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은 지난 29일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및 헬스호프파마(Health Hope Pharma, HHP)와 엔세퀴다(Encequidar)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250만 달러(약 35억원)와 마일스톤 3,200만 달러(약 448억원), 그리고 별도의 로열티로 구성됐다.
엔세퀴다는 원래 한미약품이 미국 아테넥스에 기술이전했던 오락솔(Oraxol) 프로젝트에 사용되던 경구흡수강화제다. 당시 기술이전 계약에서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권리는 아테넥스에 넘어갔고, 아테넥스 파산 후 헬스호프파마가 해당 권리를 승계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제3자간 기술이전은 HHP가 길리어드에 한국 외 전 세계 권리를 이전하고, 한미약품이 길리어드에 한국 권리를 이전하는 두 가지 계약이 합쳐진 결과"라며 "공시된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한국 판권에 대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로슈(Roche)는 P-gp 억제가 뇌 등의 약리학적 보호구역을 개방함으로써 HIV 치료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길리어드가 바이러스학 분야 강자인 점을 고려하면, 엔세퀴다를 HIV나 기타 바이러스 치료제와 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재 길리어드가 P-gp 억제제인 엔세퀴다를 자사 바이러스학 파이프라인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도 "기술이전 외에 엔세퀴다 생산이 필요할 것이며, 생산 권리는 길리어드가 보유하지만 GMP 인증 등은 한미약품이 보유하고 있어 추가적인 CMO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기술이전은 한미약품이 과거 실패한 프로젝트의 구성 요소를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해 수익을 창출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오락솔은 파클리탁셀과 엔세퀴다를 조합한 경구용 항암제로 개발됐지만, 아테넥스의 파산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하지만 엔세퀴다 자체의 P-gp 억제 기능이 바이러스학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한미약품은 과거 투자의 일부를 회수할 기회를 얻게 됐다. 특히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HIV 치료제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엔세퀴다를 활용한 혁신적인 치료법 개발이 기대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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