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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온라인 장보기’ 승부처 … 제타 스마트센터를 가다

1조 투자 롯데마트 ‘물류 혁신’ 승부수 … 로봇과 AI로 쿠팡에 도전장

안재후 CP

2026-08-10 14:16:36

신동빈 ‘온라인 장보기’ 승부처 … 제타 스마트센터를 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부산 강서구 미음동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냉동 저장고로 들어서는 순간, 초속 4미터의 속도로 벌집 모양 격자형 레일 위를 누비는 피킹 로봇들이 눈에 들어온다. 'FA-D21'이라는 일련번호가 붙은 로봇들은 지하 1층에서 최대 21단 높이로 쌓인 토트(바구니)를 집어 올려 로봇 팔이 있는 곳까지 실어 나른다. 수십 개의 피킹 로봇이 쉴 새 없이 내는 쇳소리는 첨단 물류 혁신이 현실이 되었음을 알린다. 이곳이 롯데마트가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던진 도전장의 중심지다.

신동빈의 1조 원 승부... 시장은 이미 이동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 사업에 투자한 돈은 1조원 대에 달한다. 부산 물류센터 건립에만 약 2,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30년 동안 축적한 대형마트의 유통 노하우와 AI 자동화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한 용도다.

투자 결정 배경은 명확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2019년 약 17조 원에서 지난해 약 52조 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이 20%대에 달하는 시장이다. 오프라인 성장이 답보상태에 빠진 가운데 온라인 장보기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쿠팡과 컬리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선점한 이 시장을 롯데마트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신동빈 ‘온라인 장보기’ 승부처 … 제타 스마트센터를 가다
영국 오카도와 손잡다 ... 콜드체인 구축의 모든 것
제타 스마트센터의 핵심은 2022년 맺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의 파트너십이다. 오카도의 'OSP(오카도 스마트 플랫폼)'는 상품 수요 예측부터 고객 주문,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제어한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이 플랫폼이 롯데마트의 승패를 좌우할 기술이다.

연면적 4만 제곱미터(약 1만 2,000평) 규모의 이 시설은 지하 1층~지상 4층 구조로 2023년 12월 착공해 20개월 만에 준공됐다. 이후 오카도의 자동화 설비 설치와 테스트를 거쳐 이달 본격 가동에 들어섰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완전한 콜드체인'이다. 상품 입고에서 배송까지 각 상품에 맞는 온도를 유지한다. 냉동 구역은 영하 25도, 냉장 구역은 영상 5도의 격벽으로 분리된다. 최대 3만 5,000개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으며, 냉동 4,000개와 냉장 6,000개까지 보관 가능하다. 일반 대형마트 냉동고의 냉동 상품이 1,700개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3.5배에 가까운 규모다.


로봇의 손, AI의 뇌... 자동화의 모든 층위
입고된 상품은 검수를 거쳐 바둑판처럼 생긴 격자형 저장고 '하이브(Hive)'로 이동한다. 상품은 최소 8단에서 최대 21단 높이로 적재된다. 이 과정에서 AI가 계절과 날씨를 반영해 수요를 예측하고, 많이 팔리는 상품을 위쪽에 배치해 로봇이 더 빨리 꺼낼 수 있도록 배열을 조정한다.

상품 운반은 피킹 로봇이 맡는다. 봇은 저장고 상단을 초속 4미터의 속도로 움직이며 중앙 시스템과 초당 10차례 통신해 가장 짧은 경로로 상품을 옮긴다. 봇이 상품이 담긴 상자를 가져오면 로봇 팔 형태의 'OGRP'가 필요한 상품을 인식해 집어낸다. 현재 전체 주문 물량의 약 40%를 OGRP가 처리하고 있으며, 롯데마트는 이를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재 26대인 OGRP도 주문량 증가에 맞춰 최대 65대까지 확대한다.

영하 25도 냉동 구역에서도 자동화 기술이 힘을 발휘한다. 오카도 파트너사 중 처음 도입한 '오토 프리저(Auto-Freezer)'에서는 작업자 없이 로봇만이 상품을 운반한다. 내부 운영 인력은 약 300명 수준(배송 기사 제외)으로, 4만 제곱미터의 광활한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신선도의 극치... 폐기율을 0.3%로 낮추다
오카도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신선식품의 폐기율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유통 시스템에서 3~4%에 달하는 폐기율을 0.3~0.4%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입고부터 배송까지 완전한 냉체인을 유지하고, AI가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재고 최적화를 이룬 결과다. 제타 앱을 통한 AI 추천 시스템도 품절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대체 상품을 제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최대 13회 배송
물류 인프라가 완성되면, 배송 경쟁력이 따라온다. 정재우 롯데마트 온라인사업단장이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기존 대형마트는 하루 3회 배송이 고작이었다. 제타 스마트센터는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2~3시간 간격으로 배송 시간을 나눴다. 부산·영남권 400만 세대를 대상으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벽배송도 운영한다. 현재 오후 11시 이전 주문 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을 포함해 하루 12회 배송하고 있으며, 향후 최대 13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AI 기반 배차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도로 상황을 반영한 최적의 배송 경로까지 제시한다.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정확한 시간에 배송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센터가 처리할 수 있는 물량도 상당하다. 부산 일대의 13개 마트 온라인 배송을 한곳으로 통합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새벽배송 물량도 추가했다. 일일 3만 3,000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으며, 이 수준의 물량을 1년 내내 유지할 경우 연매출이 9,600억 원에 달한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한다.


첨단 시스템으로 안전을 보장하다
제타 스마트센터는 신선도뿐 아니라 안전도 최우선으로 삼았다. 건물 전체에 ESFR(조기억제 스프링클러) 화재 방지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춰 전력의 15%를 자급할 수 있다. 첨단 물류 시스템 위에 안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더한 것이다.

2030년까지 전국 6곳... 후발주자의 반격
부산은 시작점이다. 롯데마트는 2030년까지 제타 스마트센터 같은 CFC(고객 풀필먼트 센터)를 전국 6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두 번째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사업부 대표는 "산지의 신선함을 정시에 배송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조 원의 투자가 성과로 돌아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쿠팡·컬리가 선점한 시장에 첨단 물류로 도전장을 내미는 후발주자의 반격이기 때문이다. 다만 30년간 축적한 신선식품 유통 노하우에 오카도의 기술을 결합하고, 폐기율을 극적으로 낮추며, 초고속 배송을 구현한 롯데마트의 전략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성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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