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벌어 많이 냈다’ … SK하이닉스 법인세 1위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계에서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16조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으로 국내 1위를 달성한 것도 모자라, 법인세 납부액에서도 2조7000억원을 넘기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반기보고서를 개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상반기 법인세 납부액은 2조77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위인 기아(9089억원)보다 3배가 넘는 수준으로, SK하이닉스가 명실상부한 수익·납세 '투톱' 자리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역대 최대 실적 달성으로 이어진 세수 기여

SK하이닉스는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 35조4948억원, 영업이익 15조212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연결 기준으로도 16조653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11조3613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큰 폭으로 제쳤다.
상반기 법인세 납부 순위에서 SK하이닉스 다음으로는 기아, 현대차(8222억원), SK㈜(6006억원), 한국전력(508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연결 기준이 아닌 별도 기준 공시를 활용해 국내 납부 세액을 정확히 추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3년에도 한국은행 제치고 1위 달성

흥미롭게도 지난해 법인세 납부 1위로 알려졌던 한국은행을 제치고 실제로는 SK하이닉스가 1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별도 기준 21조33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3조6307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

2023년 법인세 납부 상위 기업은 SK하이닉스에 이어 현대차(3조433억원), 한국은행(2조5782억원), 기아(2조825억원), 현대모비스(5351억원) 순이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강력한 수출 경쟁력이 여전히 우리나라 산업과 세수를 지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해주는 결과다.

HBM 시장 선점이 만든 '신화'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밸류체인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 효과가 톡톡히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조사 결과,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9.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1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친 데 이어 2분기에는 격차를 더욱 벌린 것이다.
상반기 국내 반도체 수출액이 733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데도 SK하이닉스의 기여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견조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이러한 성과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투자 결단이 결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의 원동력으로 최태원 SK 회장의 대규모 투자 결단과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의사결정을 꼽고 있다. 최 회장은 2012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해 HBM 시장을 개척해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SK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감하게 미래 투자를 이어간 덕에 오늘날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단기 수익보다 차세대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투자가 결국 현재의 압도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