8,800만 원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공정위는 올품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되는 과정에서 하림이 일감 몰아주기, 주식 저가 매각, 동물용 약품 고가 매입 등을 통해 올품을 부당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에코캐피탈과 한국바이오텍을 통한 지분 확대도 같은 논리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2월 하림지주의 항소를 기각했으며,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넷째, 선진·팜스코 등 비상장 계열사의 경영 투명성 강화 필요다. 이들 계열사로부터의 배당금이 김준영 상무의 올품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어, 소수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하림산업이 누적 적자를 쌓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차입금을 통한 사업 확대는 전체 그룹의 재무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ESG 경영 리스크 관리 강화다. 축산 산업의 특성상 동물복지, 환경오염, 식품 안전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차세대 소비자들은 기업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도덕적 책임도 함께 평가한다. 양재동 물류단지의 태양광 발전 도입, 익산 식품공장의 환경 기준 강화 등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응답이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시장 선도적인 ESG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하림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수직 계열화라는 명확한 전략 속에서 닭고기 사업의 저마진 구조를 해운과 사료 사업으로 보완하고, AI와 스마트팩토리로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체계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결과다. 50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가 글로벌 푸드체인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나 남겨진 과제는 명확하다. 닭고기 사업의 2% 영업이익률은 장기적 성장의 발목이 되고 있으며, 신사업의 누적 손실은 계속 쌓여가고 있다. 무엇보다 2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지배구조 투명성과 소수주주 보호가 시급하다. 편법승계 논란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여전히 법원에서 심리 중이며, 비상장 계열사 배당금의 집중화 구조는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하림그룹의 향후 성장은 두 가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하나는 현재의 수익 기반을 유지하면서 AI와 스마트팜 기술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신사업 수익성 부진을 해결하고 지배구도를 투명하게 전환하는 길이다. 두 길을 모두 가야만 한다는 것이 더욱 절실한 과제다. 50년의 기초 위에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 혁신을 더할 때, 비로소 하림그룹은 진정한 글로벌 푸드 플랫폼으로서의 다음 성장 단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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