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1.28(수)

[CP's View] 수출 1등인데 욕만 먹는 K-게임의 역설

규제의 업보인가, 전략의 실패인가 … 불명예의 에이스를 구출해야

안재후 CP

2026-01-28 11:35:40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K-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지구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K-팝은 글로벌 음악시장을 석권했고, K-드라마는 넷플릭스 시청 기록을 갱신하며 한국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K-게임 산업은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83억 9,400만 달러(약 10조 9,785억 원, 환율 1,307.90원 기준)로, 같은 해 K-콘텐츠 전체 수출액 약 140억 달러 중 약 60%에 달한다. 2024년 K-콘텐츠 수출액이 151.8억 달러로 집계된 가운데서도 게임은 여전히 수출액 기준 K-콘텐츠의 금융적 '에이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정치권의 인식은 참담하다. 게임산업은 '사행성''중독''규제 대상'이라는 프레임으로만 소비되며, K-팝·K-드라마처럼 국가의 소프트파워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살펴보자. 2023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22조 9,6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성장했으며, 종사자 수도 8만 4,970명에 이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모바일게임이 13조 6,118억 원(59.3%)의 매출로 전체 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PC게임은 5조 8,888억 원(25.6%), 콘솔게임은 1조 1,291억 원(4.9%)을 기록했다. 이는 분명 국가적 자산이다. 그런데 같은 콘텐츠임에도 게임만 '문화산업'이 아닌 '중독 산업'이라는 낙인이 붙어 다닌다. 이 차이는 단순한 여론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방향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규제로 인한 구조적 병목: 진흥 신호가 없는 정책
이 낙인이 생긴 이유를 파악하려면 정책 환경을 들여다봐야 한다. 정책이 보내는 신호가 산업의 미래 투자 의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K-팝·K-드라마는 정부가 '수출 주력산업'으로 포지셔닝하며 세제 지원, 해외 마케팅, 제작비 지원 등 구체적 진흥책을 펼쳤다. 그 결과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 투자할 수 있었다. 반면 게임은 '규제·제재'의 언어로만 관리되었다. 이는 기업들에게 "이 산업에 미래를 투자하지 말라"는 신호다. 진흥책이 없으면 중소 개발사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투자할 여력을 잃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없다. 결과적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경쟁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실제로 2023년 게임산업 수출액이 전년 대비 6.5% 감소한 것은 약 20여 년 만의 일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24년 상반기와 3분기 모두 게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2024년 통년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공식 확정 통계는 올해 3월 발표될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나올 예정이다.

규제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투명성 강화(2024년 봄부터 의무화)는 청소년 보호와 소비자 권익 강화 차원에서 타당하다. 실제로 국내 개발사들의 부정행위(2024년 확률 조작 과징금 사건)가 업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위반 시 최대 3배의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강화된 규제도 국회를 통과했으며, 2025년 중 시행되고 있다. 규제 자체는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책의 이중성이다. K-팝·K-드라마와 달리 게임에는 규제만 있고 진흥이 없다. 세제 혜택, 해외 마케팅 지원, 인디·콘솔 프로젝트 펀딩 같은 구체적 지원책이 부재하거나 미미한 상태다. 더욱 불공정한 것은 규제의 적용 방식이다. 한국에 지사를 두지 않은 해외 게임사들은 행정 조치를 피할 수 있는 반면, 국내 게임사들만 규제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진다. 중국산 게임의 한국 내 매출은 약 20% 이상 증가했으나,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은 '판호(허가증)' 문제로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일방적인 수출 불균형이 고착화되는 와중에도, 국내는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



K-팝·K-드라마와 구조적 차이: '가볍고 넓은' vs '무겁고 깊은'
K-팝과 K-드라마가 글로벌 팬덤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진입 장벽의 낮음'에 있다. 음악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드라마는 OTT 플랫폼에서 저렴하게 소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팬덤이 자발적으로 2차 콘텐츠를 생산하고, IP는 뷰티, 패션, 식음료, 관광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게임도 캐릭터와 세계관이라는 강력한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구조는 다르다. 게임은 계정 생성, 설치, 플레이 시간이 초기 진입 비용이고, 경쟁과 실력 격차가 신규 유저의 진입을 어렵게 한다. 특히 모바일 F2P(무료) 게임 중심의 확률형 아이템 수익 구조는 '소수 고과금'에 의존하며, 이는 대중적 호감도와 신뢰도를 저해한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라이브 서비스(Live Service)와 GaaS(Game as a Service)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즌패스, 배틀패스, 구독 모델 등으로 수익을 안정화하는 추세인데, 한국 게임사들은 여전히 과금 최대화 중심에 머물러 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파트너십도 차이를 보인다. K-팝·K-드라마는 제작비와 마케팅을 함께 확대하며 글로벌 플랫폼과 공생 관계를 구축했으나, 국내 게임사의 상당수는 여전히 '자체 퍼블리싱' 중심으로 움직이거나 중국·일본 플랫폼에 종속된 형태다. 결과적으로 북미·유럽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제한적이다.

물론 개별 게임의 성공사례는 있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2022)는 전 세계 500만 장 이상을 판매했고, 네오위즈의 'P의 거짓'(2023)도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서비스 8년차에도 해외 비중이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들은 '장수 IP' 중심으로, 새로운 장르나 프리미엄 싱글플레이 중심의 글로벌 신작에서의 상징적 성공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2024)가 콘솔 액션 게임으로 주목받고, 여러 개발사들이 프리미엄 패키지 게임에 투자하는 흐름이 보이지만, 산업 전체의 변화는 아직 미흡하다.

저항하는 산업, 그러나 새로운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다

2025년 현재 한국 게임산업은 모순된 위치에 있다. 수출은 여전히 K-콘텐츠의 주요 동력이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약 2,000억 달러대(2024년 추정)일 때, 한국의 점유율은 약 7~8%로 세계 4위를 유지 중이다. 모바일게임은 글로벌 게임 시장의 약 10%대 초반을 점유하며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국내 게임시장 매출도 25조 원대로 예상되며, 국내 정체라는 체감과는 달리 성장 모멘텀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분명 국가적 자산이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 전환의 시점에 직면해 있다. 생성형 AI가 개발·운영(라이브옵스, 밸런싱, QA, 로컬라이징)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개발 생산성 향상과 창작자 권리 침해 우려가 공존한다. 넷플릭스·아마존·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게임 산업에 적극 진출하면서 구독형·클라우드 게임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e스포츠와 크리에이터 생태계도 변화 중이다. 트위치가 한국 서비스를 종료한 후 유튜브·아프리카·틱톡으로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으며, 게임 콘텐츠 창작자들의 영향력은 증가하나 플랫폼 의존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정책이 규제 강화에만 집중하면, 한국 게임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 위험이 높다.

돌파의 열쇠: 규제와 진흥의 균형, 그리고 IP 확장

K-게임이 K-팝·K-드라마와 같은 위상을 확보하려면 세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의 다변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이다.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고 배틀패스, 스킨 판매, 시즌제, 광고 기반 F2P, 구독 서비스 등으로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 2'가 전리품 상자를 폐기한 후에도 6백만 명 이상의 일일 활성 사용자를 유지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시에 e스포츠·크리에이터 생태계와 결합하여 플레이 시간이 곧 마케팅·매출이 되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이 e스포츠와 게임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이를 통한 유기적 마케팅은 글로벌 확산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둘째, K-콘텐츠 간 IP 융합과 확장이다. 웹툰 '여신강림'이 드라마로, 드라마가 게임으로 확장되는 방식처럼, 게임도 애니메이션·드라마·웹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인기 게임의 영상화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으며, K-팝 아이돌을 게임 캐릭터·스킨으로 활용하는 콜라보는 이미 여러 타이틀에서 성공사례를 보이고 있다. 추가로 K-푸드·K-뷰티 브랜드와의 간접광고(PPL)를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접목하면, 광고·브랜드 협업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게임을 K-콘텐츠 전체의 허브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정책 프레임의 구조적 재편이다. 확률형 아이템 투명성 강화와 소비자 보호는 유지하되, 동시에 인디게임·콘솔·프리미엄 싱글플레이 중심의 콘텐츠에 대한 제작비 지원, 해외 전시·마케팅 지원,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수익 위험이 높은 콘솔 게임 개발에 대한 정부 보조금 확대, 북미·유럽 게임쇼 참가 지원, 해외 개발사와의 기술 교류 프로그램 등이 실질적 진흥 수단이 될 수 있다. 게임을 '디지털 수출 주력산업이자 문화 소프트파워'로 공식 재규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심 정책 축에 다시 올려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조직·개발 문화 개편이다. 북미·유럽 개발 스튜디오와의 합작, 현지 스튜디오 인수·투자를 통해 'K-개발 역량 + 현지 감각'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국내 본사의 단기 매출 중심 의사결정을 완화하고, IP·브랜드 가치를 5~10년 단위로 평가하는 지표를 도입하면, 장기적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서사를 되찾아야 할 산업

K-게임은 '패자의 산업'이 아니다. 수출액 기준 여전히 K-콘텐츠의 금융적 에이스이며,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다. 모바일 게임, 라이브 서비스, e스포츠라는 세 분야에서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선도국이다. 문제는 이 사실이 '사행성 논란', '중독 위험', '규제 대상'이라는 프레임에 가려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와 산업 진흥은 양립 가능하다. 사실 다른 K-콘텐츠도 초기에 각종 논란을 겪었지만, 정부와 업계가 함께 질적 성장에 집중할 때 글로벌 위상을 확보했다. 게임도 그 경로를 따를 수 있다. 현재 한국 게임의 기술력, 글로벌 경쟁력, 경제적 파급효과 모두 우수하다. 문제는 정책의 이중성—규제만 있고 진흥이 없다는 점이다.

2026년 현재 게임산업이 새로운 서사를 구성하고, 정부와 업계가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세제 혜택, 해외 시장 개척 지원, 프리미엄 게임 제작 펀딩 같은 구체적 진흥 수단을 마련할 때, K-게임은 비로소 '욕' 대신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K-팝·K-드라마와 함께 한국 문화의 진정한 삼각형을 이루고,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증명하는 그 날까지, K-게임 산업의 도전과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5,153.98 ▲69.13
코스닥 1,119.42 ▲36.83
코스피200 756.15 ▲11.02

가상화폐 시세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28,668,000 ▼126,000
비트코인캐시 864,000 ▼2,000
이더리움 4,345,000 ▲7,000
이더리움클래식 16,630 ▼20
리플 2,749 0
퀀텀 1,792 ▼28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28,651,000 ▼200,000
이더리움 4,346,000 ▲4,000
이더리움클래식 16,640 ▼30
메탈 519 ▼1
리스크 255 ▼2
리플 2,750 0
에이다 515 ▼1
스팀 94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28,580,000 ▼200,000
비트코인캐시 865,500 ▼500
이더리움 4,340,000 0
이더리움클래식 16,610 ▼50
리플 2,749 0
퀀텀 1,810 ▼15
이오타 12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