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 신드롬(Adonis Syndrome)’은 남성의 외모 집착을 뜻하는 용어로, 그리스 신화 속 미청년 아도니스에서 비롯됐다. 큐레이터 최태호는 이 신화적 상징을 오늘날의 현실로 끌어와, “끊임없이 새로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냈다. 그는 “아름다움은 단순한 미적 기준이 아니라 사회가 개인을 규정하는 방식”이라며, “이 전시는 그 구조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작가 서유정은 실험실과 연금술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변형하려는 욕망을 그린다. 도상 속 이미지 요소들은 ‘미와 생명의 재조합’을 상징하는 시각적 알레고리로 작동한다.
정철규는 하얀 셔츠와 때밀이 수건 같은 일상적 재료 위에 자수를 놓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단정함’과 ‘규율’ 아래 감춰진 상처를 드러낸다.
류주항은 ‘도자기 피부(porcelain skin)’라는 표현에서 출발해, 표면의 숭배가 어떻게 기술 이미지 속에서 재생산되는지를 추적한다. 라트비아 작가 리가 스푼데(Liga Spunde)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MMCA Changdong Residency, 2024) 체류 경험을 기반으로, 감시와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하는 자아와 젠더의 경계를 섬세하게 다룬다.
각기 다른 작업이지만, 이들이 묻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믿는 것은 과연 누구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인가?”
《Adonis Syndrome》은 단순히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전시가 아니다. 전시는 신화와 기술, 표면과 내면, 인간과 기계가 얽혀 있는 동시대의 풍경 속에서 ‘인간다움’의 의미를 되묻는다.
미디어와 SNS, 인공지능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아름다움’은 더 이상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작되고 유통되는 이미지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그 현실을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드러낸다.
큐레이터 최태호는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를 기획해왔다. 그에게 이번 전시는 오랜 관심사였던 “표면의 미학”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그는 “이 전시는 인간이 스스로를 정의하고 다시 재구성하려는 충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술이 그런 구조를 드러내는 동시에, 치유의 언어가 될 수 있길 바랐습니다”고 언급했다.
《Adonis Syndrome》은 라트비아 문화부(Ministry of Culture of the Republic of Latvia)의 공식 후원으로 진행되었으며, 청년 예술가를 후원하는 햇빛담요재단과 리투아니아 타아드 재단(TAAD Foundation)이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했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Galerija ASNI에서 열린다.
[글로벌에픽 황성수 CP / hs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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