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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이중근 신화’ 무너지나

시공능력 평가 99계단 추락 … 해외사업도 ‘휘청’

안재후 CP

2025-10-23 10:22:15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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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025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결과는 부영주택에 적신호를 켜 올렸다. 부영주택은 시공능력평가액 1064억 원으로 224위를 기록하며 전년 125위에서 무려 99계단이나 추락했다. 2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중견 건설사로서의 지위마저 위태로워진 것이다.

이러한 순위 하락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2015년부터 3년간 12위를 유지하며 업계 최상위권에 있던 부영주택은 2018년 주택시장 위축으로 26위로 내려앉은 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다. 특히 최근 5년간의 낙폭이 가파르다. 2021년 27위에서 2022년 35위, 2023년 93위, 2024년 125위로 매년 순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시공능력평가액의 급락이다. 2021년 1조 4930억 원을 기록했던 평가액은 2022년 1조 4222억 원, 2023년 3163억 원, 2024년 2188억 원을 거쳐 올해 1064억 원으로 추락했다. 최근 4년 사이 평가액이 92.9%나 급감한 것이다. 이는 부영주택이 건설업체로서의 수주 능력을 절반 이상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경영평가액 3년 연속 '0원'···재무건전성 빨간불
항목별 평가액 분석은 부영주택의 어려움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경영평가액은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경영 안정성을 수치화한 지표인데, 2022년 9629억 원에서 3년 연속 '0원'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부영주택의 재무상황이 심각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지난해 영업손실 1315억 원, 당기순손실 109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이후 4년 동안 줄곧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최대 임대주택 공급업체로 이름을 날렸던 부영주택이 이제는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영주택의 경영악화가 주수입원인 주택 분양 부문의 급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임대주택 사업에 집중해온 부영주택이 일반 분양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매출 기반이 크게 축소된 것이다. 청약 미달과 미분양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 광주첨단2지구 분양에서는 공급된 135가구 중 단 47건만 접수되었고, 평택청북 분양에서도 39가구 공급에 65건 접수되는 등 분양 성적이 극히 부진하다.

화려한 사회공헌 뒤 숨겨진 경영 위기

흥미로운 대조는 부영그룹 회장 이중근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2023년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 회장은 회사의 어려움 와중에도 각종 사회공헌 활동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자녀당 현금 1억 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발표했다. 1억 원을 출산 장려금으로 지급한 사례는 국내 기업 사상 최초이며, 올해 초까지 부영이 지급한 출산장려금은 누적 98억 원에 달한다.

또한 부영그룹 우정교육문화재단은 32개국 외국인 유학생 100명에게 장학금 약 4억 원을 전달했다. 누적 108억 원 이상의 장학금이 유학생 2700명에게 지급된 상황이다. 이러한 기부와 사회공헌 활동들은 의미 있는 노력이지만, 동시에 회사의 재무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제도 등은 분명 의미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지만, 그룹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우선순위가 맞는지 의문이다. 연속 적자와 시공능력평가 추락 등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는 "이 회장이 유죄 판결 이후 사회공헌 활동에 더욱 힘쓰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미지 개선이 경영 문제를 가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부영타운' 건립을 위한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2013.5.7 연합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부영타운' 건립을 위한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2013.5.7 연합뉴



만성적자 시달리는 18년 집착 캄보디아 ‘부영타운’

부영그룹이 경영 위기에 빠진 또 다른 이유는 해외 사업 부진이다. 특히 캄보디아 사업은 2007년부터 무려 18년간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영은 캄보디아에 3개의 주요 회사를 운영 중이다. 기타 부동산업으로 등록된 부영크메르Ⅰ·Ⅱ와 금융업으로 등록된 '부영크메르 뱅크' 등이다.

부영크메르Ⅰ은 고급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 사업을 담당하고, 부영크메르Ⅱ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인 '부영타운'을 맡고 있다. 2007년 설립 이후 2013년 5월 이 회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부영타운 기공식을 했지만, 현지 부동산시장 침체로 개발이 10년 가까이 지연되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원래 계획을 수정해 총 2만여 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 개발을 재추진했다.

2024년 10월 8일 이중근 회장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프놈펜에서 1474가구 규모의 '부영타운' 그랜드 오프닝 행사가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부영그룹은 한국형 아파트인 부영타운이 프놈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단지 내에는 우정 캄보디아 학교도 지어졌다. 연면적 1만 5994㎡, 3개 동 5층 규모로 어린이집부터 초중고등학교, 간호대학, 노인복지시설까지 총 125개 교실을 갖춘 대규모 학교이다.

그러나 분양 성적은 기대와 달랐다. 부영그룹이 공식 분양을 시작한 지 한 달여가 지났을 때, 계약건수는 10여 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지 교민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가 현지 시세에 비해 비싼 편이고, 현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 녹두색 외벽 페인트와 한글 브랜드 로고 등이 현지 환경과 부조화를 이루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영그룹의 과거 경력자는 "한국의 남양주 부영아파트 설계도면을 보완해 현지 실정에 맞게 변경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부영크메르Ⅱ,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내리막길

부영크메르Ⅱ의 재무상태는 극히 심각하다. 2007년 설립된 이후 2013년부터 현재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9501억 원에 달하지만 부채는 1조 3230억 원으로, 자본총계는 -372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525억 원이다.

이를 버티기 위해 부영주택은 부영크메르Ⅱ에 대여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부영주택이 부영크메르Ⅱ에 투입한 대여금은 51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3149억 원 대비 63% 증가했다. 부영주택이 적립한 대손충당금도 1460억 원으로 전년 1087억 원에서 372억 원이 늘었다. 이는 부영주택 스스로도 이 투자를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부영크메르Ⅱ의 최대주주 구성이다. 최대주주는 이중근 회장의 막내딸 이서정 전무(46%)이며, 부영주택(39.2%), 이 회장(9.8%)과 함께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는 특정 가족이 주요 경영진이 되는 구조로, 투명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다만 부영크메르Ⅰ과 부영크메르 뱅크의 재무상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부영크메르Ⅰ은 지난해 순이익 447억 원을 기록했으며, 부영크메르 뱅크는 자산 2229억 원에 부채 84억 원, 순이익 94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라오스도 마찬가지, 해외 사업 악순환

캄보디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영그룹은 미국 진출도 실패로 마무리했다. 미국 현지 법인인 부영아메리카는 현지 부동산 개발 및 임대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2024년 회계연도 중 해당 법인을 청산했다. 청산 당시 자산은 1억 9600만 원에 부채는 23억 4400만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라오스 사업도 부진이다. 라오스에서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종합휴양업 부영라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19억 원을 기록했다. 자산 534억 원에 부채 1298억 원이다. 다만 라오스 금융업 '부영라오뱅크'는 자산 498억 원, 부채 53억 원, 순이익 27억 원으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이다.

앞길 막힌 부영, 구조 개혁이 시급한 시점

부영그룹은 현재 다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내에서는 임대주택 사업에서의 경쟁력 상실, 분양시장에서의 지속적 부진, 연속적자 등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캄보디아, 미국, 라오스 등지의 사업 부실로 수년간 손실을 누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부영그룹이 18년간 누적된 손실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사업에 계속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한 경영 전문가는 "모회사인 부영주택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부실 법인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이어지면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캄보디아에 대해서는 일부 분양이 계속 진행 중이며, 아직 부지도 남아 있고 앞으로도 부영타운에 대한 계획이 있기 때문에 사업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분양부진, 3년 연속 경영평가액 0원, 99계단 순위 추락 등의 지표는 부영그룹이 근본적인 경영혁신이 필요한 상황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부영그룹이 한때 한국 대표 임대주택 공급업체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결단, 국내 주력사업의 혁신, 그리고 투명한 경영 체계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화려한 사회공헌의 뒤편에는 기업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엄중한 현실이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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