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홈플러스 인수·활용 구상>은 바로 이런 융합혁명의 사례다. 금융과 유통, 데이터, 그리고 사회연대경제를 하나로 묶어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상업은행이 아닌 지역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에서 이런 제안이 나왔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크다. 단순한 공약으로 치부하기 전에, 왜 이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 구상은 단순한 기업 인수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사회연대경제국을 신설하며 지역금융을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정책 파트너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여기에 맞는 금융 모델은 아직 없다. 대부분 금융기관은 여전히 부동산 대출 위험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MG–홈플러스–지역경제 결합> 전략은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전국에 있는 홈플러스 점포망을 지역 생산자와 소상공인, 농어촌, 전통시장과 연결된 유통·물류 플랫폼으로 바꾸고, 여기에 새마을금고의 자금과 회원 데이터, 핀테크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다.
둘째, 핀테크와 공급망 금융(SCF)을 결합한 방식은 소상공인에게 직접 도움이 된다. 지금 소상공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납품 후 대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그 사이 인건비와 임대료, 원자재 비용을 감당하다 보면 결국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게 된다. 선거공약에서 제안하는 SCF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 유통망에서 발생하는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마을금고가 납품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유통사가 정해진 날짜에 새마을금고에 상환하는 구조다. 거래 데이터를 담보로 하기에 안전하고, 소상공인의 현금흐름을 개선하며, 연체와 부실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이 모델은 새마을금고 내부 구조 전환에도 연결된다. 최근 몇 년간 새마을금고의 가장 큰 위기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었다. 자산은 커졌지만 건전성은 흔들렸다. 이제는 위험한 PF 대신 실물 거래 기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 시장에 과감히 제안한 <홈플러스·SCF 모델>은 바로 그 대안이다.
넷째, 이 구상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정책 과제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통사와 금융, 핀테크가 결합한 SCF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글로벌 은행 중심으로만 논의됐고, 지역 기반 상호금융과 사회연대경제를 중심에 둔 모델은 없었다. 따라서 새마을금고–홈플러스–핀테크 결합 모델은 독창적이고 연구 가치가 크다. 이제는 행정안전부와 관계 부처, 새마을금고, 유통·물류 전문가, 핀테크 전문가, 사회연대경제 연구자들이 함께 공동 연구팀을 꾸려 정책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 공약사항을 통해 우리에게 던져진 “융합혁명”이 상업적 금융기관이 아니라 지역금융에서 시작되고 있다는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홈플러스 인수와 SCF 전략>은 허황된 공약이 아니라 금융과 유통, 데이터, 사회연대경제를 잇는 융합혁명의 출발점이다. 중앙회의 수장을 뽑는 과정과는 별도로, 붕괴위기의 지역금융이 어떤 구조와 철학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기존의 부실을 정리하고 안정을 추구하는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새마을금고의 역할을 사회연대경제·핀테크·유통·데이터를 결합해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가 좌절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 논란이 아니라, 구체적 설계와 객관적 검증이다. 금융이 과거 PF의 그늘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사회연대경제와 핀테크, 유통과 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실험할 것인지는 곧 우리 지역경제와 서민금융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기고 : 윤승현 소상공인연합회 수석전문위원
[글로벌에픽 황성수 CP / hss@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