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0.20(월)

삼성, 문화와 의료로 26조 유산 사회 환원

故 이건희 회장 5주기 앞두고 'KH 유산' 재조명

안재후 CP

2025-10-20 13:52:49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를 앞두고 고인이 남긴 'KH 유산'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들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고인의 유산 중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다. 문화예술품 기부와 의료 기부 등으로 나타난 고인의 유산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2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미술계 새로운 전환점, '이건희 컬렉션'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기려 2021년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최대 규모의 기증으로,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미술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 2만 1,600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내외 작가들의 근대작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다. 또한 한국근대미술작품 143점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등 전국 각 지역의 미술관에도 기증되어 지역 미술관의 소장품 수준 및 지역 문화 인프라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대표작으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국내 유일의 고려 천수관음 불화인 '천수관음 보살도' 등 지정문화재 60건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등 한국 근대 대표작가 작품 1,488점이 기증되었다.

국민 모두가 누리는 문화적 향유, 순회전 350만명 관람

2021년부터 시작된 '이건희 컬렉션' 국내 순회전은 전국 주요 전시관에서 총 35회에 걸쳐 350만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이는 국내 역대 미술 전시회 중 최고 기록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절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의 근대 미술 작품 등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던 걸작들이 사회에 환원되면서, 이제는 모든 국민이 높은 수준의 문화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미술시장의 성장을 이끈 촉매

'이건희 컬렉션'의 영향력은 국내에 그치지 않았다. 미술 전문 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박물관 TOP 5에 국립중앙박물관이 포함되었다. 루브르박물관(773만명), 바티칸박물관(508만명), 대영박물관(410만명), 테이트모던(388만명)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341만명)이 5위를 차지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데에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역대 최초로 한국 미술시장의 전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부터 세계적 아트페어 'FRIEZE(프리츠)'와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KIAF(키아프)'가 동시 공동개최를 결정하면서 초대형 아트페어 '프리츠 서울-키아프'가 매년 열리게 되었고,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으로 전세계의 화랑들과 수집가들이 국내를 찾아 한국 화가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뿐 아니라 한국 화가들의 세계 진출에도 귀중한 촉매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이건희 컬렉션'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할 예정이다. 올해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을 시작으로,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시카고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에서 해외 순회 특별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이건희 컬렉션'은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 박물관에서 전시된 뒤, 3월부터 7월까지 시카고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어 내년 9월부터 2027년 1월까지 대영박물관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진출을 통해 그간 국내 미술계에서는 거장으로 불렸으나 상대적으로 해외에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들도 재조명될 전망이다. 미술계에서는 박수근, 이중섭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수많은 한국 미술 작품이 세계적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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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보존은 우리의 시대적 의무"

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문화재와 미술품 기부를 선택한 것은 고인의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고인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것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을 토대로 '이건희 컬렉션'에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를 모아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개인적 관심을 뛰어넘어 문화 융성에 대한 사명감으로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고인은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한국관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을 펼쳤다. 또한 재능 있는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한 고인은 백남준, 이우환, 백건우 등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하기도 했으며, 조성진, 봉준호, 한강 등이 수상한 '호암상'을 제정해 한국 문화를 발전시키고 해외에 알리는 데 기여해왔다.

생명을 살리는 의료기부,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

유족들은 문화 기부와 함께 의료 기부로도 사회에 기여했다. 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에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라며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치료가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큰 소아암·희귀질환 환아의 치료와 선진 의료지원 체계 구축에 3,000억원을 기부했다.

어린이 환자는 성인에 비해 질환이 다양하고 환자 수는 적어 사례 수집이 어렵다. 이 때문에 표준 치료법을 확립하기도, 보험 혜택을 받기도 힘들어 환자 및 가족들의 부담이 크다. 3,000억원에 이르는 파격적인 기부는 소아암·희귀질환 환아를 위한 기부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2024년 10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환아와 가족, 의료진을 격려했다.

유족들이 기부한 3,000억원을 토대로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비롯한 전국 의료기관들이 참여해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출범했다. 전국 160여 개 기관에서 1,000명이 넘는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는 이 사업은 2021년에 시작되어 2030년까지 10년간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소아암 사업부는 많은 비용이 드는 암 진단·치료 중심으로 지원하며, 희귀질환 사업부는 조기 진단과 증상 완화 치료에 힘을 쏟고 있다. 희귀질환은 유전체 이상으로 발병하는 선천성 질환이라는 특성상 각 질환별 국내외 환자 사례가 드물어 많은 환아와 가족들이 병명도 모른 채 진단에만 길게는 10년 넘게 걸리는 '진단 방랑'을 겪기도 한다.

공동연구 사업부는 진단·치료 방법 개선 연구뿐 아니라 전국 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환아들의 임상 자료를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전국 단위 환아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국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아들이 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한 선진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다.

사업단은 현재까지 진단·치료·연구 관련 86개의 추진 과제를 진행했으며 환아 2만 2,462명이 지원을 받았다. 2024년 말 기준 1만명에 가까운 환아가 병명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한 실마리를 모색 중이며, 치료 지원을 받은 환아도 거의 4,000명에 달한다. 병의 원인조차 알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환아 2만여 명이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감염병 극복 지원으로 국가 방역 체계 구축

유족들은 또한 감염병 극복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해냈다. 2021년 코로나 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던 상황에서 유족들은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7,000억원을 기부했다.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코로나 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활용되고 있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 병상과 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설비를 갖춘 150병상 규모의 의료시설로 2028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며, 현재 중간설계를 완료하고 이르면 내년 착공할 계획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 시설 건축과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등 감염병 대응 인프라 확충에 사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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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영향력의 확산, '기부 선순환의 마중물'

故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의 의료기부는 미래 주인공인 어린이를 위해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기부 동참을 이끄는 '기부 선순환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故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들의 의료기부 이후 유명 인사와 기업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은 2023년 10억원을, 가수 이승기는 2022년 20억원을 각각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삼성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아 생산성을 높인 감염병 진단키트 제조기업 코젠바이오텍은 2022년부터 매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3년간 누적 기부액은 2억 5,000만원에 달한다.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주희영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유족의 의료기부를 계기로)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후원이 더 많이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26조원의 'KH 유산'은 문화와 의료 분야에서 지속적인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국립중앙박물관, 희망을 잃었던 2만여 명의 환아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고인이 남긴 유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이들의 삶을 밝히는 빛이 되어 줄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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