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은 20일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위치한 연면적 5,775㎡ 규모의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영업양수도계약 체결 후 주요 이행 사항을 거쳐 7월 중에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며, 매각 금액은 비밀 유지 의무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
이번에 매각되는 대구 수처리 공장은 롯데케미칼이 2015년 삼성SDI로부터 관련 기술과 연구인력을 이관받아 본격적으로 뛰어든 사업이다. 2019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해 멤브레인 울트라 필트레이션(UF) 기반의 하폐수 처리용과 정수용 분리막을 제조·판매해왔다. 대장균, 바이러스 등 미세오염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첨단 분리막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래 친환경 사업으로 주목받았지만, 회사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는 점차 밀려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 핵심사업과 연계성 낮은 분야 정리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해 약 1조7천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파키스탄 소재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판매 자회사인 LCPL 보유 지분 75.01% 전량을 매각해 약 979억원을,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 25%를 활용해 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또한 일본 소재기업 레조낙 지분 4.9%를 2,750억원에 매각했다.
작년에는 미국 내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인 LCLA 지분 40%를 활용해 6,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을 청산하는 등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스페셜티 소재·수소·배터리 분야 신성장 동력 확보
확보한 유동성은 롯데케미칼의 미래 성장 축인 스페셜티 소재, 수소·배터리 소재 등 친환경 신성장 사업에 재투자될 전망이다. 회사는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와 신성장 사업의 육성에 지원을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처리 사업을 매각하게 됐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성 제고 및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 혁신 활동 역시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수소·배터리 소재·리사이클 부문에서만 2030년까지 12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해 6조원을, 배터리 소재 분야에는 4조원을 각각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친환경 리사이클 제품 100만톤 생산 체제도 구축해 순환경제 시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화학업계 전반적 구조조정 바람
비단 롯데케미칼 뿐 아니라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LG화학도 최근 글로벌 점유율 2위의 수처리 필터 사업 부문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약 1조4,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해왔지만, LG화학은 전사적 역량을 배터리 소재, 생명과학, 친환경 리사이클링 등 미래 산업으로 몰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는 현재 대규모 증설 사이클이 끝난 뒤 수익성 하락 압박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 유럽의 탄소세 확대 등 지정학적·환경 규제가 겹치며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이러한 대외 환경 변화에 더욱 면밀하게 대응하며 본원적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향후에는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알미늄, 롯데정밀화학 등과의 시너지 효과도 확대할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롯데케미칼의 2024년 실적을 보면, 기초소재사업 부문이 매출액 3조3,078억원, 영업손실 1,7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2025년부터 원료가 및 운반비 부담의 감소와 환율 영향, 경기부양 정책 등 글로벌 수요 확대 요인에 따른 점진적인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이 석유화학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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