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회장은 80년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80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정부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시에 "우리 기아에 계신 분들이 과거를 정확히 알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야 하므로 그 부분에 대해 우리가 더 잘 알기 위해 준비를 했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과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미래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철학을 드러낸 셈이다.
역경 딛고 일어난 경험, 기아 자산으로 전환
정 회장은 2005년 당시 기아차 사장으로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정상화한 경험이 있다.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어려움을 겪던 기아를 문제 해결과 창의적 경영으로 되살린 것이다. 그는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면서 기아에 디자인 경영을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 회장은 이날 "앞으로 갈 길이 더 멀기에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많은 도전이 있어서 과거에 저희가 잘했던 부분, 또 실수했던 부분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 모두가 미래를 향한 원동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와의 차별화 전략을 묻는 질문에 정 회장은 기아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기아는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라고 볼 수 있다"며 "굉장히 원초적으로 강하고 개성이 있는데 그것을 잘 다듬으면 아주 훌륭한 보석으로 태어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아만이 지닌 독특한 정체성과 강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것을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정제된 다이아몬드라는 비유는 세련되고 완성된 현대자동차와 대비되는, 보다 거친 에너지와 개성을 지닌 기아의 특성을 드러낸다. 정 회장은 창업주 김철호와 명예회장 정몽구의 유산을 계승하면서 기아만의 DNA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율주행 기술, 안전 우선으로 경쟁력 강화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정 회장은 솔직한 현황 진단과 함께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했다. "저희가 좀 늦은 편이고,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어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주소를 인정했다. 또한 "미국에서 모셔널도 지금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전략에 따라 내년 중순까지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페이스카(시험차량)을 공개하고, 2027년부터 자율주행 레벨2 플러스(+)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안전성을 검증하면서도 차질 없이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창업정신으로 글로벌 경쟁 무대에 선다
정 회장의 발언은 기아라는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시금석이 된다. 1944년 창립 이후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한 80년의 역사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자산이다. 정 회장은 "과거에 많이 굴곡이 있었기에 결국 (기아가 나아가야 할 것은) 도전"이라며 창업정신의 계승을 강조했다.
기아는 기아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안전성에 기반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지셈을 제시했다.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를 빛나는 보석으로 다듬어내는 과정, 그것이 기아가 맞닥뜨린 도전이자 기회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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