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김범석 의장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4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단기 충격과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근본적인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며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보였다. 과징금 영향을 제외하면 성장 궤도에 진입한 것을 확신한다는 얘기다.
사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고객 지출
김 의장이 컨퍼런스콜에서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고객 회복이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일시적으로 위축됐던 고객 지출의 대부분이 이미 회복됐으며, 현재는 사고 이전의 성장 흐름으로 복귀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사고로 영향을 받았던 지출의 대부분이 이미 회복되었으며 사고 발생 이전의 성장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김 의장은 밝혔다. 실제로 사고로 이탈했던 고객을 제외한 전체 고객 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다. 이는 개인정보 사고 이전인 지난해 2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성장률 17%에 거의 근접하는 수치다.
고객 이탈의 충격이 단순히 극복 단계를 넘어선 것을 의미한다. 김 의장은 "기존 고객군의 지출 지속 증가, 신규 유입 고객의 지출 확대, 지속적인 신규 고객 합류라는 3가지 추세는 흔들리지 않았다"며 세 가지 성장 축이 동시에 작동 중임을 강조했다.
회원수 증가가 매출로 변환되는 시간차
쿠팡이 주목하는 부분은 회원 수와 매출 사이의 시간차다.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사고 발생 이전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신규 가입 회원이 초기 구매 곡선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록된 사상 최고 수준의 회원 수는 향후 분기별로 점진적으로 매출에 반영될 것이라는 논리다.
"사상 최대 수준의 회원 수는 시차를 두고 매출에 반영될 것"이라고 김 의장은 강조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탈 고객이 있음에도 전체 지표가 회복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시간이 경과할수록 실적이 더욱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단기 수익성보다 물류 처리 능력 선택
쿠팡이 기록한 영업 적자의 규모가 컸던 만큼, 김 의장은 실적 악화의 구조적 배경을 명확히 했다. 매출 처리량과 고정비는 예상 수요에 맞춰 장기간 사전에 준비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매출이 계획보다 낮아지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매출이 일시적으로 계획을 하회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졌으나, '북극성'인 고객 경험을 위해 물류 처리 능력을 삭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김 의장은 명시했다. 쿠팡이 단기 이익 개선보다 장기 성장 기반 확보를 택했다는 의미다.
이는 역설적이지만 전략적 선택이다. 김 의장은 "쿠팡 성장의 핵심인 설비 가동률과 물량의 경제성에 기반한 정밀 관리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지표상 더 도드라졌다"며 현재의 적자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국면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내년에는 물류 효율성 회복과 마케팅 비용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지며 기존 성장률과 마진 구조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확장 속도전에서 증명되는 물류 경쟁력
성장사업 영역에서 김 의장은 대만을 핵심 성과로 꼽았다. 한국에서 새벽배송 서비스 구축에 4년이 걸렸지만, 대만에서는 축적된 물류 노하우와 운영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단 1년 만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새벽배송망 구축에 4년이 걸렸지만, 대만에서는 축적된 노하우 덕분에 단 1년 만에 구현했다"고 김 의장은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쿠팡의 물류 체계가 지역을 초월해 실제로 작동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쿠팡이츠의 성공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장은 "가격, 상품군, 서비스라는 쿠팡의 3대 핵심 경쟁력이 음식 배달 시장에서도 통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온디맨드 배달 서비스 '로켓나우'도 동일한 성장 공식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각 시장에서의 자본 순환 구조 확립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 구축이 동시에 진행 중인 셈이다.
데이터와 네트워크가 AI의 진정한 가치
김 의장은 기술 혁신 영역에서도 독보적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 기술 자체보다 쿠팡이 지난 15년간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운영 데이터, 고객 기반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AI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15년간 다져온 물류 네트워크와 운영 데이터, 그리고 두터운 고객 기반"이라고 김 의장은 말했다. AI를 이 기반 위에 얹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AI를 고객 경험에 적용하면 상품 탐색과 개인화 서비스는 물론, 생산성 증대와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술 도입이 아닌 기존 경쟁력의 고도화라는 프레임을 제시한 것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고객감동이 최우선
김 의장은 마지막으로 쿠팡의 궁극적 목표를 천명했다. 모든 신사업과 시장 진출이 향하는 곳은 고객이 스스로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느낄 정도의 감동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의 목표는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김 의장은 강조했다. 이는 매출 수치나 시장점유율보다 고객 경험과 신뢰도를 우선하는 경영 철학을 드러낸다.
"우리가 추가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진출하는 모든 시장에서 이 기준에 부합하는 경험을 만들어가겠다"는 발언은 향후 사업 의사결정의 중심축이 고객감동임을 명시한 것이다.
실적은 악재 반영, 성장 기반은 견고
다만 쿠팡Inc의 실제 실적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 의장이 성장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지만, 재무제표에는 과징금 반영과 비용 부담이 겹치며 적자 폭이 확대된 모습이 드러났다.
쿠팡Inc는 2분기 연결 매출 88억5600만달러(약 13조3007억원)를 기록하며 상장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그러나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4억1000만달러(약 6246억원)가 판관비에 일시 반영되면서 영업손실 5억5600만달러(8350억원)를 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3억614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2억달러 가까이 더 크다.
2분기 당기순손실도 5억7000만달러(8560억원)로 적자 전환했으며, 지난 1분기 3545억원 적자에 이은 2분기 연속 적자다. 더 주목할 점은 상반기 누적 성적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7억9800만달러(약 1조1895억원), 당기순손실은 8억3600만달러(1조2457억원)로 집계됐다. 상장 이후 처음이자 창사 이래 최초로 상반기 영업적자가 1조원을 돌파했다.
상징적인 수치가 있다. 올 상반기 영업적자만으로 지난 2년간(2024~2025년) 거둔 합산 영업이익 1조2813억원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다. 다만 과징금을 제외한 2분기 순수 영업손실은 1억4600만달러(약 2192억원) 수준으로, 본업 자체의 수익성은 유지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쿠팡 측은 3분기 연결 매출 성장률을 고정환율 기준 8~9% 수준으로 전망했으며, 프로덕트 커머스 조정 EBITDA 마진은 데이터 사고 이전 수준 복귀까지 2027년 중반까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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