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투자증권은 30일 '한미 투자 협상 발 금융시장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재 협상 교착이 양국의 '투자'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투자를 시장 접근권을 얻기 위한 거래 비용으로 간주하는 반면, 한국은 대미 투자를 엄격한 리스크 관리 원칙을 따라야 하는 금융 행위로 본다"며 "이 인식 간극이 협상 초기부터 잠재되어 있었고, 구체적 조건 논의 과정에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3,500억 달러 투자가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현금 및 직접 지분 투자 형태여야 한다고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예상했던 대출 및 보증 중심 펀드 조성 방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투자금을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해 한국의 유동성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협상 난항 소식은 한국 금융시장을 즉각 강타했다. 코스피 지수는 한때 2.45%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 1,410원대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도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하며 주식, 외환, 채권의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시장은 외화 유동성 위기보다는 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한국 자산 시장의 매력도가 약화되고 있지만, 이는 펀더멘털에 비해 단기적 약세 압력이 과도하게 노출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협상 결과에 따른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통화스와프 없는 직접투자 합의 시에는 즉각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외환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3,500억 달러 직접 투자 규모는 한국 외환보유고의 84%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19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통화스와프 체결과 더불어 투자 방식이 일본 사례처럼 대출과 보증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제시됐다. 이 경우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처럼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고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25%의 고율 관세가 계속 부과되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이 경우 일본과 EU 등 주요 수출 경쟁국 대비 관세율이 10%포인트 높게 적용돼 가격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
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정부가 극단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어 금융시장이 '테일 리스크'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며 "향후 금융시장의 방향성은 협상 추이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