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본래 계절과 강우에 따라 이동하며 사는 동물이다. 이 거대한 생명체는 하루 300리터가 넘는 물과 수백 킬로그램의 먹이를 확보해야 하며, 유전자 교류를 위해 일정한 영역을 순환한다. 하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가뭄은 생명을 지탱하기 어렵게 만든다. 2023년 짐바브웨 황게(Hwange) 국립공원에서는 극심한 열과 물 부족으로 160마리 이상이 폐사했고, 2024년 보츠와나 델타에서는 말라붙은 웅덩이에 독성 남조류가 번식해 수백 마리가 중독사했다. 코끼리들은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고, 낯선 지역으로 무리를 이끌고 있다.
코끼리의 전통적인 서식지를 벗어난 곳에는 인간이 정착한 영역이 펼쳐져 있다. 마을과 농경지, 도로와 철도와 같은 인간 활동의 경계선은 코끼리의 생존 경로를 차단한다. 결국 코끼리는 생존을 위해 인간의 영토를 침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 이에 따라 인간과 코끼리 간의 충돌은 급증했다. 인도 동부에서는 2024년 한 해에만 600건이 넘는 인명 피해가 보고될 정도였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서식지 단절(fragmentation)’로 규정한다. 기후변화가 이동을 강제하고, 인간의 개발이 그 길을 차단하면서 야생동물의 활동 영역이 점점 더 좁아지는 현상이다.
생존을 위한 이동의 현실을 대중적 공감으로 전환하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진행된 대형 거리 퍼포먼스 ‘더 허즈(The Herds)’는 콩고 분지에서 유럽의 최북단, 노르캅까지 2만 킬로미터를 걸으며, 서식지를 잃고 떠도는 생명들의 여정을 도시 한복판으로 옮겨왔다. 퍼펫은 재활용 목재와 골판지, 천 등 생분해 가능한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예술 단체 ‘우크완다(Ukwanda) 퍼펫 & 디자인 아트 콜렉티브’와 유럽의 여러 디자인 스쿨이 협업해 만들었다. 각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퍼펫 제작과 행렬에 참여했고, 가디언, 로이터, 보그 등 주요 언론에 보도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시도는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과학적 경고가 닿지 못하는 곳까지 메시지를 확장한다. ‘더 허즈’는 기후위기를 머리로 이해하는 문제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실존적 위기로 전환했다. 기후위기의 해결책은 이미 우리 곁에 있으며,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더 빨리 실천하는 일이다. 생태계의 절박한 행렬에 대한 공감을 오늘의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때다.
<My Own Planet, There Is No Planet B>
기후위기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기후위기가 나쁜 결과로 귀결된다면, 단 하나뿐인 지구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 때문에 기후위기는 단순히 기상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마이오운플래닛은 이러한 기후위기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지구의 시스템을 시각화하고, 실천으로 이어가는 일상 속 기후행동 캠페인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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