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1.14(수)

정의선 회장, 병오년 새해 말처럼 뛰었다

10일 동안 中→美→印 초 단위 광폭 행보 … 미래전략 수립

안재후 CP

2026-01-14 15:18:48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병오년 새해부터 말처럼 뛰고 있다.

중국·미국·인도 3개국을 단 10일 만에 돌면서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 14일 현대차그룹이 밝힌 정 회장의 여정은 세계 최대 경제권들을 무대로 현재와 미래 사업 모두를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직선거리로 계산해도 약 3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동 거리는 지구의 4분의 3바퀴를 도는 것과 맞먹는다. 이 같은 초 단위 광폭 행보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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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8개월 만에 재방문 … 배터리·수소 협력 본격화

정 회장은 먼저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지난 4~5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연계해 베이징에 입성한 정 회장은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상하이 모터쇼 참관 이후 8개월 만의 중국 재방문이다.

주목할 점은 정 회장이 단순히 포럼 참석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9년 만에 개최된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면서 중국 경제 거물들과 직접 담판을 나눴다.

정 회장은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쩡위친 회장과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CATL 배터리는 현대차 코나 EV와 기아 레이 EV 등 현대차그룹의 일부 전기차 모델에 이미 탑재되고 있다. 정 회장과 쩡위친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 경제인 행사에서도 만난 바 있어, 양사의 배터리 협력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소 사업도 핵심 협력 의제였다. 정 회장은 중국 에너지 기업 시노펙(SINOPEC)의 허우치쥔 회장과 수소 사업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광저우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하는 'HTWO 광저우' 거점을 운영 중이다. 시노펙은 최근 연 2만 톤 규모의 녹색 수소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어, 양사 협력 시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쟁터'로 불리는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도 구상 중이다. 지난해 10월 현지에서 첫 전용 전기차 모델 '일렉시오'를 출시했으며,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6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도 2023년 EV6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매년 1종 이상의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며 본격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개막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개막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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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서 젠슨 황 '깐부 재회’… 경영진과 비전 회의도

정 회장은 중국 베이징을 떠난 지 하루 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CES 2026'을 참관했다. 정 회장은 AI 및 로보틱스 등 미래 영역의 변화를 직접 파악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주요 경영인들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만남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의 재회였다. 정 회장과 황 CEO는 지난해 12월 경주에서 만난 '깐부 회동'으로 회자되는 첫 만남 이후 3개월 만에 공개적으로 다시 만난 것이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블랙웰 GPU 5만장 공급 계약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체결한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기점으로 국내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 회장은 CES 기간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들이 모여 중장기 전략 및 비전을 논의하는 '글로벌 리더스 포럼(GLF)'을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개최했다. 이는 미래 혁신 전략에 대한 그룹 차원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위치한 기아 아난타푸르공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위치한 기아 아난타푸르공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진출 30주년 인도 방문 공장 3곳 점검 … 가족과 식사도

정 회장은 미국 방문을 마친 후 세계 인구 1위의 거대 시장인도로 향했다. 11일 인도에 도착한 정 회장은 12~13일 이틀간 인도 전역에 산재한 공장 3곳 점검했다.

12일 먼저 방문한 첸나이공장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 업무보고를 받고 크레타 생산 라인과 현대모비스 배터리시스템(BSA) 공장을 둘러봤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현대차는 30년간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다른 30년을 내다보는 홈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현대차의 근원적 경쟁력인 차량 품질과 고객 지향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실패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시 시도하는 조직문화 구축을 당부했다.

같은 날 기아 아난타푸르공장도 방문한 정 회장은 기아의 생산 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인도 진출 8년 차인 기아는 앞으로 성장 잠재력과 기회가 큰 만큼 도전적 목표를 수립하고, 인도시장에서 브랜드, 상품성, 품질 등에서 인도 고객들의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빨리 회복하는, 또한 목표를 정하면 민첩하게 움직이는 DNA를 활용해 견실한 성장은 물론 강건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3일에는 현대차 푸네공장을 방문해 신형 베뉴의 생산품질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푸네공장은 지난 2023년 현대차가 제너럴모터스(GM)의 공장을 인수하면서 현대차의 전략적 생산거점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정 회장은 이 공장이 인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의미와 역할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내 생산 능력은 상당하다. 첸나이공장 82만 4000대, 아난타푸르공장 43만 1000대, 푸네공장을 합쳐 총 150만 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기아 임직원 및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격려하는 시간도 잊지 않았으며, 가족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선물하며 "현대차그룹이 인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헌신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에 진출해 올해 30주년을 맞이한다. 현재 인도 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는 14억 명의 인구를 보유했으며,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의 젊은 인구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현대차 인도법인을 인도 증권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로 신규 상장했으며, 앞으로 인도 권역을 전략적 수출 허브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베뉴의 경우 올해 1단계 17만 대 생산으로 시작해 2028년 총 25만 대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배터리셀, 배터리팩, 파워일렉트릭(PE)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생산 역량 확보를 통해 전기차 공급망 현지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동시에 준비

정의선 회장의 이번 광폭 행보는 단순한 경영 활동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중국에서는 배터리와 수소라는 현재의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미국에서는 AI와 로보틱스라는 미래 사업을 선점하며, 인도에서는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것이다.

정 회장이 올해 신년회에서 강조한 "지속적인 체질 개선과 생태계 경쟁력 강화로 산업과 제품의 새로운 기준을 선도해야 한다"는 당부와 "AI 등 변화 폭이 큰 미래 산업 분야에서 더 큰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강조가 이 여정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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