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현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
윤장현 신임 CTO는 1968년생으로 삼성 내에서도 손꼽히는 기술 전문가다. 학위 이력만 봐도 그의 기술력을 알 수 있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Tech)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수준의 기초 학문과 실무 경험을 모두 갖춘 인재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경력은 2003년부터 시작된다. 이제 22년이라는 긴 시간을 삼성전자와 함께 해온 것이다. 초기에는 무선사업부 S/W Lab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곳에서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쌓았다. 이후 경력 경로를 보면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핵심 기술 발전 과정을 거의 함께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무선사업부 시절 타이젠(Tizen) 개발팀장으로 활동하며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 개발을 주도했다. 이어 IoT 서비스팀장으로 스마트홈 시대의 연결 기술을 준비했고, S/W 플랫폼팀장으로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기반을 다졌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로 이동한 후에는 갤럭시 시리즈 등 주력 제품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총괄했다. 각 단계마다 기술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2024년 말, 윤 부사장이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벤처 투자 대표의 자리로 간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삼성벤처투자(SVIC)는 삼성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로, 운용자산 규모가 3조 4천억원을 넘는다. 국내 CVC 중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가 윤 부사장을 벤처 투자의 수장으로 임명한 배경을 생각해보면, IT 분야의 기술 감식안(眼識)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는 20년 넘게 소프트웨어와 기술 트렌드를 관찰해온 전문가다. 어떤 기술이 미래를 열 것인지, 어떤 스타트업이 성장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그의 경험이 큰 자산이었다.
벤처 투자 대표로서 그는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 기업들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일반적인 벤처 투자와 달리 삼성 자신의 미래 사업과 연관된 기술을 찾아내고 지원하는 전략적 투자를 주도했다. 이는 삼성이 미래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
DX부문 CTO, 새로운 도전의 시작
이번 승진은 예상 밖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벤처 투자에서 현업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더 큰 무대에 나서는 것이다. DX부문은 삼성전자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 부문이다. 모바일(MX사업부), TV, 스마트 가전 등 소비자 직면 제품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그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모바일, TV, 가전 등 주력 사업들과 AI, 로봇 등 미래 기술 간의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벤처 투자에서 습득한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와 현업 경험을 모두 활용해 차세대 제품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 리서치와 혁신의 가교 역할
윤 신임 CTO는 삼성리서치(Samsung Research)장도 겸임한다. 삼성리서치는 삼성전자의 기초 연구와 원천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차세대 소자, 알고리즘, 하드웨어 아키텍처 등을 연구한다. 이 조직의 장을 맡는다는 것은 기초 연구 결과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의 배경을 보면 이 역할이 얼마나 적합한지 알 수 있다.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기초부터 벤처 스타트업의 신기술까지, 기초에서 응용까지의 전 단계를 경험했다. 이는 연구 결과를 실제 제품으로 변환하는 데 필수적인 통찰력을 제공한다.
특히 기초 연구와 미래 기술 전략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IT 전문가를 CTO 자리에 배치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모든 분야에서 AI와 고도화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단순 승진인사가 아닌, 삼성전자의 기술 전략 전환을 상징한다. 삼성전자가 현재의 기술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AI와 로봇 같은 미래 기술으로의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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