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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新 혼맥 ④ 한솔] 이병철 경영 유전자가 혼맥으로 확장된 한솔 왕국

삼성과 현대를 잇는 혼맥 ... 제지에서 미래산업까지 새 지평 연다

안재후 CP

2025-05-19 10:07:3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범삼성가'로 분류되는 한솔그룹이 현대가와의 결합을 통해 한국 재계의 새로운 혼맥 지도를 그려가고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녀 고(故) 이인희(1928-2019) 한솔그룹 고문이 1991년 삼성에서 분리해 세운 한솔그룹은 현재 3세와 4세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승계 구도를 확립하며, 혼맥을 통해 재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병철 장녀 이인희, 엘리트 가문과 결합 그룹 기반 다져

한솔그룹의 모태는 이병철 회장이 "이인희가 아들이라면 내가 지금 무슨 근심이 있겠나"라고 아쉬워할 정도로 사업가적 재질을 인정받은 장녀 이인희 고문에서 시작된다. 이인희 고문은 1948년 11월,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중매로 조운해(1925-2019)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과 결혼했다. 당시 그녀는 이화여대 3학년 재학 중이었고, 조운해는 경북고,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원에서 소아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의사였다.

이인희 고문은 1979년 호텔신라 상임이사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 뛰어든 후, 1983년 전주제지 고문을 맡아 삼성가의 제지 사업을 물려받았다. 이후 1991년 삼성에서 분할하여 한솔그룹으로 독립했다. 삼성에서 분리한 후 이인회 고문은 세 아들과 함께 살면서 엄격하게 경영수업을 시켜 나갔다.
한솔그룹은 창업 이래 삼성가의 DNA를 바탕으로 단단한 재계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이인희 고문의 세 아들 조동혁(1950년 생) 한솔케미칼 명예회장, 조동만(1953) 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조동길(1955) 한솔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구축했으며, 현대 대를 이어 4세 경영인들이 성장 중에 있다.

'트리플 크라운' 혼맥 구축한 조씨 형제들

한솔그룹의 3세대 주축인 조동혁, 조동만, 조동길 형제는 모두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각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명문가 자녀들과 결혼하며 탄탄한 인맥을 구축했다.

장남인 조동혁 한솔케미칼 명예회장은 고 이창래 서우통상 회장의 딸인 이정남(1964)과 결혼했다. 이들은 조연주(한솔케미칼 부회장), 조희주, 조현준 등 2녀 1남을 두었다. 장녀 조연주 부회장은 2013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재직 시절 만난 남편과 결혼했다. 그녀는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현재 한솔케미칼의 핵심 경영자로 자리매김했다.

차남 조동만 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은 이용학 전 한일전선 회장의 딸인 이미성(1956)과 혼인해 조은정, 조성진, 조현승 등 2녀 1남을 뒀다. 장녀 조은정(1981)은 2008년 이동윤 전 세하 회장의 장남인 이준석(1981)과 결혼해 화제를 낳았다. 특히 이동윤이 제지업계에서 한솔과 라이벌 관계인 무림페이퍼 이동욱 회장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조은정과 이준석은 미국 브라운대학 유학 시절 만난 것이 인연이 돼 결혼했다.

3남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고 안영모 전 동화은행장의 3녀 안영주(1957)와 결혼해 조나영, 조성민(한솔홀딩스 부사장) 1남 1녀를 뒀다. 장녀 조나영은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조효숙 가천대 석좌교수 부부의 장남 한경록 한솔제지 대표이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조나영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이인희 고문의 장녀 조옥형(1961)은 권대규 HS창업투자(전 한솔창업투자) 부사장과 연애결혼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권애영, 권이주 두 딸을 두었는데, 권애영은 뮤지컬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문화예술계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막내딸 조자형(1972)은 타이완계 미국인 사업가 빈센트 추와 국제결혼을 했다. 빈센트 추는 중국에서 정보기술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 한솔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혼맥은 한솔그룹이 국내 재계뿐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가와 혼맥으로 재계 네트워크 확장

한솔그룹과 현대가의 혼맥은 2021년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성민(1988) 한솔홀딩스 부사장과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장녀인 정정은(1990)씨의 결혼으로 공식화됐다. 이 결합은 한국 경제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가와 현대가의 직접적인 혼맥으로, 재계에 큰 관심을 모았다.

조성민 부사장은 이병철 회장의 증손자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진외종조부다.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6년 한솔홀딩스에 입사했다. 특히 2023년 10월에는 한솔홀딩스 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의 전략 기획과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고 있다.

정정은씨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故)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다.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장녀로, 이제 두 재벌가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속에서 2021년 연말 서울 신라호텔에서 소규모로 결혼식을 올렸다. 이로써 간접적으로만 연결되어 있던 삼성가와 현대가의 관계가 직접적인 혼맥으로 발전하게 됐다.

4세 경영의 새로운 도약, 조연주-조성민 활약

한솔그룹 4세 경영의 선두주자는 조동혁 한솔케미칼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연주(1979) 한솔케미칼 부회장이다. 2014년 한솔케미칼에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범삼성가 4세 최초 사내이사'라는 타이틀을 얻은 조연주 부회장은 경영 참여 초기부터 과감한 M&A를 진두지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미국 웰즐리 대학교와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수학한 조연주 부회장은 보스턴 컨설팅그룹, 빅토리아 시크릿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글로벌 인재다. 특히 빅토리아 시크릿 재직 시절에는 시장 참여자와의 직접적 접촉을 통해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마켓 인텔리전스(Market Intelligence) 업무에 집중했다고 알려져 있다.

조연주 부회장이 한솔케미칼에 합류한 후 회사는 OCI-SNF 인수, 미국 전자·화학 물질 벤처 기업 '니트라이드솔루션' 투자, 테이팩스 인수 등 굵직한 M&A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테이팩스 인수는 배터리 소재 사업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어 2019년 이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그녀의 지휘 아래 입사 당시 4744억원 수준이던 한솔케미칼의 자산총계는 2021년 말 기준 1조1971억원으로 크게 성장했으며, 주가도 입사 당시 3만원대에서 2023년 3월 기준 21만원대로 대폭 상승했다.

한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남 조성민 부사장은 한솔홀딩스에서 그룹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친환경 포장 소재 개발 등 신사업을 주도한 그는 2019년 한솔제지에서 친환경 사업을 담당하다 2021년 기획담당 임원(상무)에 올랐으며, 2023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0억원 규모의 한솔홀딩스 주식 42만주를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3.96%로 끌어올리며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한솔그룹의 도약을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세 아들 중심 '3각 경영'에서 '조동길 체제'로

한솔은 1997년부터 장남 조동혁이 금융, 차남 조동만이 정보통신, 3남 조동길이 제지를 맡는 3각 경영을 해오다 현재는 3남 조동길 중심 체제를 구축했다. 이인희 고문이 한솔제지 대표이사 자리를 조동길 회장에게 물려주면서 권력 이양이 본격화되었다.

현재 한솔그룹은 한솔제지 계열과 한솔케미칼 계열로 나뉘는데, 한솔케미칼은 장남 조동혁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다. 차남 조동만 전 회장은 19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권을 따내며 승승장구했으나, 2000년 6월 KT에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909억 원의 전매 차익을 챙긴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검찰에 구속되었고, 이와 관련해 부과된 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솔그룹은 혼맥을 통해 재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동시에 ESG 경영을 기반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과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솔제지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한경록(1979) 대표는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맏사위로, 조나영 씨와 결혼해 사내 혼맥을 형성했다.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와 조효숙 가천대 석좌교수의 장남인 한 대표는 한솔그룹에서 전략,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인재로, 북미 등 글로벌 주요 사업지에서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통해 수출 부문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아내인 조나영은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문화예술계와의 교류를 넓혀왔다.

조성민 부사장과 한경록 대표의 젊고 도전적인 리더십이 한솔그룹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이들 부부가 구축해 나가는 혼맥은 한솔그룹의 사업 다각화와 미래 성장에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인희 고문의 경영 철학, 다음 세대로 계승되다

이인희 고문이 구축한 한솔그룹의 경영 철학은 자녀들과 손자녀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수완이 탁월할 뿐 아니라 사업가적 재질이 뛰어난 전형적인 삼성가출신"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인희 고문의 기업가 정신은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한솔그룹의 여성 경영인 배출이다. 이인희 고문 본인이 여성으로서 제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그 뒤를 이어 손녀 조연주 부회장이 한솔케미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일찍부터 여성 경영인을 배출한 삼성가의 전통이 한솔그룹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한솔그룹의 혼맥은 단순한 재벌가 간의 연결을 넘어, 법조계(김앤장 출신 사위), 학계(가천대 석좌교수 며느리), 문화예술계(뮤지컬 배우 손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어 있다. 이는 한솔그룹이 다양한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면서 기업 경영에 있어 유연성과 개방성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솔그룹은 지주회사 한솔홀딩스를 중심으로 한솔제지, 한솔페이퍼텍, 한솔홈테코, 한솔테크닉스, 한솔로지스틱스, 한솔피엔에스, 한솔인티큐브 등 계열사를 거느리며 국내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미래 캐시카우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초정밀 특수 부품을 생산하는 한솔아이원스에 주력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며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에서 5년 연속 통합 A등급을 획득하는 등 환경친화적 경영에도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솔그룹. 삼성가의 DNA와 현대가와의 혼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한솔그룹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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