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는 장중 5,059p까지 밀리며 전일 대비 12.06% 폭락했고, 코스닥은 14.00% 급락하며 976p까지 무너졌다. 오전 중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쇄 발동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수급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시장이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외국인 패닉 매도'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폭락의 진짜 주범은 '기관 금융투자'
현물 수급만 놓고 보면 외국인 패닉 매도 프레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오히려 2300억 원을 순매수했고, 개인도 800억 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은 6000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그중 금융투자가 5800억 원으로 사실상 전부를 책임졌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1조1700억 원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고, 개인이 1조2000억 원을 팔아치우는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결국 3월 4일의 폭락은 외국인이 현물을 던진 결과가 아니라, 기관(특히 금융투자) 중심의 매도가 부각된 가운데 장 초반 유동성 이벤트가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운 구조였다. 시장 기능이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오전 9시 5분, 코스닥은 10시 31분에 발동됐다. 곧이어 코스닥 서킷브레이커(11시 16분)와 코스피 서킷브레이커(11시 19분)가 연쇄적으로 가동됐다.
파생이 말해주는 것, 신규 공격이 아닌 '헤지 청산'
파생시장 데이터는 이날의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확정해준다. 외국인은 일중 급변동 구간에서는 선물을 순매도했지만, 오후 들어 방향을 강하게 틀어 일간 기준 1만 1,122계약 순매수로 마감했다. 중요한 것은 이 매수의 성격이다. 신규로 위험을 추가하는 '롱 진입'인지, 오전에 쌓아둔 헤지를 청산하는 '숏커버'인지가 핵심이다.
미결제약정(OI)이 이 물음에 답한다. 3월 3일 대비 4일 근월물 OI는 20만 5,062계약에서 20만 1,900계약으로 3,162계약 감소했다. 합산 OI도 1,630계약 줄었다. OI가 감소한 채 선물을 순매수했다는 것은 기존 숏 포지션을 청산한 것이지, 신규 베팅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베이시스도 같은 신호를 줬다. 오전 서킷 구간에서 악화됐던 베이시스는 오후 들어 +4p대까지 확대되며 선물이 현물보다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흐름으로 전환됐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애널리스트는 "3월 4일 하락은 외국인이 현물을 던져서라기보다 코스피에서 기관(특히 금융투자) 중심의 매도가 부각된 가운데 장 초반 유동성 이벤트가 변동성을 키운 쪽에 가까워 보인다"며, "오후 들어 외국인의 EM 및 한국 비중 축소가 최소한 가속 국면을 벗어나 속도 조절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급격한 매도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되기보다 변동성 둔화 및 가격 정상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이는 추세 반전이 아니라 속도 조절"이라고 조언했다.
다시 사기 위한 조건 세 가지, 유가·환율·금리 변동성
그렇다면 이제 시장의 시선은 '언제 다시 살 것인가'로 이동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분할 매수를 위한 체크리스트로 세 가지 변수를 제시한다. 첫째는 유가의 추가 급등 여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 프리미엄을 얼마나 더 키울지가 관건이다. 트럼프가 걸프 해상 운송에 대한 보험·호위 제공을 시사했지만, 선주 단체와 금융권은 실행의 현실성에 회의적이다. 이란도 협상 의지를 부인하며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둘째는 달러 강세와 주식 변동성(VIX)의 재상승 여부, 셋째는 금리 변동성(MOVE)의 재반등 여부다. 밤사이 글로벌 시장은 일부 안도감을 줬다. S&P500이 0.78% 반등하고 VIX가 하락했으며 달러 인덱스도 약보합을 기록했다. 그러나 브렌트유는 82.56달러(+1.40%), WTI는 76.09달러(+2.11%)로 오히려 상승했고, MOVE 지수는 6.20% 급등하며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할인율 경로를 통해 시장에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주식 변동성은 진정되고 있지만, 금리 부담은 오히려 강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의 잔존이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환율이다. 1M NDF는 밤사이 1,461원대로 전일 우려됐던 1,480원대 구간에서 다시 밀렸다. 반면 현물은 여전히 1,473원대에 머물러 있다. 현물-NDF 괴리가 크게 벌어진 상황은 두 신호를 동시에 내포한다. 단기 원화 약세 베팅이 완화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와 현물 수급 부담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경계 신호가 공존하는 셈이다.
따라서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환율 레벨 자체보다 개장 이후 현물이 NDF 방향으로 수렴하며 상단 체류가 풀리느냐(완화)인지, 아니면 현물 고착이 지속되느냐(재긴장)에 있다. 체크리스트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이 안정되면 변동성 둔화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유가와 MOVE가 재차 상승하고 환율이 고착될 경우 반등이 나오더라도 방어적 포지션 관리가 다시 우선순위로 올라서야 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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