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10.22(목)

대한전선, 김준석 신임 대표이사 사장의 과제는?

-수주잔고 4조 629억원 첫 돌파…상반기 영업현금은 3180억원 순유출
-미국·유럽 프로젝트와 해저2공장 4972억원…관건은 '남는 성장'

안재후 CP

2026-10-22 10:04:40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는 올해 상반기 말 처음으로 4조원을 넘었다. 같은 반기 영업활동으로 빠져나간 현금은 3180억원이다. 일감은 쌓이는데 현금은 들어오지 않는 이 간극 위에 김준석 사장이 대표이사로 섰다.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 실무를 이끌었던 그가 이제 인수 이후 쏟아부은 투자를 이익과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인수 주역, 경영 전면에 서다
대한전선은 10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김준석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송종민 부회장은 호반그룹 수석부회장 겸 호반건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호반그룹이 앞서 10월 2일 예년보다 앞당겨 발표한 정기 인사의 후속 절차다. 공시에 따르면 김 사장은 호반그룹 전략부문장을 겸한다.

김 사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을 거쳐 2010년 호반그룹에 합류했다. 그룹의 인수합병(M&A)과 사업 다각화를 맡아 왔고, 2021년 대한전선 인수 실무를 주도했다. 2023년부터 경영부문장과 경영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외부에서 영입한 구원투수가 아니라 기존 성장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해 온 인물이 대표직을 이어받은 셈이다.

취임식은 열지 않았다. 김 사장은 사내 그룹웨어로 취임사를 전했다. "작은 차이들이 모여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며 기술·품질 개선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고, 선택과 집중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넓히고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해저케이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회사가 제시한 우선순위다.

최대 실적 속 대표 교체…평가 기준은 '성장의 질'
실적 부진을 수습하는 인사는 아니다. 대한전선의 2분기 매출은 1조 198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8% 늘었고, 영업이익은 608억원으로 113% 증가해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21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286억원의 94%에 이른다. 6월 말 수주잔고는 4조 629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 6633억원보다 늘었다.

이미 확보한 일감은 적지 않다. 다만 수주잔고가 곧 이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계약을 계획한 원가와 일정대로 수행하고 대금을 회수해야 비로소 성과가 된다. 김 사장의 과제는 새 성장 전략을 만드는 일보다 기존 전략을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으로 입증하는 일에 가깝다. 이는 취임 인사와 현재 사업·재무 상황을 연결한 분석이며,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경영 목표는 아니다.

미국·유럽, 수주보다 수행 능력
해외 사업은 성장의 중심축이다. 대한전선은 10월 15일 본사와 미국 판매법인 T.E.USA 간 약 1200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접속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T.E.USA가 현지에서 턴키(설계·조달·시공 일괄) 방식으로 따낸 전력망 프로젝트에 본사가 자재를 대는 구조다. 앞서 1월에도 미국에서 1000억원 규모의 초고압 턴키 사업을 수주했다. 두 계약은 연결된 거래여서 금액을 단순 합산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거점이다. 대한전선은 6월 영국 건설사 밸푸어비티와 스코틀랜드 북부 132kV 송전선용 초고압 케이블 시스템 공급 계약(약 650억원)을 맺었다. 올해 영국에서 확보한 계약은 4건, 약 1000억원이다. 런던 파워 터널 2 사업 경험이 영국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됐다.

사업 범위가 케이블 공급에서 설계·시공까지 넓어질수록 부담도 커진다. 일정 지연, 원가 변동, 현지 협력사 관리가 곧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에게는 계약을 따내는 능력 못지않게 수주 이후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해저2공장 4972억원, 공장 완공은 출발점
HVDC와 해저케이블은 가장 큰 베팅이다.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에 4972억원을 들여 해저케이블 2공장을 짓고 있다. 2027년 가동이 목표이며 640kV급 HVDC와 400kV급 초고압교류송전(HVAC) 케이블을 생산한다. 187m 높이의 수직연속압출(VCV) 설비를 갖춰 1공장보다 생산능력이 5배 이상 커질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시공 역량도 갖추고 있다. 6200톤급 포설선 '팔로스호'에 더해 1154억원에 11000톤급 포설선 '스칸디 커넥터'를 인수했고, 해저 시공 법인 대한오션웍스를 가동한다. 국내에서는 6월 한국전력의 500kV HVDC 동해안~동서울 건설공사 EP2단계(약 86km, 1463억원)를 수주했다. 이 사업은 해저케이블 수주와 별개다.

자금은 주주가 댔다. 대한전선은 2022년 4900억원, 2024년 4625억원 등 두 차례 유상증자로 모두 9525억원을 조달했다. 사업보고서에 적힌 해저케이블 투자 회수 시점은 2034년이다. 회사는 수주 기반 제조업의 회수 기간이 통상 10년 안팎이라고 설명한다. 공장이 서더라도 고객과 물량을 연결하지 못하면 회수 시점은 뒤로 밀린다. 김 사장은 가동 일정 준수, 품질 입증, 고객 확보, 제조·운송·시공을 묶은 수익성 확보라는 관문을 차례로 넘어야 한다.

가장 날카로운 대목, 현금흐름
가장 시급한 변수는 현금이다. 상반기 매출은 2조 2820억원으로 28.8% 늘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180억원 순유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680억원 순유출)보다 유출 폭이 커졌다. 6월 말 재고자산은 1조 1400억원으로 1년 새 59.3%, 유동 매출채권은 7056억원으로 28.1% 증가했다. 일감을 소화하려 원자재와 생산에 돈을 먼저 쓰고 대금은 나중에 받는 구조가 부담을 키웠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713억원 순유출이었고, 이자비용은 425억원으로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에 달했다.

차입금은 6월 말 기준 1조 1000억원대로 2023년 말(4104억원)의 약 2.9배다. 보도마다 집계 기준이 달라 정확한 금액은 반기보고서 확인이 필요하다.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6236억원이어서 유동성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 성장에 필요한 선투입인지, 회수가 지연되는 신호인지 구분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작은 차이'를 숫자로 증명할 때
취임사의 '작은 차이'는 결국 숫자로 확인된다. 해외 프로젝트의 계약별 원가와 납기, 신규 공장의 가동 안정성, 재고와 매출채권의 회전, 그룹 전략부문장 겸임에 따른 의사결정 속도가 그 지표다. 겸임이 투자 판단을 빠르게 하는지, 책임 소재를 흐리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김 사장은 인수와 성장 전략에 참여한 경영자에서 그 결과를 책임지는 대표이사로 위치가 바뀌었다. 앞으로의 평가는 새 수주 발표나 투자 규모보다, 늘어난 매출을 현금으로 거두고 해저케이블 투자를 고객과 물량으로 연결하는지에 달려 있다. 4조원 수주잔고가 '남는 성장'으로 이어질지가 김준석 체제의 첫 성적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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