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은 지난 17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매출 13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고 밝혔다. 총이익률은 56.8%, 주당순이익은 4.78달러로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2분기 가이던스다. 매출 187억 달러, 총이익률 68%, 주당순이익 8.42달러를 제시하며 컨센서스인 매출 144억 달러, 주당순이익 4.80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 소식에 마이크론 주가는 10.3% 급등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HBM 시장에서의 공급 확보 경쟁이다. 마이크론은 HBM4를 포함한 2026년 전체 HBM 물량과 가격에 대한 계약을 이미 완료했다고 밝혔다. HBM4는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며, HBM3E보다 더 빠른 수율 개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2028년 HBM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2024년 전체 DRAM 시장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마이크론은 고객들과 다년 계약 논의에서도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DRAM과 NAND 모두를 포괄하는 이 계약은 기존 장기 공급 계약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구체적인 의무 사항과 훨씬 강력한 계약 조건을 담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6년 DRAM과 NAND의 비트 출하량이 각각 약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5년 서버 출하량이 10%대 후반 성장을 기록하며 이 같은 강세가 2026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PC 시장도 윈도우 10 지원 종료와 AI PC 수요에 힘입어 올해 한 자릿수 후반대 성장이 예상된다.
메모리 현물 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DXI 지수는 지난주 4.6% 상승했다. DDR4 16Gb는 12.2%, DDR4 8Gb는 9.6%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는 DXI 지수가 21.2% 상승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오라클의 최대 데이터센터 파트너인 블루아울 캐피털이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협상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후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법인을 오라클 등이 포함된 합작법인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오라클 주가는 반등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박재환 애널리스트는 "AI 버블 논란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지만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기대는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HBM의 DRAM 캐파시티 부담이 기존 제품 대비 3배에 달해, HBM 수요가 급감하는 것이 관찰되지 않는 이상 공급 부족 상황이 쉽사리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 이외 분야에서도 장기 공급 계약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DRAM 산업의 구조적 패러다임 변화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메모리 3사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어닝콜에서 제한된 공급으로 인해 고객 수요의 절반에서 3분의 2 수준만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HBM이 일반 DDR5 대비 3대 1의 교환비율로 생산되면서 공급 환경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내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주 각각 1.8%, 4.2% 하락했다. 그러나 캘린더 기준으로 2026년 마이크론의 영업이익이 4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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