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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백기사 결집 경영권 수성 … 호반과 20년 장기전 가나

사모펀드 잇따라 만기연장 … 김상열 회장 ‘쩐의 전쟁’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수도

안재후 CP

2025-06-24 10:26:03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조원태, 백기사 결집 경영권 수성 … 호반과 20년 장기전 가나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호반그룹의 공세로 촉발된 한진칼 경영권 위기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들이 결집하면서 일단 진정됐지만, 호반그룹이 장기전을 예고하며 긴장감은 여전하다.

사모펀드 백기사 정체 드러나며 분쟁 일단락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 9%를 보유한 두 사모펀드의 출자자들이 조원태 회장의 확고한 백기사임이 명확해졌다. 한진칼 지분 4.1%를 보유한 '유진 그로쓰 스페셜오퍼튜니티 일반사모투자신탁 1호'의 출자자인 이마트, HD현대오일뱅크, 유진한일합섬 등은 올 하반기 펀드 만기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한진칼 지분 4.9%를 보유한 '대신 코어그로쓰 일반사모투자신탁' 출자자인 SK에너지, 현대차, 기아, 효성, 삼구아이앤씨 등도 당분간 환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 펀드는 만기가 없는 개방형 펀드다.
이들 사모펀드는 2022년 8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조원태 회장에 맞섰던 '3자 연합'의 한 축인 반도그룹이 블록딜로 내놓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펀드들이다. 당시 반도그룹은 KCGI,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조 회장에 대항했지만 패배하며 보유 중이던 지분 1075만주를 처분했다.

사모펀드 출자자들은 대부분 조원태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한진그룹과 사업상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최대 출자자인 이마트의 경우 모회사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이 조 회장과 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져 있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대한항공에 항공유를 공급하는 등 한진그룹과 긴밀한 협력 관계다.

조원태 우호지분 과반 확보, 산업은행만 변수

사모펀드들의 백기사 역할이 확실해지면서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은 과반을 넘어섰다. 조원태 회장 일가의 직접 보유지분 20.62%에 델타항공 14.9%, LX판토스 3.83%, 사모펀드 9%, GS리테일 1.5%, 네이버 0.99%, 영원무역 0.72% 등을 더하면 50%를 상회한다.

다만 산업은행이 보유한 10.58% 지분은 여전히 변수다. 산업은행은 2020년 말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지만, 영구적으로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언젠가 매각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지분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호반그룹의 집요한 도전, 6년간 이어진 공세
호반그룹의 한진칼 도전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진그룹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갑질 논란과 장녀 조현아(현 조승연) 전 부사장의 '견과류 회항' 사건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었다. 2019년 4월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직접 지배력이 약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은 M&A에 능수능란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금호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 아시아나항공 진출을 시도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금호산업 매각에 단독 입찰해 항공업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2022년 3월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940만주(13.97%)를 인수하며 한진칼 2대 주주로 부상했다. KCGI는 2018년부터 한진그룹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지만, 2023년 주주총회에서 또다시 패배하며 경영권 확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지분을 호반그룹에 매각했다.

지분 격차 1.5%포인트로 좁혀진 팽팽한 대결

최근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12일 호반건설은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율을 17.44%에서 18.46%로 늘렸다. 조원태 회장 일가의 직접 보유지분 20.62%와의 격차가 1.5%포인트로 좁혀진 상황이다.

호반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호반건설뿐만 아니라 호반호텔앤리조트, 호반 등 계열사들도 한진칼 지분 매입에 참여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매입가가 주당 평균 5만8000원 수준으로 현재 시가의 절반 이하여서 손실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이다.

백기사들의 딜레마, 수익 vs 우호관계

사모펀드 출자자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2022년 8월 6만원 안팎이던 한진칼 주가가 최근 13만원대까지 오르며 2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투자 목적으로 들어간 만큼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한진그룹과의 우호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약세와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자회사 SK온의 2028년 IPO를 위해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결국 한진그룹과의 전략적 협업 관계를 선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출자한 기업들은 시세 차익보다 전략적 협업 관계 구축 및 백기사 목적이 강하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 펀드들이 조 회장 측의 확고한 백기사라는 사실이 더 부각됐다"고 말했다.

20년 장기전 예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분쟁

호반그룹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상열 회장은 2세 승계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고, 넉넉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어 장기전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호반그룹은 싸움을 길게는 20년, 즉 다음 세대까지 끌고 갈 생각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의 단기 목표는 한진칼 단일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경영권을 확보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당분간 한진칼 지분을 장내매수해 조 회장 측을 제치고 한진칼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는 걸 단기 목표로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용한 신경전 지속될 듯

당분간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수면 아래에서 조용한 신경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원태 회장 측은 백기사 지분을 과반 확보하며 경영권을 안정화 시켰지만, 직접 지배력이 약하다는 근본적 약점은 여전하다.

호반그룹은 지속적인 지분 확대를 통해 압박을 가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시점이나 백기사들의 사정 변화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양측 모두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호반그룹이 20년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는 만큼,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재계의 주요 이슈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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