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CXO연구소가 24일 발표한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국내 상장사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에 대한 주식평가액 분석' 결과에 따르면, 블랙록은 국내 10개 상장사에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9월 23일 종가 기준 합산 평가액은 37조 7692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날 국내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 3332조원의 1.1%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블랙록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규모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주식 3억39만1061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9월 23일 종가 기준으로 25조 4431억원에 이른다. 전체 보유 지분 가치의 67%를 차지하는 압도적 규모다.
놀라운 점은 이 수치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 지분가치 8조 2509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재용 회장을 포함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까지 합친 삼성 오너가 전체의 삼성전자 합산 지분가치 24조 5993억원보다도 많다. 이는 블랙록이 삼성전자에 대해 오너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블랙록의 국내 투자는 삼성그룹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모두에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금융 섹터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6.43%, 우리금융지주 6.07%, KB금융 6.02%, 신한지주 5.9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 측면에서 보면 KB금융이 2조 8908억원으로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다. 다음으로 신한지주 2조 315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 6393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 1929억원 순이다. 4개 금융지주사 지분가치만 합해도 8조원을 넘어선다.
블랙록은 이 밖에도 네이버(6.05%, 2조 2159억원), POSCO홀딩스(5.2%, 1조 1715억원), 코웨이(5.07%, 3831억원) 등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해 IT, 철강, 생활가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 2022년 5월 말 당시 블랙록의 주식평가액은 29조 8500억원 수준으로 다른 외국 투자사가 보유한 전체 지분가치의 50% 정도를 보유했을 정도로 상당했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록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슈퍼 독수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 소장은 특히 삼성전자의 경영권 측면에서도 블랙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에서는 최대주주 측 지분이 35%를 넘어야 경영권 등을 방어하는데 삼성전자는 20% 수준에 불과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블랙록을 우호 지분으로 지속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37조원 규모의 투자 가치는 블랙록이 여전히 한국 증시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과 블랙록 CEO의 만남이 단순한 의례적 면담이 아닌, 실질적인 경제적 파트너십 논의였던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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